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폰 3.0에게 거는 기대와 불안감

LG에서 새로운 스마트폰을 발표했다. 무려 프라다 3.0이다. 프라다와 2년간 협의끝에 만들었다는 일명 명품폰. 그런데 시장 반응은 프라다에 맞춰져 있지 않다. 그냥 딱 2가지로 나뉜다. 블랙 UI가 예쁘다 vs 스펙이 심심하다.

사실 나오리라고는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었고, 어떤 폰으로 태어나느냐가 중요했다. 알다시피 지금 스마트폰 시장은 여전히 커져가고 있지만, 보이지않는 장애물에 걸려있는 상황이다. OS의 선택폭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킬러앱이라고 할만한 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능적 혁신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이 표준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보면 단순히 하드웨어의 발전에 따라 자동반사적으로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오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 상황에서 LG는, 좋게 말하면 자신이 잘하는 것, 나쁘게 말하면 조금 매너리즘에 빠진 선택을 했다. 바로, 디자인이다. 그리고 프라다와의 협의를 통해, 그 디자인의 가치를 부풀렸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제품이 과연 프라다 스마트폰으로 받아들여질까, 아니면 프라다 UI를 가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받아들여질까?

▲ 미안하다. 나 프라다 3.0 UI 보자마자 이 폰이 먼저 떠올랐다.
벤큐에서 만든 컨셉 디자인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명품이냐 아니냐-의 차이이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그만큼의 댓가를 지불할 마음이 생기는가 아닌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프라다폰-으로 인식되는 순간, 이 폰은 지위재가 된다. 이 폰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연결된다. 어떤 폰도 이 폰을 대체할 수 없다. 프라다폰은 그저 프라다폰일 뿐이다.

반면 프라다 UI를 씌운 안드로이드폰으로 인식되는 순간, 이 폰은 다른 폰과의 비교 대상으로 전락한다. 뒤떨어진 스펙에 프라다 UI를 얹었다는 이유만으로 훨씬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정당한가 아닌가? 라는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그런 폰으로. 예전 프라다폰은 그것을 몇가지 차별점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1.0은 UI와 풀터치라는 기능으로, 2.0에서는 프라다 링크로.

▲ 프라다의 다양한 악세사리들

프라다 3.0 역시 마찬가지다. 이 폰에서는 프라다폰만의 디테일한 디자인과 더불어, 다양한 악세사리를 제공한다. 처음에 프라다폰 상단을 보고 조금 놀랐다. 아이쿠, USB 접속단자 덥개를 이렇게 처리하다니!하고- 이 USB 단자 덥개는 의외로 많은 폰들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남겨진 부분이기 때문이다.

▲ 그래. 이번에도, 가죽 느낌의 프라다폰 후면을 보면서
초콜렛폰의 가죽 케이스를 떠올렸다..-_-;

악세사리 역시 마찬가지다. 블루투스 헤드셋도 예쁘지만, 이어폰도 괜찮겠지만, 눈이 끌린 것은 프라다폰을 위한 충전용 크래들이다. 오직 프라다폰을 가진 사람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악세사리들중에서도, 충전 크래들은 특히나 눈에 띈다. 이거, 예쁜데다, 왠지 실용적으로 보인다.

▲ 프라다3.0폰의 충전용 크래들

▲ 그 와중에 이런 것을 떠올렸다고 욕하진 말아달라.
아이리버 클릭스의 충전 겸 스피커 크래들

그런데 여기에 아직 확인되지 않은 문제와, 예상 가능한 문제가 또 존재한다. 확인되지 않은 문제는, 사용자들에게 어떤 사용경험을 가져다 줄 것인가-하는 부분이다. 솔직히 블랙 UI는 예상보다 흔하다. 그런데 이 UI 디자인이 어떤 경험을 사용자들에게 안겨줄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비슷한 것은 많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특별한 것으로 각인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을 안겨줘야만 한다. 아니면 훨씬 쾌적한 느낌을.

예상 가능한 문제는, 아무리 예쁜 UI 디자인이라도, 다른 앱을 사용하는 순간, 그냥 똑같은 안드로이드 폰으로 전락한다는 것. 아니, 그 앱을 깔아서 아이콘을 같은 화면에 놓고 비교만해도, 그런 폰으로 변신(?)해버리고 만다. 동일한 OS를 사용한 스마트폰의 숙명이다. 이런 부분들을, 과연 제대로 처리했을까? 아니면 화면에는 그냥 프라다폰에서 제공해주는 아이콘과 UI 만을 늘어놓고 즐겨야 하는 걸까?

뭐, 그래도 상관없다. 어쨌든 프라다폰은 프라다폰이다. 그 가치를 인정할 사람은 살 것이고, 아닐 사람은 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폰을 실제로 만져보지 못한만큼, 섵부른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LG전자가 스마트폰 분야에서 활짝, 부활하고 싶다면, 겨우 그 정도에 멈춰선 안된다.

단순히 UI가 예쁜 비싼 명품폰이 아니라, 실제로도 좋아할 만한 폰. 그래서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폰을 만들어먀 한다. 전용 악세사리, UI 디자인, 폰 디자인, 이렇게 3가지는 일단 갖췄다. 하지만 거기서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과연 그건 무엇일까? 아니, 과연 그런 것이 가능할까?

프라다3.0폰이 사치가 아니라 가치임을 보여주는 그 무엇. 바로 프라다의 철학이 관통된 휴대폰. 오래 만나도 싫증나지 않는 친구 같은 휴대폰- 그런 가치를 증명해줄,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때서야 프라다폰은 프라다폰이라 불릴 가치가 있다. 부디, 그런 것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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