무상급식 투표에 대한 잡담

1. 사실 투표하고 싶었다. 이런 식의 주민투표 제도, 많이 활용되면 될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못했다. 겉으로야 내가 지지했던 곽노현 안이 투표지에 없어서-였다지만, 실은 투표하면 들러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말이 좋아 무상급식과 관련된 투표지, 이건 완전히 세-대결이나 마찬가지였거든.

2. 어제 잠깐 강남 나가 걸었다가 정말 숱하게 무상급식 투표하자는 사람들을 만났다. 대부분 교회분들. 신정일체 사회라도 된 기분. 그런데 <하느님 vs 김정일>의 대결 구도는 대체 어디서 나온걸까. 궁금해졌다. 이들의 언어를 들여다보면 살아있는 사탄 = 김정일. 지옥 = 북한. 따라서 자신들은 십자군. 숭고한 사명의식. 니네가 아니면 다 지옥이라도 갈 것처럼 내뱉는 배척의 말들. 진절머리나.

…생각해보니, 이 정부에서 모든 것이 ‘북한’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괜히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그들에게만 전지전능한 북한님들. 이 사실을 하느님이 아시면 어이없어 우실 것만 같았다.

3. 한나라당이 뒷짐지고 있었다는 것은 변명이다. 전국구급 국회의원들이 안나섰을뿐, 돈주지 않고도 동원할 수 있는 친위(?) 조직들은 모두 발벗고 나섰으니까. 오늘 어머니에게 온 전화나 통수나, 돌아다니며 전화로, 대화로 무상급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인분들을 볼 때나. 예전 교육감 선거(공정택이 뽑힌 때) 정도는 가뿐히 넘어서 줬으니까.

그래서 이 투표율 25%, 우습게 보면 안된다. 이게 지금 한나라당…등이 가지고 있는 힘의 실체다. 어마어마한 실체다. 어떻게보면 이미 결판난 복지에 관련된 문제를 이렇게 이슈화하고, 결국 자신들의 집토끼를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실체가 없는 증오를 배경으로 이렇게 뭉치게 만든다. 참 신기하지만, 정치가 원래 이런 거니.

이긴게 아니라 그냥 무산됐을 뿐이다. 그러니 긴장하시길. 대충 두리뭉수리 묶어서 불러 진보진영은.

4. 그런 남한 최대 정치 세력이 움직였어도 주민투표가 성사되지 않았다. 좋아할 일이 아니다. 실질적으론, 주민투표라는 제도가 사문화된거나 마찬가지니까. 난 이것이 제일 걸린다. 이제 제주도 특별자치도 전환-같은 정말 큰 일이 아니고서야, 이런 주민투표란 제도는 써먹기 어렵게 되었다. 실제로 써먹으려고 해도 성사된다는 보장은 거의 없다. 어쩔거냐. 모르겠다.

그나저나 오세훈 시장은 뭐에 홀린 걸까. 보수의 아이콘으로 그래도 우뚝 섰다고? 그거 별로 좋은 거 아니다. 예전에 이회창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였으니까. 쿨-하지 못하고, 낡고 썩고 구질구질하다는 이미지니까. 단군이래 최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인 6~70년대생들에겐 정말 먹혀들지 못할 자리다. 그런데도 뭐에 홀렸는지 덥썩 물고, 굳이 이렇게 강행하지 않아도 될 것을 온갖 잡음을 내가며 강행했다. 한마디로, 찌질했다.

…그의 서울에 대한 비전이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이르다- 기본에 충실하며 도시 인프라를 다져 놓을 때다-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내가 다 아연실색해졌다. 아무리 봐도 서울시 의회가 뜻대로 안되니 어깃장 부리다 여기까지 와버린 것 같다. 원하는 것이 있을수록, 천천히 돌아서 가는 것이 진짜 정치이거늘.

5. 그나저나, 정말 선거전에 이들이 했던 말처럼 될까?

두고보면 알겠지. 선거 전에 마타도어식으로 내뱉었던 말들 가운데 사실로 판명난 것은 내 짧은 생에 한번도 본 적이 없다만. 어차피 아니면 말고-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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