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LG 지패드 소셜 미디어 간담회때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개발자들을 계속 쫓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질문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다들 알고 계실 내용을 다시 한번 들었고, 그보다 많은 것에 대해선 아직 글로 이야기 하기가 좀 그렇습니다만… ^^;;
사실 LG에서 지패드를 내놓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태블릿PC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엔 약 1억 17천만대가 판매되었고, 2015년엔 3억 4천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시장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LG전자 입장에선 어떻게든 뛰어들긴 뛰어들어야할 시장이 된 거죠.
그런데… 그냥 뛰어들 순 없잖아요? 사실 G2 시리즈의 철학인 ‘사람에게 배운다’는 그래서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없는 카테고리의 제품이 나온 것은 아니고, 이제 어느 정도 써본 사람이 많으니, 그렇게 써본 분들이 불편해 하는 것을 해소하면 어떨까-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들은 것은, 태블릿PC 유저들이 항상 하고 있었던 질문들.
“너무 커서 휴대가 불편해요”
“무거워서 집에서만 사용해요”
“작아서 영화 볼 때 감흥이 없어요”
그런데 이 질문들이 서로 충돌합니다. 화면은 클수록 좋은데, 너무 크면 들고 다니기가 힘들어 집에서만 쓰게 됩니다. 역시 들고다니기 좋은 태블릿이 최고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작으면 스마트폰하고 뭐가 달라?란 질문이 나올 수 밖에요. 게다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스마트폰 기능을 태블릿에서도 사용하길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G패드는, ‘또 하나의 G시리즈’로 태어나게 됩니다. 8.3인치에 IPS 디스플레이, 한손 그립 가능한 최대 사이즈 126.5mm에 쉽게 스마트폰이 연동되며, LG만의 독창적 UX를 적용한 녀석으로. 거기에 질의 응답을 통해 알려졌지만, Q메모는 LG스마트폰과 G패드 사이에서 연결해서 편집이 가능하고, 새로운 QTV는 당분간 기능제한없이 사용 가능하며, 앞으로 LTE등이 들어간 모델이나 펜등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 정도.
알고보면 비밀 프로젝트, G패드 개발 후기
뭐, 모르고 있었던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 실은 그 전에, G패드의 디자이너분들을 인터뷰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MC디자인연구소 김현이 책임연구원과 차지연 주임을. 이때도 조금 놀랐던 것이, G패드가 어떻게 결정됐냐고 물었더니 대뜸 이런 대답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실은 무척 비밀스럽게 추진된 프로젝트였어요.”
예? G Pad 8.3이 깜짝 프로젝트였다고요? 눈이 똥그래져서 쳐다보는데, 답변이 이어집니다.
“아, 실은, 의도치 않게 비밀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네요. 시작할 때는 그렇게 시작한 것은 아니었는데, 출시 일정이 앞당겨졌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그럴 시간도 없이…(웃음)”
그렇습니다. 요즘 세상에선 ‘유출샷’이나 루머도 홍보의 일종. 어느 정도 완성된 다음에는 맛보기로 이런 저런 정보를 슬쩍 흘리거나, 테스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공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쨌든 다들 뭔가 나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대할 때 제품을 공개하는데, G Pad 8.3은 갑자기 딱-하고 공개된 것이 사실입니다.
“개발은 작년말 쯤 시작했어요. 일정이 상당히 빡빡했던 편이죠. 물론 스마트폰은 개발 노하우도 많이 쌓여 반년 만에 개발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패드 같은 경우엔, 흔히 만들었던 제품이 아니라서… 그런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빠르게 출시된 거죠. 최소 일정에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도 ‘세계적인 퀄리티’를 갖추고자 엄청 노력했습니다.
개발 일정은 최소로, 퀄리티는 최고로 …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어찌보면 조금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도 한 게 사실이지만… 아무튼 LG의 프리미엄 라인업G2 시리즈 전체가 경영진의 의지가 상당히 강하게 반영된 제품군이니까요. 저희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일단 G2 시리즈 전체가 그렇게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시장의 기회랄까- 그런 것이 강하게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 강한 의지가 없었으면 그 시간에 개발하기 어려웠을 거에요.””
