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칼로 책을 잘라 북스캔을 해봤습니다

커터칼로 책을 잘라 북스캔을 해봤습니다
사실 스캐너를 샀을 때만 해도, 책을 스캔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집에 있는 자질구래한 게임 매뉴얼, 논문, 그런 것들을 정리해 놓을 생각이었죠. 그런데 의외로 그 스캔 작업이 빨리 끝났습니다. -_-; 빠른 스캐너가 있는 것이 좋긴 좋더군요. 비싼 돈 주고 산 스캐너를 하루이틀 사용하고 놀리기는 뭐하고... 그래서, 책스캔을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도구는 커터칼. 재단기까지 살 이유는 없을 것 같았고... 북스캔할 대상으로 선정된 도서는 주로 아래와 같습니다.

  • 자료로 남기고는 싶지만 보관할 생각은 들지 않는 책들
  • 많이 낡은 90년대이전 서적들
  •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은 예전 전공 서적들

한마디로 버리기는 아깝고 가지고 있기도 아까운 그런 책들.

▲ 일단 테스트용으로 선정된 책은, 알라딘에서 보너스로 온
철학 카페가 사랑한 시들

▲ 책 커버를 한번 접어서 흠을 내준 후, 커터칼로 쓱쓱 잘라줍니다.

▲ 잘 잘리면 이렇게 본드 막대와 낱장으로 분리된 책이 남게 됩니다.

▲ 프로그램에서 PDF 만들기로 셋팅해주고
스캐닝하면 끝

그런데... 사진은 잘 나왔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웃음). 수십권을 스캔했는데, 초반에는 꽤 많이 고생했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도, 북스캔 업체에 맡긴 것보다는 좋지 않습니다.

▲ 스캔 파일을 PDF로 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 하지만 두 장을 겹쳐보면...(눈물)
제가 쓰는 스캐너 프로그램에선 자동 크롭을 켜놓고 스캔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덕분에 이런 모양새가 연출됩니다.

▲ 하지만 일반 서적은 깔끔하게 스캔 되는 편입니다.

제가 커터칼로 북스캔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절대 재단 부위가 깔끔하게 되는 것을 기대하진 말 것.
  • 재단 부위가 깔끔하길 원하면 대형 재단기를 살 것
  • 사진책등은 스캔해도 깔끔하게 잘 안나옴
  • 잘려진 낱장이 혹시 붙어있진 않은지 반드시 확인할 것
  • 두꺼운 책은 100페이지 정도로 나눈 다음 잘라낼 것
  • 한번에 스캔을 위해 셋팅하는 종이는 30 페이지 정도가 적당. 그 이상이면 잼 현상이 심해진다.
  • 자를때 1cm 정도 너비로 잘라내도 괜찮음.
  • 커터칼은 좋은 것으로 선택하고, 날을 자주 갈아줄 것
  • 한번에 2번 이상 칼로 긋지 말 것.

사실 북스캔은 딜레마가 있는 작업입니다. 책을 폐지로 만드는 작업이나 마찬가지라서 갈등도 좀 되고, 아깝기도 합니다. 중간에 스캔이 잘못되면 눈 앞에 깜깜해지기도 하구요. 그래서 대상을 고를 때 가급적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하고 나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우선 책을 읽기가 좀 쉬워집니다. -_-; PC로 볼 때는, 화면을 큼지막하게 확대해서 볼 수 있거든요. 책장에 여유 공간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 여유가 있으시고, 공간이 비좁은데 책이 너무 많은 분들은, 한번쯤 북스캔을 고려해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전 대학원 다닐때 사뒀던 원서들을 다 북스캔으로 정리했습니다. 읽지도 않으면서 버리지도 못하겠던 책들, 이렇게 정리하니 맘이 편하네요...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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