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기업가 정신, 그것을 이미 실행한 28명의 기업가들 – 비즈니스 씽커스

0. 안철수가 기업가 정신에 대해 이야기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그가 말하는 기업가 정신이란, 진정한 기업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정신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기업가란 무엇일까. 그에 대해 안철수는 이렇게 대답한다.

“진정한 기업가란 기득권에 만족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 또 그런 일들을 누구 지시에 따라 또는 월급을 받고 행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겨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어느 대기업 사장님이 중요하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투자 결정을 스스로 못하고 대기업 오너로부터 결정을 받아 일을 수행한다면 그는 진정한 의미의 기업가가 아니다.”

– 2009년 10월, 시사in 주최 ‘거꾸로 희망이다’ 강의에서(링크)

말은 쉽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꿈은 언제나 현실에서 이뤄진 것을 보고 자라는 법. 실제로 이뤄진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저 번지르르한 말로 끝날 뿐이다. 그런데, 있다. 의외로 그런 사람들은 많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1. 『비지니스 씽커스』는 그런 사람들을 소개한 책이다, 이 책에는 28명의 비지니스 사상가들이 소개되어 있다. 비지니스 사상가라고 하니 뭔가 거창하지만, 대부분 그냥 기업가들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그냥 기업가가 아니다. 이들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 그것을 통해 성공함으로써, 당신의 삶을 바꿔버렸다.

스티브 잡스는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팀 버너스리는 웹을 만들어냈으며, 구글의 세르게이와 래리는 검색으로 세상을 바꿨다.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는 워크맨을 통해 우리가 음악을 듣는 방법을 바꿨다. 이런 IT 형 기업가들뿐만 아니다. 이케아의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우리 거실의 풍경을 바꿨고, 아니타 로딕은 사회적 기업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는 커피숍을 커피 파는 곳 이상의 곳으로 바꿔놨다.

우리가 부정적으로 여기는 현대 사회의 풍경도 이들에게 힘입은 바 크다. 샘 월튼은 월 마트를 만들어냄으로써 마트 중심의 소매 유통 사업 모델을 선보였고, 이로 인해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붕괴했다. 맥 도날드의 레이 크록은 또 어떨까? 미디어가 얼마나 편파적일 수 있는지를 증명한 루퍼트 머독은 또 어떻고?

…물론 최악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또는 거기에 호출당한 사람은 잭 웰치다. 그는 스스로가 반성했던 것처럼 ‘주주가치’라는 어리석은 가치가 기업의 목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수시로 정리해고 당하는 고용불안의 세상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데에 기여했다. 괜히 한국 기업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비지니스 구루가 잭 웰치인 것이 아니다.

2. 그렇지만 이 책은 이 28명의 옳고그름을 논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현대 사회에 영향력을 강하게 미치고 있는 비지니스 사상가들을 찾아, 그들이 어떤 것을 제시했으며, 어떻게 성공했는 지를 담담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과장하지도 않고, 좋은 점만 늘어놓으며 칭찬하지도 않는다. 이 사람들중 많은 사람들을 저자는 직접 인터뷰해본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잘한 것과 비판 받는 것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대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보고 얻어가기를 원한다. 이들이 성공한 공통점을 꼽으라면 매우 간단하다. 추진력이 있었고, 위험을 감수할 줄 알았으며, 약간의 행운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것만 빼면, 이들의 공통점을 꼽기는 매우 어렵다. 늦은 나이에 성공한 사람도, 이른 나이에 성공한 사람도 있다. 비열한 사람도 있고 정직한 사람도 있으며, 성격 좋은 사람도 있고 진짜 깐깐한 사람도 있다.

…아참, 대부분의 경우, 동료를 꽤 아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동료가 아니라 회사 직원이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대부분 한가지 사업에 집중했다. 한국처럼 여기저기에 손벌린 사람은 보기 어렵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 밖에는 정말 모두 다르다. 모두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거기에 집중했고, 운좋게 성공했다.

3. 안철수의 기업가 정신에 공감하고, 그에 걸맞는 모델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은 보물처럼 여겨질 것이다. 문체는 담담하지만 경쾌하고, 생각보다 꽤 재밌다.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정신없이 펼쳐지는 바람에, 현대에 영향을 끼치는 많은 주요 기업가들의 이름을 한번에 다 찾아볼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인물 소개에 한꼭지씩 인물들의 핵심(?)만 요약정리해 준 것도 좋았다.

기업가를, 또는 새로운 사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겠다. 원한다면 괜찮은 아이디어를 꽤 많이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람 이야기를 좋아하거나, 가벼운 지식 놀이용으로 읽어도 좋겠다. 하지만 사업에 관심없는 사람에겐 그냥 여러 인물들의 인생을 다이제스트처럼 정리해놓은 것처럼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꽤 몰입해서 읽었다.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론 현대의 광고 사업 모델을 만든 데이비드 오길비(매드맨의 실제 모델!)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조지 소로스의 사상(?)도 공부하고 싶어졌고, 셈코라는 기업에 대해선 자세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 책이 나온 이후 이 책의 기업가들이 어떻게 됐는 지를 생각해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평범한 인생(?)을 살기 싫은,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스티브 잡스(애플) / 리처드 브랜슨(버진 그룹) /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 제프 베조스(아마존닷컴) / 세르게이 브린 & 래리 페이지(구글) / 팀 버너스 리(월드와이드웹) / 아니타 로딕(더바디샵) / 레이 크록(맥도날드) / 루퍼트 머독(뉴스코퍼레이션) / 피터 드러커(경영학자) / 잉그바르 캄프라드(이케아) / 오프라 윈프리(방송인) / 샘 월튼(월마트) / 메리 케이 애시(메리케이 화장품) /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 데이비드 오길비(광고계의 아버지) / 멕 휘트먼(이베이) / 마크 주커버그(페이스북) / 하워드 슐츠(스타벅스) / 잭 웰치(GE) / 마이클 델(델 컴퓨터) / 톰 피터스(경영컨설턴트) / 리카르도 세믈러(셈코) / 허브 켈러허(사우스웨스트항공) / 앤디 그로브(인텔) / 로만 아브라모비치(사업가) / 조지 소로스(펀드 매니저) / 모리타 아키오(소니)

* 리카르도 세믈러(셈코)의 파트는 한번 꼭 읽어봐주길 바란다. 여러가지로 정말 흥미로운 인물이고, 기업이었다.

* 누가 한국 사례도 좀 써줬으면….

비즈니스 씽커스 –
라이머 릭비 지음, 박선령 옮김/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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