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늘(6월 30일), 옵티머스 뷰-의 업데이트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ㅜㅜ 하루종일 옵티머스 뷰의 업데이트를 기다리다가 지친 맘으로, 옵티머스 LTE2 이후, LG 전자가 가야할 길에 대해 잠깐 적어보려고 합니다.
옵티머스 LTE2, 기본이 된 스마트폰
한달동안 옵티머스LTE2를 쓰면서 신기했던 것은, 불만스러운 부분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카메라-_-에 대해선 조금 불만이 있지만 크게 모자란 수준은 아니고, 발열 경고 문제는 펌업으로 해결되었고… 스마트폰 상단이 오래쓰면 따뜻해지긴 하지만 그래서 못쓰겠다-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이 부분을 빼면, 나머지는 LG가 왠 일로? 라고 할 정도로 많은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잘 눈에 띄이지 않는 많은 곳-주소록 사진, 잠금화면 UI, 배터리 성능, 드라이버 내장 등등-까지 개선이 이뤄져서, 그동안 LG가 소프트웨어 개선에 힘을 쏟은 것에 확연히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좋은 반응들을, OS 업데이트를 통해 다른 폰까지 사용가능하도록 해주고 있는 것도 좋은 변화구요(2011년에 출시된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ICS 업데이트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이제까지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본기에 충실해왔다면, 지금부터는 그 기본기를 넘어서는 뭔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람들이 ‘와우!’라고 외치는 그 어떤 무엇. 그런 것이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요?
관심의 경제학, 그리고 와우 이펙트
얼마전 열린 애플의 개발자 컨퍼런스, WWDC 2012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그 맘 때쯤 흘러나온 루머가 있습니다. 아이폰5를 이번에 발표하지 않고 가을에 발표할 것이란 것. 뭐 애플에 대한 루머야 항상 산더미 같으니 루머 자체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그 루머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앞으로 애플이 이벤트를 봄과 가을로 정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그 루머에 따르면, 이번에 아이폰5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개발이 덜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가을에 발표해야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진짜인지 아닌 지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그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토머스 데이븐포트의 『관심의 경제학』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21세기 스마트 기기 전쟁에서 ‘관심’이 가지는 위치는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경제 불황이 계속될수록 사람들이 돈을 쓸 때 점점 신중해지게 됩니다. 스마트 기기들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스마트 기기는 좋고 나쁨을 떠나서 있는 지조차 알 수 없게 됩니다.
…사실 작년의 3D TV 논쟁도, 이런 관심사가 되기 위해 만들어진 논쟁에 가까웠죠.
그동안 애플은 만지는 순간의 경험을 통해 ‘와우!’라는 찬사를 이끌어내며, 스마트 기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애플이 만들어놓은 시장에 구글과 다른 전자기기 회사들은 그 대항마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면서, 하나의 드라마틱한’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다시 관심을 증폭시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스마트 기기 시장입니다.
LG는 만들어낼 수 있을까?
차별화를 통한 경쟁은 오래전에 시작됐다
이런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그동안 LG는 뭘하고 있었을까요? 뭐 별 것 있나요. HTC 등과 함께 보급형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로 자리매김했지요. 인정하든 아니든 그것은 분명한 현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애플과 삼성을 우선적으로 놓고 생각하고, 다른 회사들은 기타 등등에 가깝습니다. 한국에서는 조금 나은 편이긴 하지만….
달리 말해, 이제야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진 스마트폰을 내놨다는 것은 칭찬이 아닌 욕일지도 모릅니다. 한국만 따져도 스마트 기기 시장이 열린 것이 2009년 말부터인데, 2012년이 되어서야 두말할 것 없이 권할만한 스마트폰을 내놨다는 것은, 자랑스러워할 것이 아니라 반성해야할 일이죠.
