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를 사고 싶지 않은 진짜 이유

1. 아이폰5, 과연 언제 출시될까요? 나올듯말듯 하면서도 안나오는 것이, 구매 대기 소비자나 통신사들이나 다들 마음 졸이고 있을 것 같은데… 아무튼, 지난 일주일간 계속 아이폰5가 나오면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그러시듯, 저도 이번달에 약정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난 달만해도 당연히 아이폰5를 구입한다-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굳이 구입안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게 그냥 결정할 일이 아닌 겁니다.

…아, 미리 이야기하지만, 이 글은 거창하게 “왜 아이폰을 사지 말아야 하는가!”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철저히 개인적인 얘기입니다.

2. 매년 4/4분기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 해에 썼던 금액을 점검해보고, 반성하며, 이렇게 살지 말자 ㅜ_ㅜ하고 후회하는 것. 그렇게 가계부를 정리하다 화들짝 놀란 것이, 올해 10월까지 통신비로 200만원이 넘는 돈을 지출하고 있었습니다. 매달 20만원정도 낸다-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막상 직접 눈으로 보니 상당히 속이 쓰리더군요.

물론 저는 폰을 좀, 여러가지 이유에서 많이 쓰는 편이긴 합니다. 당장 폰만 해도 LGU+하나 KT 하나 헬로 모바일 하나. 그리고 3G 태블릿 PC와 와이브로 하나. 거기에 KT 집전화에 LGU+ 인터넷 전화까지. 아주 전화기를 주렁주렁 매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 LGU+가 매달 74000원정도, 아이폰이 매달 76000원 정도고, 아이패드1이 50000원. 헬로 모바일이 17000원. 여기에만 벌써 매달 21~22만원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와이브로 월 1만원 제외)

비싸죠? 예, 비쌉니다. 그나마 연애할 때는 통화라도 많이 했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연애안할 때는 무료 통화 시간이 남아돌아갑니다. -_-; 그래서 괜히 길바닥에 돈을 버리는 기분까지 든다니까요.

3. 그런데 아이폰5를 쓰면, 지금보다 돈이 더 나갑니다. -_-; 이게 아이폰5를 포기하게된 가장 큰 이유였는데… 위 76000원이 55000원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폰 할부금 붙어서 나가던 돈이었거든요. 그런데 LTE폰을 하게되면, 무제한 요금제가 없기에 실질적으로 62 요금제를 써야 합니다. 그래도 어찌보면 모자라죠 -_-; LTE폰에선 은근히 데이터를 많이 쓰게 되거든요. 빠르니까.

보조금이 얼마나올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위약금 제도도 시행됐거나 될 예정이고…. 아무튼 이런 저런 조건을 다 빼도, 최소 8천원 정도가 추가됩니다. 그래서 매달 내야할 돈이 대충 월 84000원(물론 세금, 보험료 포함). … 하지만 아이폰4를 그냥 사용하면? 내야할 돈이 많이 줄어듭니다. 추가로 2년 약정 걸어서 할인 받는 것은 무리겠지만… 거기에 헬로 모바일로 USIM 칩 이동하면 월 16500원에 통화 150분 데이터 100M.

…8만원이 넘는 돈을 내면서 아이폰5를 사야만 하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그 이하 요금제로는 데이터 부족을 상당히 느끼게 될 것 같아요. 지금 LGU+ 6G 데이터 요금제를 쓰는데도 월말이면 데이터가 모자라서 허덕입니다.)

4. 돈만 더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요즘 애플이 정말 추하다, 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노회한 독재자라고나 할까요. 원 모어 띵이 사라진 예측 가능한 기업이 된 거야 이해하지만, 이번에 나온 아이패드 미니의 저스펙도 이해하지 못하겠고, 앱스토어 관리 정책이나 일방적으로 지도를 변경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겠으며, 지난 특허 전쟁때는 아주 학을 뗐습니다.

…뭔가 너희들은 주는 거나 받아먹어라-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듯한 기분?

물론 하드웨어는 좋습니다. 여전히 애플 제품은 HW와 SW의 멋진 궁합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하드웨어를 존재하게 만드는 다른 것들을 운영하는 정책은 ‘더럽습니다’. 절세(탈세?) 기법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맘에 안들고(링크), 지나치게 제조/부품 회사들을 쥐어짜는 방식도 마음에 안들고, 무조건 자신들이 결정한 것에 다른 이들이 따를 것을 강요하는 방식은, 별로 제 취향이 아닙니다.

이젠 다들 느끼고 있을 겁니다. 애플이 더이상 쿨-하지 않다는 것을. 삼성같은 관료 기업이랑 별로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뭐, 아니면 말고요. 하지만 저런 회사가 국내 기업이었다면, 당연히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애플이라고 좋게 봐줄 이유는, 없습니다.

5. 알고보면 쪼잔하게, 애플 제품의 커넥터를 라이트닝 커넥터로 갑작스레 바꿔버린 것에 대한 반감일지도 모릅니다. 제 방에 있는 독스피커, 제 책상의 애플독, 키보드독, 기타 독스탠드, 차량용 애플 충전독…등을, 아이폰5로 바꿀 경우 쓸 수가 없게되거든요. 이건 애플 제품을 충실하게 사용해왔던 사용자 입장에선… 정말 x 같은 일이죠.

그렇다고 라이트닝 커넥터를 장비한 주변기기가 많이 나온 것도 아닙니다. 애플은 관련 정보를 아직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댑터를 사면되지 않냐구요? 한 개에 4만원 짜리를, 꽂아도 안정적인 거치나 호환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그 어댑터를?

6.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폰4도 아직은 쓸만하다는 겁니다. 앱구동이 좀 늦고 카메라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아직 쓰지못할만한 제품은 아닙니다. 어차피 제 경우 사진은 이제 옵뷰2로 주로 찍고, 앱구동이 늦은거야 버틸 수 있으니까요. 아직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이 녀석을 바꾸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요?

…아니 어쩌면, 아예 이 녀석을 없애고 아이팟 터치로 갈아타버리는 것도 고려중입니다. 요즘은 사실 항상 쓰는 몇몇 앱을 빼면 거의 음악듣기 용으로만 쓰거든요.

7. 최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전체적인 가계 통신비가 너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통신사는 제조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제조사는 통신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그러면서도 계속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제도는 시행되고 있습니다. 최신폰을 쓰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통신사들의 일방적인 결정을 계속 감내하면서 최신폰을 써야할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이것저것, 잡생각이 참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아무튼 아이폰5는 안사게 될 것 같아요. 통신비가 비쌀 것으로 보이고, 무제한 데이터가 없는 LTE라 받는 스트레스도 좀 있고, 주변기기도 호환되지 않고, 요즘 애플 하는 짓도 맘에 들지 않고… 그래서입니다. 한때 정말 좋아했던 회사였는데, 애정이 바뀌니 미움이 되나 봅니다.

이래놓고도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인지라, 또 실물을 보게되면 흔들릴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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