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터치패드 광풍이 의미하는 것

왠지 헬탭..의 재래를 보는 것만 같지만, 미국에서 HP 터치패드가 매진되었습니다. 조만간 소량이 다시 입고된다고는 하지만 언제인지는 기약할 수 없는 상태. 이유는? 당연히 땡처리에 가까운 가격때문입니다. 16G 와이파이버전 기준, 499달러짜리가 399달러로 떨어진지도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 녀석이 99달러에 풀려버렸거든요.

덕분에 요 몇일간 북미 지역에서는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캐나다에서만 풀더니, 어느새 미국쪽까지 퍼져서는.. 이런 사태를 빚어버렸습니다.

▲ 전량 매진된 베스트바이 온라인 스토어

사실 HP 터치패드가 단종된 데에는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아이패드가 독점하는 태블릿PC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는 의견부터 시작해, 터치패드가 내장한 WebOS 자체가 iOS를 따라갈 수 없었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HP CEO가 마크 허드에서 아포테커로 바뀌면서, 레이 레인이 마크 허드의 자식들을 치워버렸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HP는 이제 새로운 사업전략을 다시 짜게될 것입니다. 아포테커는 HW가 아니라 SW업체인 SAP출신입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HP 터치패드의 광풍이 과연 가격때문에 불게 되었을까요? 과연 가격 때문에 이제 업그레이드도 안되고, 후속 지원도 받을 수 없고, 공식적으로(?) 단종된 이 모델을 사람들이 사게 만들었을까요?

예. 가격 때문입니다.

달리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오로지 가격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 없습니다. 하지만 가격 때문에 HP 터치패드 광풍이 불었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PC가 아이패드를 제치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요? 바로 이 HP 터치패드의 사례에서 배워야만 합니다.

그동안 출시된 태블릿PC들은 대부분 아이패드 대항마를 자처했습니다. 그래서 사양경쟁을 하고, 가격도 비슷하거나 더 높게 잡았습니다. … 제 표현대로 하자면, “건방지게” 말이죠. 아이패드가 만든 태블릿PC붐에 얹혀가려고 한 주제에, 더 비싼 가격이라니… ^^;

당연히 시장에선 참패했습니다. 소비자 대부분은 그런 건방진 태블릿PC에 별로 눈길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한국에서 7인치 갤탭은 예외로 합니다. 이건 큰 전화기이니까요.). 하지만 가격이 떨어진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더 무겁고, 앱도 다양하지 않고, 못 생겼다고 해도… 기꺼이 살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을 할 수 있거든요. (조금 비싼 장난감이기도 하지요.)

태블릿PC로 우리가 하는 일은 의외로 다양하지 않습니다. 메신저, 동영상 보기, 소셜네트워크, 게임, 이메일-정도가 주로 이용되는 것들입니다. 아이패드에 비해 몇가지 아쉬운 것들은 있지만, 사실 HP 터치패드로도 인터넷만 할 수 있다면,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정도까지 발전해야할 것들은 있지만).

서비스 업체들은 점점 앱에 묶여있지 않고 클라우드 서비스-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앱이 없어도 인터넷 브라우저만으로 어디서나 아마존 킨들로 책을 읽고, 구글 뮤직으로 음악을 듣고, 티빙으로 TV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어갑니다. 그렇다면 다시, 문제는 가격입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제작사들이 정신 못차리고 있는 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애플과 비슷한 하드웨어에, 애플보다 싸면, 얼마든지 팔립니다.

앞으로도 그 놈의 ‘많은’ 이익-_-을 포기하지 못해 애플 제품의 대항마를 외치며, 고가의 제품만을 내놓는 업체는 별로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는 이유도 들여다보면, 애플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하드웨어를 더 낮은 가격으로 팔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태블릿PC들이 갈 길은 그 곳밖에는 없습니다. 맞짱뜨려 하지 마세요. 그건 파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보이길 원하는 거지, 사는 사람들은 별로 그렇게 생각해주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디지털 제품 시장에서 역사는 언제나 비슷한 형태로 반복되었습니다. 애플2도, IBM 호환PC도, 넷북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하드웨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적당한 성능과 가격입니다.

그러기 싫다구요? 뭐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이미 많은 업체에선, 그런 제품을 준비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2~3년안에, 아이패드의 시장 점유율이 확 떨어져도 절대 이상하지 않을테니, 한번 두고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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