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어떻게 2년만에 다 갚았을까?

조금 고민하다가, 오늘 그동안 빌렸던 학자금 대출을 다 갚았습니다. 2006~2008년까지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빌린 돈으로, 금액은 약 1200만원 정도 됩니다. 인문계는 장학금이 별로 없어서, 나름 장학금 받는다고 받았는데도 이 정도는 빌릴 수 밖에 없더군요. 그래도 어쨌든, 졸업한지 2년만에 갚기는 다 갚았습니다.

텅빈 통장을 보니 한숨도 나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은 가볍습니다. 솔직히 통장이 텅- 빌 생각을 하니 조금 불안하긴 합니다. 그런데, 만약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친구나 후배가 상담해 온다면, 어떤 말을 해줄까-라고 생각해 보니 고민이 바로 풀렸습니다. 만약 친구가 저랑 비슷한 상황에 있다면, 전 당연히 빚부터 갚으라고 했을 겁니다. 그럼 저도 그래야지요…

실수 때문에 돈이 모이다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그리 절약하며 사는 타입은 되지 못합니다. … 옙. 지름 욕심이 상당합니다. ㅜ_ㅜ 그렇다고 많이 버는 편도 못되고요. 어머님 용돈도 드려야하고, 작년에는 6개월동안 일해주고 업체가 망해서 한 푼도 못받았던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빨리 대출을 갚을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학자금 대출 이자가 (그나마) 싸다는 핑계를 대며, 만기일까지 끌고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저절로(?) 갚을만한 돈이 모이더라구요. 시작은 늘 그렇듯, 실수-때문이었지만.

…응? 실수로 돈이 모일수도 있냐구요?
예, 저도 생각 못했는데, 실수로도 돈이 모이더라구요..

1. 돈 들어오는 통장과 돈 나가는 통장이 분리되다

제가 저지른 실수는, 돈이 들어오는 월급 통장 사본을 회사에 잘못 제출한 것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한 은행에 일반적으로 쓰는 통장과, 예전에 동호회 회비 관리용으로 만들어뒀다 이젠 쓰지 않는 통장 2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통장 사본을 제출해야 하는 날, 실수로 -_-; 동호회 회비 관리용 통장을 복사해서 -_-; 회사에 제출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통장이, 현금 카드도 없고, 온라인 거래도 신청해 놓지 않은 통장이었던 겁니다.

졸지에 돈 들어오는 통장과 돈 나가는 통장이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예전에 「4개의 통장」에서 읽었던 내용도 생각나고 해서- 이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은 가급적 건드리지 말고 놔둬보자-했는데… 하다보니, 정말로 안 건드리게 됩니다…는 뻥이구요. 해외에 나갈 때 결국 몇 번 건드렸습니다. ㅜ_ㅜ

그래도 신기하긴 신기한 것이, 돈 들어오는 통장과 돈 나가는 통장을 갈라놓으니, 벽이 생긴 탓인지, 조금씩 돈이 모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2. 가계부를 작성하다

돈 나가는 통장이 따로 있다보니, 통장에서 돈이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좀 언짢아지고, 이 나가는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종이 가계부가 아니라 인터넷 가계부입니다. 가계부를 쓰다보니 돈을 쓰는 제가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번 달엔 어디에 돈을 낭비했는지, 어디에 충동 구매를 했는지, 어디에 생각보다 많은 돈이 나갔는지… 생각보다 필요없는 것에 돈을 꽤 많이 쓰고 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이런 식으로 가계부는, 없는 살림을 관리하게 만드는 지도가 되어줍니다. 넌 여기까지 왔고, 지금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3. 거치 기간을 짧게, 원금과 함께 상환하다

또 하나 도움됐던 것은 학자금 대출 빌릴 때, 별 생각없이 거치 기간을 짧게 잡고 원금과 함께 상환하겠다-라고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거치 기간이 짧고 원금과 함께 상환하면 좀 부담됩니다. 몇만원씩 이자만 내면 되던 것이 몇십만원씩 나가게 되니까요. 그런데 그런 부담이 빨리 갚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어찌되었건 2년간 계속 원금을 조금씩 갚았더니, 어느새 원금이 천만원 이하로 줄어들어있었습니다. 그러니 이 정도면 얼른 갚아버리자는 생각이 들고, 돈을 모으는데 좀 더 신경쓰게 만들어 주더군요.

이상입니다. 제가 돈을 갚을 수 있었던 것, 또는 학자금 대출을 갚을만큼 돈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세가지 방법의 도움때문이었습니다. 돈 들어오는 통장과 나가는 통장을 분리할 것, 가계부를 쓸 것, 빚은 원금과 함께 갚아나갈 것.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기왕 모을 거였으면 정기 적금이라도 들어두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프리랜서들은 경제 상황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쉽게 이런 것에 가입할 생각을 잘 못합니다.)

실수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어쨌든 결과는 좋게 끝났습니다. 돈을 모으면서도 그리 부족하지는 않게 살았습니다. 돈 많으신 분들이 보면 우습겠지만, 지금 저는 이 정도라도 잘했다-라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기분입니다. 텅빈 통장은 여전히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이젠 흑자 인생이 될 수 있겠죠?

… 물론 어쩌면, 연애 같은 것을 안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릅니다. OTZ

* 사회 초년생분들에게, 재테크 이전에 아래의 책을 먼저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개인이 돈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기초적인 것들을 배우실 수 있으실 거에요.

4개의 통장 –
고경호 지음/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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