G Pad 8.3, 사람을 향하다
그렇다면 G Pad 8.3의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요? 앞서 G시리즈의 철학이 ‘사람에게 배우다’라는 것인 것은 이야기를 했지만…. G패드의 경우 그게 좀 애매하긴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G 시리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특히 LG G2의 연장선 상에 있길 바랬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G2를 늘려놓은 거라면 그건 큰 스마트폰이지 태블릿PC가 아닙니다.
“맞아요. G2시리즈의 라인업을 완성하면서도, G2와 유사하지만 패드 자체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답니다. 그러니까, 세상엔 태블릿PC가 참 많잖아요. 그 중에서 G Pad 8.3은 어떻게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하고 고민했습니다.
크고 웅장하고 좋고 첨단이고 뭐 그런 것 보다는… 그냥 편안하게 쑬 수 있고 편리하게 쓸 수 있고… 그런 것들이요. G2는 첨단을 달리고 있다는 이미지가 강한데요, G Pad 8.3은 그것보다는 더 편안하고 심플한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느낌, 그쪽으로.”
G2와 닮긴 했지만 다른,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태블릿 PC. 그런 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요? 그런 것을 디자인에 ‘구체적’으로 반영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우선 뺄 수 있는 것을 모두 뺐습니다. 정말 모두 빼버렸어요. 디자인이 심플해서 일반적으로 양산 시에 발생하는 이슈 또한 크게 없이 쉽게 진행되었습니다. 대신 그렇게 뺄 수 있는 것을 모두 빼려는 노력이, 오히려 G Pad 8.3의 퀄리티를 높이는 한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맞아요. G Pad 8.3은 정말로 심플합니다. 그러니까 케이스 같은 것을 씌우지 않고 일명 ‘생 패드’로 들고다니고 싶을 정도로, 날 것이 가지는 심플함이 잘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뺐는 지가 궁금해 집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꿉니다. G Pad 8.3의 디자인이, 사람에겐 어떤 느낌으로 다가가게 하고 싶었냐고.
“편안함이요. 그러니까, 첨단의 느낌을 배제한 그런 말이 아니라, 그렇지만 나에게 쉽게 다가올 수 있는 UX를 담는 그릇 같은 것? 그런 것을 제품에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봤을 때 느낌이 딱딱하게 각진 느낌이 아니라 부드러운 라운드로 구성되어 있짆아요. 첫인상도 그렇게 부드럽게 다가가길 바랬습니다. G2의 맥락을 잇는 느낌도 있지만, 사람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어떤 벽이 되거나 둔하거나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이 싫었거든요. 보다 쉽게 나에게 다가올 수 있는 태블릿PC. 그렇게 보이고 싶었어요.”
이 대목에서 속으로 푸하하-하고 웃었답니다. 그러니까, 뭐라고 할까요. 그런 인상들 있잖아요. 웃는 눈이 반달이라, 웃는 모습이 예뻐서, 처음 봤는데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남자/여자들. 디자이너 분들은 G Pad 8.3을, 그런 친근하게 느껴지는 존재로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그 밖에도 사람에게서 많이 배웠어요. 소비자 조사를 해보니 다들 태블릿이 모두 무겁고 크고 한손에 안들어오고… 그런 것에 대한 불만을 많이 가지고 계셨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든 G Pad 8.3의 크기를 손 안에 들어오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부분들을 다 깍아낸 거구요. 손에 맞도록 수도 없이 많이 깎아보고 쥐어보며 디자인했답니다.
또 가벼운 것에 대한 요구가 엄청나게 많았거든요. 그래서 무게를 줄이기 위해 모노코크 방식으로 디자인했습니다. 항공기나 자동차 같이 가벼우면서도 연비를 올리는 기기들에 사용되는 방식인데요- 지패드는 뒷판이 단순한 껍데기가 아니라 본체를 구성하는 뼈대입니다. 이렇게 뼈대를 바깥쪽으로 빼서 일체화 시키면서 외관도 미려하게 할 수 있었고, 강성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두께도 얇아졌구요.”
