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맥북프로와 iOS6, 애플이 원하는 미래는?

역시 애플 키노트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보는 것이 제맛입니다. 열정과 흥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차근차근 따져봐야 지름신의 손길에 걸려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무튼 자다깨보니 제 타임라인이 장난 아니더군요. WWDC 2012 키노트를 기점으로 애플! 애플! 애플! 로 가득했던 지난 밤의 풍경들. 그 환호성을 뒤로한채, 조심스럽게 따져봅니다.

이번 WWDC 2012 발표 속에 드러난, 애플의 속내는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애플이 만들고 싶은 미래는?

오버스펙의 차세대 맥북 프로 발표가 말하는 것

오버 스펙. 이번에 발표된 차세대 맥북 프로, 그러니까 맥북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사양을 처음 본 심정이 딱 이랬습니다. 256GB까진 이해하지만 512GB의 SSD나, 15인치에 2880×1800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는 오버 스펙이 맞죠. 아이패드와는 다릅니다. 아이패드는 주먹 2~3개(20~30cm) 정도의 거리에서 보는 아이니까요. 하지만 노트북 사용시 노트북과 사용자 눈과의 거리는 짧게잡아도 주먹 4개, 보통 주먹 6개(60cm) 이상의 거리가 있습니다.

그 거리에서 2880×1800 해상도면,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사용시 일부러 화면을 크게 보여주는 기술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아니면 너무 작아 깨알처럼 보이죠. 물론 눈이 좋으면 상관없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대부분 안경 끼신 분들일걸요? 게다가 엄청난 가격이 붙어 버렸습니다. 200~300만원이면 일반인용 제품이라고 볼 수 없죠.

…한마디로 이 제품이 꼭 필요해서 구입해야만 하는 사람들. 이 제품이 꼭 필요한 사람들. 개발자나 아티스트(?)를 위한 플래그쉽 모델입니다. 이 정도면 17인치 맥북 프로를 충분히 대체할만 합니다. 거기에 데스크탑인 맥 프로 역시 새롭게 일신했습니다. 평소처럼 일반용/전문가용-으로 맥북 프로의 용도를 완전히 갈라놓은거죠.

그럼 애플의 컴퓨터 라인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요? 이번 차세대 맥북 프로의 출시에서 제가 유추하는 전망은 아래와 같습니다.

  • 맥 미니는 사라질 것이다 : 맥북 에어가 나타나면서 맥 미니는 점점 존재 이유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가장 빠르게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는 합쳐진다 : 일반 소비자용 노트북 라인 역시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512GB SSD가 보편화되기 시작한다면, 굳이 라인을 나눌 이유가 없어집니다. 다만 시간은 좀 걸릴 것 같습니다.
  • 아이맥은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 전문가용이 아니라면 PC는 한 집에 1대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미디어 허브로서의 기능도 점점 약해지고 있구요. 그렇다면 디스플레이를 하나 장만하고, 거기에 맥북을 연결해서 쓰는 것이 더 편하죠. 장기적으로(?) 봤을때 아이맥 라인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맥북 프로 살 가격으로 아이맥을 사겠다! 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을 거라 보기에, 당장 없어지리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애플은 점점 컴퓨터를 ‘생산성 도구’쪽으로 특화시키시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웹서핑, 사진과 동영상 편집, 이메일답장, 영화 보기등을 굳이 컴퓨터로 다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따라서 라인업 자체도 정리되어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원치않게 종류가 꽤 많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역할은 아마, 아이폰/아이패드가 맡게될 것입니다.

SIRI, 사람들은 손에서 아이폰을 뗄 수 없게 될까?

사실 개인적으로 이번 WWDC2012 키노트에서 눈여겨 봤던 것은 ‘SIRI’와 패스북, 그리고 페이스북 내장입니다. 물론 한국어 siri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영미권에선 조금 다르죠. 그리고 애플은 이번 키노트에서, 단순히 음성인식 비서-정도로 생각했던 siri를, 그 이상의 것으로 만들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건 siri의 음성인식 기능에 그만한 신뢰를 부여했다는 말인데… 일단 키노트에서는 SIRI를 이용해 차량 운행중 정보를 얻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확대된다면? 굉장히 많은 제품과 애플 기기들을, siri라는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를 통해 연결하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아이폰은 그들 제품의 두뇌가 되는거죠.

