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 다쓰베이더, 불편한 진실 – 이동통신 3사, LTE 광고 전쟁의 승자는?

원빈과 신민아가 씩 웃으며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특이하게도 앞면이 아니라 통신사 로고가 박혀있는 뒷면이다. 스타워즈의 다쓰 베이더는 화장실 앞에서 쩔쩔매다가 워프를 한다. 개그맨 황현희는 갑자기 전국을 돌며 불편한 진실을 말하겠다고 한다. 같은 LTE 서비스를 둘러싸고 만들어진 광고도 포인트가 제각각이다. 하지만 같은 것이 있다. 서로 표정은 다르지만 은근슬쩍 또는 대놓고 상대를 찌르며 공격한다. 이동통신 3사의 제4차 광고 대전이 발발한 것이다.

내 기억으론, 과거 이동통신사들은 3번의 광고 전쟁을 치룬 적이 있다.

  • 첫 번째 전쟁은 1997년 한국통신(현 KT, 016), 한솔(018), LG(019)등의 PCS 사업자가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에 벌어졌다. 전쟁의 포인트는 통화품질. PCS 사업자들은 당시 SKT(011), 신세기통신(017)등의 기존 이동통신사업자와 맞붙기 위해 통화품질 우위론을 들고나왔다.
  • 두 번째 전쟁은 2004년에 소규모로 벌어졌다. 당시 새롭게 도입된 ‘번호 이동’ 제도로 인해 뺏길지도 모르는 가입자를 지키려는 전쟁이었다.
  • 세 번째 전쟁은 2009년 스마트폰 도입과 더불어 시작됐다. 스마트폰 도입으로 인해 데이터 요금 가격, 무선 인터넷 데이터 품질이 문제시되자 와이파이존과 무제한 요금제를 둘러싼 광고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시기다.

1차 대전 이후 한국이통통신 시장의 절대 강자는 SKT였다. 이후 신세기통신과 합병하면서 점유율 50%를 항상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다른 이통사들의 패자였을까? 아니다. 인수 합병을 통해 역사속으로 사라진 017(신세기), 018(한솔)을 제외하면, 전쟁 결과는 모두에게 이익이었다. 2차 광고 대전과 3G 이동통신도입까지만 해도 전체 가입자 수를 계속 늘려나가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3차대전 전후부터는 상황이 변했다. 휴대전화 가입자수가 한국 인구보다 더 많을 만큼,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자기 가입지를 지키며, 상대방 가입자를 뺏아와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KT가 3차 대전에서 선제적으로 아이폰을 출시하며 공격적으로 나선 것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LGU+가 치고 나왔다. 광고 카피가 무려 ‘속도의 차이가 역사를 바꾼다’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LGU+는 광고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한 적이 거의 없다.

역사를 바꾸다 vs 현실을 넘다

이동통신 3사는 각각 내보내는 광고 메시지가 서로 다르다. KT는 주로 발랄하고 젊은, 재미있는 광고를 많이 한다. 상대방인 SKT를 늙은 이동통신사로 끌어내리고, KT의 관료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함이다. 대표적 광고인 SHOW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다쓰베이더를 내세운 광고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반면 SKT는 명품과 생활을 내세운다. 다른 통신사와 비교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한석규의 스피드 011 광고나 현대생활백서 시리즈가 좋은 예다. 스스로를 명품이라고 포장한다. 이동통신=SKT이며, 그러니 어떻게 활용하는 가가 중요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한번도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이동통신사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다.

그럼 LGU+는? 요금이다. 이제까지 LGU+는 저렴한 요금을 원하는 젊은층이 주공략대상이었기에, 광고에서도 개별 서비스와 저렴한 요금제를 내세우는 광고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가장 색깔 없는 광고를 만들어왔었고, 실제로 LGU+에서 진행했던 광고중 기억나는 광고를 꼽기가 힘들다.

그런 LGU+가 이번엔 시작부터 포문을 열었다. 자신들이 역사를 바꾸겠다고 말한다. 사실 예전부터 LGU+는 이 전쟁을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몇 년 동안 속앓이를 크게 했기 때문이다.

LGU+의 반격, 시장이 흔들리다

정부에게 세계 시장에서 뒤떨어진 3세대 동기식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그 사업권을 반려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2.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던 LGU+는 그 때문에 많은 핍박을(?) 받았었다. 해외에서 출시된 최신형 스마트폰도 사용할 수 없고, 무선 인터넷 속도도 많이 느렸던 탓이다. 때문에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해야할 하위 사업자가 가입자 유출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소극적인 전략을 쓸 수 밖에 없었고, 한때 스마트폰 시장 점유률 6%라는 굴욕적인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LGU+가 선택한 답이 바로 3G 서비스 없이, 4G LTE 서비스로 바로 이행하는 것이었다. 2011년 7월 SKT와 LGU+가 동시에 LTE 서비스를 개시했을 때, LGU+만 유일하게 전국에서 사용이 가능했던 것은 그런 이유다. 그리고 이 서비스를 통해 LGU+는 만년 3위에서 LTE 1위로 다시 태어나려는 야망을 펼치기 시작했다.

