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이 기사에 담긴 내용을 보고 확인한 몇 가지 사실입니다.
1. 생각보다 적었던 공동구매 블로그
개인적으론 네이버 블로그등에서 공동 구매등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던 터라,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7개의 블로그만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적죠?
게다가 과태료 부과된 4개 블로그(문성실(문성실의 이야기가 있는 밥상), 베비로즈(베비로즈의 작은부엌), 오한나(마이드림의 행복한 요리), 이혜영(요안나의 행복이 팍팍))를 제외하면 실제 거둔 수익도 미미한 수준(…박효선님의 ‘그녀가 머무는 곳’ 블로그에서 밝힌 내용을 보니, 수수료 수입 2만 6천원…)
…이래서야 블로그 해서 어디 먹고 살 수 있겠습니까(웃음)
아, 그래도 먹고 살려면 역시 와이프로거 밖에는 길이 없다는 것도 왠지 증명된 것 같습니다….;;;;
2. 공정위 선정 파워 블로거 숫자는 1300여명
이번 조사에는 공정위 기준(?)에 따라 선정된 파워 블로거들에 대해 전수 조사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정위에서 선정(?)한 파워블로거는 네이버 786개(네이버 파워 블로거), 다음 449개(다음 우수 블로거). 이건 또 생각보다 많지만… 생각해보니 네이버에서 애시당초 선정했던 파워 블로거 숫자가 1100여개였었지요..
이 분들에 대해선 국세청에서도 세무 조사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결과는 나중에 공개되겠지요. 그렇지만 위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니, 걸려도 결국 저 네 분일 것 같은 예감이…-_-;; (공정위가 2만6천원 수익을 거둔 블로거까지 공개한 것을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3.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거래 규모와 중계행위 수수료
거래 규모도 생각보다 훨씬 커서 놀랐습니다. 수익률이 낮긴 하지만, 매출액 158억이면 어지간한 대형 로펌, 또는 뽀로로…-_-;가 벌어들이는 매출 규모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블로그 공동 구매를 통해 2~10% 수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덕분에 탑-_-; 블로그 2분의 수익은 … 자영업자 수준 이상을 넘어섰습니다.
문성실님의 경우 약 5.6%의 수익으로 8억 8천만원 정도를 순수익으로 남겼습니다. 공동구매 한 건당 약 6천만원 정도가 팔리고, 334만원 정도의 수익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특이한 것은 베비로즈님. 의뢰업체수도 적고, 진행한 공동구매 횟수도 문성실님의 1/3에 지나지 않는데 수익은 7억 6천만원(수익률 13%).
… 재밌네요.
블로그 중계를 통해 이 정도로 상거래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조금 놀라운 일입니다. 국내나 해외나, 대부분의 유명 블로그들은 일종의 미디어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론 블로거 = 작가, 저널리스트-의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유명 블로그들은 나중에 커뮤니티나 전문 미디어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거래 중계로 이 만한 수익이라니… 조만간 학계(?)에 새로운 유형의 블로그로 등장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직접 판매 모델로.
4. 모든 상거래 행위는 룰을 지켜야 한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상거래 행위에는 불법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세금이 부과되거나 각종 소비자 보호 규정을 지킬 의무가 없다고 여겨졌습니다. 원래 개인간 중고 거래 등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에 나온 인식입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과태료 부과는 앞으로 카페, 블로그등에서 상거래 행위가 일어날 경우, 각종 소비자 보호 규정을 지켜야 함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상거래 행위를 할 경우 그냥 블로그, 카페가 아니라 ‘통신판매업자’가 되는 겁니다.
통신판매업자로써 카페·블로그형 쇼핑몰 운영자가 지켜야할 의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 통신판매신고의무, 신원정보 등 각종 정보의 표시·고지의무
- 청약철회에 협조할 의무
- 구매안전서비스 가입의무 등
뭐, 애시당초 쇼핑몰등을 차려서 해야할 일을 블로그 하나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발생한, 일종의 혼란-으로 보고 있습니다. 쇼핑몰로 이어지는 단순 링크등만 제공했어도 됐을 일을, 실질적으로 본인들이 중계 행위를 하면서 수수료를 받았으니…
사람의 얼굴을 한 쇼핑몰?
솔직히 블로그로 논문까지 썼던 사람 입장에서, 이런 대규모의 거래가, 비록 탑4(?)에 한해서지만, 이뤄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제가 그동안 블로그-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관점을 조금, 바꿔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앞으로, 보다 본격적으로, 쇼핑몰형 블로그가 등장할지도 모르겠구요.
…사실 이런 부분들은 초기에 네이버-에서 제재를 했어야 하는 문제인데, 안했습니다. 문성실님도 제재안한 마당에, 사업자 등록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쇼핑몰형 블로그를 직접 운영한다고 하면(콘텐츠 제공 + 상품 판매 모델), 이제와서 네이버에서 제재하기엔 꽤 민망해지긴 하겠군요. 베베로즈 법이라도 만들려나…
이러니 어떤 분이 최근 ‘공동구매가 블로그의 미래다’라고 계속 주장하고 다니셨던 것도 이해는 갑니다. 모 님이 ‘저는 블로그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라고 적으셨던 것도 이해가 완전히 되었구요. 사람의 얼굴을 한 쇼핑몰. 좋잖아요? 잘 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경우 그 블로그는, 미디어로서 가질 수 있는 리스펙트-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블로그를 미디어로 만들고 싶었던 사람들만 피를 보다
사실 이런 신종 사업이 생기게 된 이유는 뻔합니다. 네이버등의 포털 사이트 중심의 인터넷 사용 습관과, 그 포털과 암묵적인 짝짝쿵 아래 포털은 콘텐츠를 제공받고, 사업자는 검색을 통한 유입자를 제공받을 수 있어서 만들어진, 일종의 카르텔-인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의 공범자(?)는 여전히 해당 블로거와 포털 사이트인 셈입니다.
…하지만 포털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그로 인해 자신들을 변화시킬 생각도 별로 하지 않겠지요.
때문에 이번 과태료 부과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진 않습니다. 그저 이번 기회를 통해 이런 온라인 카페, 블로그 형태의 통신 판매업이 재정비를 하는 계기-정도는 되겠지요. 다만 공정위에서 말한 것처럼, 상업 활동을 하는 카페나 블로그는 그런 곳임을 명백하게 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부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지는, 다르게 볼 문제이겠지만요.
…뭐 어쨌건, 리스펙트나 신뢰를 키워서, 블로그를 미디어의 한 유형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분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빅엿을 드신 셈이 되었습니다.
* 개인적으론 이번에 함께 제재를 받은 카페 명단-을 확인하고 싶은데, 그건 어디서 알 방법이 아직 없네요. 공정위 홈페이지에도 안나와있고…
* 현재 네이버에는 781만개, 다음에는 850만개의 카페가 운영중이며, 카페, 블로그에서 거래되는 량은 전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약 10%를 차지할 것으로 공정위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 잘못하면 개그 밸리로 보낼뻔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