…그리고 그 사이, 다른 회사들은 또다른 ‘와우!’의 순간을 노리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LG가 해야할 일은 분명해 집니다. 그리고 아마 이미 연구하고 있을 거라고… 굳이 믿어보겠습니다만- 단순히 기본기를 갖추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이 사랑할만한 요소를 만들어가는 것. RIM의 블랙베리는 엄지 키보드가 있었고, HTC는 독자적인 UI가 있었으며, 때론 남들보다 뛰어난 스펙을 이용한 회사도 있었습니다. 애플은 UI와 더불어 풍부한 앱 생태계를 자랑하고 있죠. 거기에 음성인식을 이용한 지능적 검색, 보다 뛰어난 카메라, 독자적인 앱 제공등을 통한 차별화를 계속 모색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LG 스마트폰의 와우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이 와중에 LG전자는, 옵티머스 LTE2를 넘어서, 과연 어떤 폰을 만들어내야만 할까요? 사실 말이 쉽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카메라 성능등의 개선이야 당연히 진행하고 있을 것이고(지금, 그리고 향후 SNS의 핵심 요소입니다.), 차별화된 기능이나 앱을 만들어내는 일도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OS는 구글의 것이고, MS는 아직 전망이 안보이는 시점이니, LG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와우!’포인트는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
…전 여기서, 과감히 하이엔드 전략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응?)
많은 사람들이 요구할 거에요. 애플처럼 최고의 폰 하나만 만들어서 팔아야 하지 않겠냐고. 그게 수익도 많이 남고 LG전자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겠냐고. 그런데 그건 1등, 2등 업체나 가능한 전략입니다. 솔직히 인정하죠. LG전자는 스마트폰에선 아직까지 변두리 업체입니다. 그럼 변두리 업체가 가져야할 전략은 비슷한 기능이면서도 값싼 폰을 만들어내거나, 틈새 시장을 공략하거나, 보통 둘 중 하나입니다.
이러면 다시 파편화 문제가 등장하면서, 그 많은 폰들을 다 어떻게 OS 업그레이드 해줄 거냐-하는 문제가 등장하겠지만- 안되면 하지 않으면 됩니다(응?). 이제 구글 안드로이드 OS의 수준도 어느 정도 이상으로 올라섰습니다. 아직까지 남은 문제는 많지만, 마이너 업그레이드라면 몰라도 메이저 업그레이드까지 꼭 해주겠다고 약속할 필요는 없을 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하드웨어가 발전하면서 OS도 그에 발맞춰가기 때문에, 다 해줄수 없는 것도 사실이구요. (… 쓰고보니 도발적인 제안이군요.)
대신 LG전자만의 새로움이 필요합니다. 카톡폰이 못나올 이유 있습니까? 아니면 에버노트폰은요? 전용 스캐너까지 함께 나온다면 대박일겁니다(많이 팔린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실버 계층을 위한 스마트폰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구요. 점점 집에서는 PC없이 스마트폰만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요즘, 그런 트렌드에 맞춘다면 기획할만한 폰들도 꽤 많이 있을 거에요. 아예 학생들용으로 스마트폰 조립 키트-를 내놓을 수도 있겠죠. 굳이 통신사 눈치를 보지 않고도 말이죠.
물론 제안입니다. 저라고해도 이러면 LG 스마트폰이 반드시 성공한다! 라고 예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매순간 새로운 시도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뭔가 새로운 폰을 만드는 회사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는 있을 겁니다. 지금은 스마트폰 자체가 주목받고 있지만, PC와 마찬가지로 앞으론 스마트폰도 결국엔 그걸 이용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결국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겁니다. 과연 그때 사람들이, LG 스마트폰을 선택하게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전 분명히 그 질문에, 옵티머스 LTE2를 넘어서 LG전자의 스마트폰이 가야할 길이, 관심 받을 수 있는 길이 숨어있다고, 믿습니다.
* …그러니까 옵티머스 뷰 업그레이드 좀 빨리 올려달라능..(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