반면 SKT는 LTE 서비스를 LGU+와 맞춰 시작하면서도 처음 표정은 느긋했다. 아직 LTE망을 완전히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사실이고, 비싼 LTE 요금제가 사람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SKT는 천천히 가고 싶었다. 느긋하게 ‘현실을 바꾸다’라는 슬로건 아래 ‘LTE는 속도가 빨라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하는 조금 한가해 보이는 광고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때 LGU+는 속도도 빠른데다 전국망이다-라는 포인트를 잡아서 강하게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다. 계속 SKT에게 시비를 걸었다. SKT의 LTE 서비스가 당시 LGU+가 사용하는 주파수보다 반밖에 안되는 점을 끄집어내 ‘2배 빠른 LTE’라며 공격적으로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SKT는 조금 천천히 나가려고 했더니 LGU+가 공격해 들어오는 바람에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자신들의 무기, 명품을 다시 한번 끄집어 들었다.

KT의 참전, 다쓰베이더의 망신

현재 LTE 광고 대전은 이동통신사들끼리 서로 한수씩 주고 받는 양상이다.

SKT에서 ‘뒷태를 보라’라고 한 것은 어차피 4G도 SKT가 넘버1이 될 것이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PETA, 고객서비스, 다양한 단말기 등 여러 가지 명품에 대한 이유를 대지만, 결국 SKT가 넘버 1이란 이야기다. 생활백서 형식의 광고도 만들었지만 실제로 우리가 자주 보는 것은 명품LTE. 결국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여전히 SKT가 최고고, 끝에는 다 SKT를 쓰게 될 것이란 자존심.

그랬더니 LGU+에서는 불편한 진실을 보라고 반격한다. 뒷태가 같다고 다 같은 LTE 서비스가 아니라고, 대놓고 네거티브 캠페인을 집행해 버린 것이다. 그리곤 이제 자신들이 진리라고 말한다. OZ 시절 ‘오즈가 진리’ 캠페인을 다시 옮겨온 것 뿐이지만, 이번엔 실제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뒤늦게 KT가 LTE 광고대전에 참전했다. 사실 늦어도 보통 늦은 것이 아니다. 이미 SKT와 LGU+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끼어든 셈이 되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KT가 내세운 것은 용병 다쓰베이더. 전형적인 KT 스타일의 유머러스한 광고로, KT의 LTE는 워프하는 것처럼 속도가 빠르다-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아무도 KT가 이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 다쓰베이더 광고는 화제가 됐지만, 그 광고가 무엇에 대해 말하는 것인지를 모른다는 것. WARP 시스템 때문에 KT의 LTE 서비스가 더 좋다는 이야기지만, 사람들에겐 그저 오줌 마려워 안절부절하는 다쓰베이더의 모습만 기억에 남았을 뿐이다.

SKT의 반격은 성공할 것인가?

결국 LTE 시장은 SKT vs LGU+ 의 양강 구도로 고착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방통위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말까지 국내 LTE 가입자는 196만명 수준으로, 그중 SKT가 약 100만명, LGU+가 약 85만명이다. 시장 점유율 51%인 SKT와 18%인 LGU+가 LTE 서비스에선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별 지분이 지각변동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에 SKT의 가입자는 927명 늘었고, KT는 3만2천241명의 가입자가 줄었으나 LGU+는 3만1천314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SKT의 강력한 마케팅 능력을 고려해보면, LGU+는 굉장한 기세로 선전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그럼 앞으로 이 전쟁은 어떻게 끝이 날까? 사상 처음으로 통신사들의 시장점유율이 달라지는 결과가 벌어질까? 두고봐야한다. 지나친 광고는 후유증을 남긴다. 벌써부터 광고와 실제 서비스가 다르다라는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정말 지각 변동이 시작될 지도 모른다. 지난 10여년동안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지각 변동이.

하지만 아직은 전초전이다. 진짜 전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SKT는 아직 실력행사를 하지 않았다. SKT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전쟁에 나서기 시작하면 아주 재밌어 질 것이다. 물량을 이길 전쟁은 없다. 그때가 되면 KT도 가만있지는 못하리라. 앞으로 계속될 이 전쟁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뭔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 아레나 옴므 4월호에 실린 글을 다시 편집해 게재합니다.

* 근데 현실은 보조금 싸움 + 통신사들 못해먹겠다고 징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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