예를 들어 요즘 얘기가 많이 나오는 애플TV에 이 기능이 접목된다고 생각해 보죠. 애플 TV의 핵심기능으로 아이폰과의 자동 연동이 들어가고, SIRI를 통해 애플 TV 조작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요즘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뭐야?”, “닥터진이 시작하는 시간이 되면 알려줘”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 하나만 추천해줘” … 뭐 이런 식으로요. 만약 이게 된다면, 다른 UI고 뭐고를 떠나서 애플TV 최고의 킬러 기능이 될 겁니다.

물론 아직까진 못믿을 일이긴 합니다만… 이 기능을 통해 애플 제품을 손에서 떼고 살 수 없게 된다면, 충분한 투자를 고려해 볼 만은 할겁니다. 이건 사람들의 삶의 패턴 자체가 바뀌는 것을 말하거든요. 이제까지 사람은 사람과의 대화나 저장된 자료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어왔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죠. 그런데 그게 음성을 통해 일상적으로 자료를 찾는 수준으로 바뀌는 겁니다. 말은 글쓰기보다 훨씬 편하고, 빠르거든요. (하지만 아직까진 제 망상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뀌는 미래를 보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습니다. siri의 데이터 베이스안에 사람이 갇히는 꼴이라서요)

아이폰, 완전한 모바일 지갑?

또 하나, 앞서 말했듯 패스북과 페이스북 내장에 대해서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패스북은 여러가지 티켓이나 할인카드들을 하나에 모아서 관리할 수 있는 앱입니다. 조금 갑작스럽게 나타났죠. 그래서 전, 이 앱을 애플이 모바일 결제 시장을 노리기 위한 포석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사실 모바일 결제 시장을 노리고 있는 회사는 한둘이 아닙니다. 돈의 흐름을 잡는 셈이니까요. 애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와중에 나온 이 앱은, 처음에는 영화티켓, 비행기 티켓, 스타벅스 포인트 카드등으로 시작하겠지만… 그게 익숙해지면, 곧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진화할 겁니다.

지금 모바일 결제 시장 확대를 가로 막는 것은 불편함과 불안감. 하지만 지갑없이 아이폰만 가지고 나와도 불안해지지 않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또는 신용카드 한 장과 아이폰만 가지고 나와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아주 자연스럽게, 아이폰을 생활 필수품처럼 사용하게 되는 거죠.

여기에 페이스북이 결합된다고 생각해 봅시다. 페이스북은 최근 타임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라이프타임 서비스로 변신해가고 있습니다. 즐겨듣는 음악, 함께본 영화와 음식, 행복했던 순간등을 모두 기록해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로요. 여기에 ‘소비 생활’은 우리 삶에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음식을 먹고 아이폰으로 결제하면서 “이 음식점을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추천하시겠습니까?”란 알람 메시지를 받는 세상에서 살게될 지도 모릅니다. 물론 추천을 해주시면 다음번에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드립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말이지요.

구글이 없는 세계

마지막으로, 애플은 이번 키노트를 통해 구글이 없는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보였습니다. 아직은 기본 검색을 구글로 잡아놓고 있지만(구글은 미국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중국판 사파리에서 기본 검색엔진이 바뀐 것처럼, 점점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이 아닌 SIRI에 의존하는 형태로 바꿀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글 지도도 쫓아냈고, 구글플러스 내장은 생각도 안하죠.

간단히 말해, 애플 생태계내에서, 구글의 존재를 점점 사라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애플에서 관리하고 컨트롤하는 새로운 형태의 웹(siri!)을 탄생시키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너무 부풀린 것 아니냐구요? 맞아요. 좀 부풀렸습니다. 위에서 추측한 모든 것들이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점점 애플의, 애플에 의한, 애플을 위한 스마트 생태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 글에서는 안다뤘지만, 여기에 아이클라우드를 통한 공유기능까지 추가하게 되면 어느 정도는 완성됐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죠. 과연 제 예상이 맞을까요 틀릴까요?

다른 의견 있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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