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기능은 보잘 것 없습니다. 카카오톡은 당연히 안되고 웹서핑이랑 SNS, 앵그리버드 같은 게임을 겨우 즐길 수 있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다른 스마트폰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저렴합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런 말도 할 수 있습니다. 그 가격에 웹서핑이랑 SNS, 앵그리버드 같은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아프리카와 인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스마트폰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저렴한 스마트폰이 필요해진 이유
시리즈40의 진격에 충격을 받았다면 당연히 농담이겠지만, 모토로라에서도 모토G라는, 179달러짜리 스마트폰을 내놨습니다. 24개월 약정에 179달러가 아니라, 약정없이 179달러입니다. 사양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퀄컴 1.2GHz 쿼드코어 프로세서에 4.5인치 720p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카메라는 500만 화소이고, 8G/16G의 내장 메모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색상도 빨강, 파랑, 노랑, 하양의 4가지 후면 커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모토로라뿐만이 아닙니다. 삼성은 갤럭시 미니와 골든, 메가란 이름의 저가형 스마트폰을 이미 내놨고, LG 역시 L시리즈라는 보급형 스마트폰을 해외에서 팔고 있습니다. 중국의 애플이라 불리는 샤오미에서 내놓은 최신형 스마트폰 홍미-의 가격은 겨우 799위안으로, 한국돈 약 15만원에 불과합니다. 이렇듯, 이미 세상은 보급형 스마트폰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잠깐,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대체 왜, 백만원 가까운 스마트폰을 팔던 회사들이, 이런 저렴한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일까?
...정답은 하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스마트폰은 매스티지 전략을 써왔습니다. 버지폰-처럼 쉽게 가지기 힘든 초고가의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가지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승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최신 기능, 최신 사양을 가진 스마트폰인 것은 확실합니다. 삼성과 LG는 몇년전부터 아이폰을 따라가겠다며 여러가지 다양한 스마트폰보다 한가지 확실한 플래그쉽 스마트폰을 내놓는 것으로 전략을 정비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갤럭시S와 LG G시리즈입니다. 거창하게 출시 행사도 미국에서 열고는 했습니다. 가격도 100만원에 가까운 출고가를 제시했구요. 예전에 명품 전략을 사용했던 LG 프라다폰의 초기 출시 가격이 180만원대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100만원 정도의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_-; 아무리 최신형이라고 해도 보통 2년 쓰고 바꾸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비싼 가격입니다.
달라진 스마트폰 시장
그래서 안팔렸나요? 아닙니다. 국내에선 보조금이란 이름으로 세일을 하고, 24개월 할부(?)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24개월 할부, 얼마나 달콤한 유혹입니까. 사람들의 신상 스마트폰에 대한 욕망이 워낙 크니, 이동통신사에서도 최대한 많은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마케팅을 했습니다. 그러니 조금 부담되더라도, 어찌어찌 사람들이 다 가질 수는 있었지요.
거기에 신상 기간이 지나면 가격을 폭락시키기도 합니다. 버스폰, 택시폰이란 이름의 할부원가 1000원, 10000원짜리 폰들은 그래서 나온 이름입니다. 아무튼 아이폰에 맞서 안드로이드폰들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북미와 영국, 일본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안드로이드폰은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몇 년 지나자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올해 고급형 스마트폰의 예상 출시 댓수는 약 3억 8천만대. 작년에 판매된 고급형 스마트폰 출시량에 비하면 분명히 늘어났지만, 그 늘어나는 숫자가 예전만 못합니다. 2010년에는 전년 대비 89% 늘었던 것이 2011년에는 59%, 2012년에는 26%로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전년 대비 12%만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는 5%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구요.
반면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출하 예상량은 5억 8천만대. 전년 대비 6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1년에도 전년 대비 70% 성장하는 등 그 성장하는 속도가 무섭습니다. 거기에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의 판매도 감안해야 합니다. 중국에서 1500위안(27만원) 미만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86%에 달합니다. 애플은 아이폰5s 출시 이후 중국 시장에서 간신히 5위까지 올라갔지만, 여전히 중국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저렴한 안드로이드폰입니다.
...간단히 말해, 저렴한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한다면, 이제 죽습니다.
이월보다는 신상, 저가형 스마트폰도 충분하다
이쯤에서 다시 질문이 떠오릅니다. 저렴한 폰이 필요하다면, 이전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면 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그래도 됩니다. 애플에서도 아이폰4s를 단종시키지 않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계속 판매하고 있습니다. LG 옵티머스 뷰2는 저렴한 가격과 예쁜 디자인으로 여전히 한국 시장에서 상당히 인기를 모으고 있구요.
하지만 이런 대답은 또 이런 질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당신이라면 같은 가격에 이월 상품을 택하고 싶을까요 아니면 신상을 택하고 싶을까요? 기능적으로 별 차이도 없고, 생긴 것은 신상이 더 예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선택은? 어찌보면 슬픈 일이긴 하지만, 디지털 제품들은 예전 명품이 최신 보급형보다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저가형 스마트폰들이 단순히 가격만 저렴한 스마트폰인 것도 아니다. 다들 자기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모토롤라 모토G의 경우 구글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LG 옵티머스 L1 II의 경우 3.2인치 화면의 작은 스마트폰입니다. 기능은 대단하지 않지만 손바닥 안에 들어갈만큼 작고 예쁩니다. 가격은 단돈 10만원. 노키아 루미아 620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카메라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쉽게도 이 저가형 스마트폰들이 아직 한국에 판매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한국은 세계 넘버 1, 3위의 스마트폰 제조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며, 그래서인지 최신 플래그쉽 스마트폰에 대한 요구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페블릿에 대한 지지도도 높구요. 하지만 조만간 스마트폰 시장은 분명히 저가형 중심으로 이동합니다. 그렇게 변하는 가운데 특이하고 예쁜 스마트폰들도 많이 나올 것입니다.
....그 중 어떤 폰이 당신에게 어울릴지, 한번 기다려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