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인생 반전, 서칭 포 슈가맨

1. 인생은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도록 시원하게 뚫린 대로가 아니다.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때로는 막다른 길에서 좌절하기도 하는 미로와도 같다. 그러나 믿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개척한다면 신은 우리에게 길을 열어 줄 것이다. 그 길을 걷노라면 원하지 않던 일을 당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A.J.크로닌

2. 서칭 포 슈가맨. 이 영화를 착각 속에서 봤습니다. 미국에서 크게 히트한 제3세계 음악가를 찾아가는. 뭔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같은 느낌의 영화라고 지래짐작하며. 음악가는 멕시코 원주민 같은 외모입니다. 그리고 백인 남자들이 나와 왜 그 음악가를 찾게 됐는 지를 설명합니다. 영어를 합니다. 아, 그 음악가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살고 있는 거구나-하고 또 지래짐작합니다.

…영화는 남아공 사람들이 미국 음악가의 전설을 쫓아가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제가 얼마나 편견 덩어리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런 저랑은 상관없이 영화는 계속 그 음악가의 뒤를 쫓습니다.가사를 분석하기도 하고, 웹사이트를 만들기도 하고, 돈의 흐름을 쫓기도 하면서. 그리고 예상하고 있을 반전이 등장하는 순간, 영화는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둥, 제 심장이 떨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3. 인생 최대의 감동은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컨대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예전에는 결코 할 수 없다며 포기했던 일을 지금은 할 수 있다니, 이만한 감동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과거의 내가 그랬으니 미래의 나도 그럴 것이라는 발상으로는 그런 감동을 절대로 자기화할 수 없다. 나는 미지의 존재이며, 앞으로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은 빛을 발하고 충만해지는 것이며, 또한 영원해지는 것이다. – 마루야마 겐지, 소설가의 각오 중에서

4.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성공을 하기 위해선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최소한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선 이렇게 저렇게 해야한다-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쓸데없는 위로도 많아요. 괜찮다. 원래 그렇다. 다들 그렇게 산다. 조금만 있으면 더 좋아질거다. 해드 그만 안해도 그만인 위로의 말들.

하지만 어쩌면, 누군가의 삶은, 그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이뤘는가가 아니라, 어떤 자세로 삶을 대해 왔는가, 삶을 살아왔는가로 평가받아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여기, 영화속에서 찾은 음악가가 있습니다. 참 괜찮은 노래를 만든 음악가이면서, 노동자입니다. 참 열심히 삶을 존중하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나중에 알게된 어떤 기적. 남아공에서 대히트친 그의 앨범은, 그의 인생에 놀랄만한 반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딸의 말대로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결코 “구름위를 걷지 않”았습니다. 그는 남아공에선 음악가로 라이브 콘서트를 하고, 미국에 돌아와서는 막노동꾼의 삶을 이어갑니다.

5. 이 세상을 위해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나 그렇게 할 수 있고, 그것이 가능한 장소를 찾아내는 법이지. 그걸 찾아내지 못하는 사람은 게으름뱅이나 겁쟁이가 아니면, 인생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인간이야.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가길 원하지. 그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삶은 결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야금야금 그를 삼켜버리지 않을 거야…. – 고리끼, “이제르갈리의 노파” 중에서

6. 묵묵히, 어떤 댓가나 칭찬을 바라지 않으며 걸어갑니다. 그는 어쩌면 실패한 삶을 살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장의 앨범은 거의 팔리지 않았고 라이브도 실패, 남들이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건물 잔해 뒷처리 일을 맡으며 살아온 음악인. 그러면서도 때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대변하고, 밑도 끝도 없이 시장선거에도 출마했던 괴짜.

그렇게 바지런히 삶을 걸어온 그의 모습이 언뜻언뜻 스크린에 비칠 때,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닌 내 삻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됩니다. 뭔지 모를 따뜻함이 가슴을 스치며 지나갑니다. 비오는 일요일 밤이 행복해졌습니다.

7. 이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들께, 이 영화를 권합니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내 삶이 비루하게 느껴진다면, 백마디 말보다 좋은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 겁니다. ost를 구할 수 없는 것이 슬플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국적은 스웨덴입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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