G Pad 8.3, 손 안에 들어오는 가장 큰 제품
이쯤에서 다시, 다른 질문이 떠오릅니다. 저는 디자인을 하기 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그 제품을 가지고 사용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면서 기쁨을 주는, 그런 디자인이 진짜 예쁜 디자인이라고. G Pad 8.3 디자이너들은 이 기기를 들고 있을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고 만들었을까요?
“멀티미디어 기기로 사용하는 것을 많이 생각해 왔어요. PC나 노트북을 대신하는 기기로. 그러니까 업무를 위한 기기가 아니라, 좀 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구요. 물론 다른 제품도 있긴 하지만… 7인치는 좀 작다는 느낌이었거든요.
7~10인치 사이의 나만을 위한 기기. 다들 그렇게 많이 쓰시잖아요. 보통 개인적인 용도로 메일 체크나, 자기만의(?) 동영상을 본다거나하는, 그런 프라이빗한 용도에 사용되지 않을까요? 사실 9인치급 태블릿PC는 지하철 같은 곳에서 보고 있으면 공용 기기처럼 되버려서(웃음). G Pad 8.3은 안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답니다.”
…자기만의 동영상이요? (웃음) 이 단어 뭔가 참신한데요? … 아무튼, 그러니까 개인과 공유의 중간 어디쯤, 개인적으로 사용하지만 너무 작진 않고, 시원하게 볼 수는 있지만 남들과 같이 보지는 않아도 되는, 그런 태블릿PC를 디자인하고 싶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포인트는 명확했습니다. 손 안에 들어오는 가장 큰 제품. 그 때문에 설계할 때도 노력을 많이 했구요. 솔직히 기존에 출시된 패드와는 다르게,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개선해주고 싶은 목표가 컸습니다. 태블릿PC 는 분명히 책상에 놓고 쓰는 제품들과는 태생이 다르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테이블에서 쓰기 좋은 제품으로 되어 있더라구요. 거기에서 벗어나면서도 성능이 놓은 제품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음, 그런 것이 기획자의 목표였던 것 같아요(웃음). 아무튼 디자인할 때 그런 것이 잘 통해서… 논쟁 없이 잘 진행됐던 것 같네요. 내부 조율할 때도 별로 이슈가 없었고”
그리고 남은 이야기
사실 이 자리에 다 적지는 못하지만, 그밖에도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뭐 눈물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건 나중에 기회 있으면 이야기하기로 하구요- 아무튼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저희가 제품을 디자인할 때, 한국 소비자 평균 손바닥 크기인 127mm를 기준 삼아 만들었는데요- 사실 사람마다 손 크기가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목업 디자인 만들어서 테스트하고 그럴 때, 농담 삼아 손 작은 사람 빠지라고도 하고(웃음) 너 때문에 화면 작아지잖아! 그런 식으로도 놀리고(폭소)”
“사실 골드 컬러로도 작업했었답니다. 저희가 트렌드 서칭도 하는데, 골드 컬러가 뜰 것이란 얘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만들고 놨더니 사람들 반응이 ‘양은 도시락이냐?’라서(웃음). 지금 시점에선 내도 반응이 괜찮을 것 같은데… 아무튼 여러 컬러로 수 십 가지를 만들었는데, 결국 처음 제시했던 대로 돌아왔네요.”
그리고 마지막은 제가 좋아하는 악세사리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LG 지프로 스마트폰 케이스만 4개 이상 산 악세사리 중독자…이기도 해서요. 지금 나와 있는 G Pad 8.3의 악세사리군이 꽤 부족하게 느껴졌었거든요.
“일단 거치대와 케이스가 같이 나왔구요. 악세사리는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중입니다. 가죽 제품도 고려하고는 있지만 출시 여부는 아직 논의 중이고요. 펜 같은 경우도 고려를 했었는데, 선택과 집중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펜을 넣어서 본체 크기를 키우느니 그냥 빼자고 의견이 모였거든요. 생각보다 펜을 안 쓴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 또 별도로 펜을 제공했을 경우 자꾸 잃어버리고 하는 문제도 있고… 그냥 손가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쉽고 심플하게-가 목표였으니까요.”
짐작하셨겠지만, 사실 전 이 부분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보다 좋은 악세사리 하나가 제품의 가치를 많이 높여주는데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다른 태블릿PC는 가로 모드가 기본으로 되어 있는 제품도 있는데, 가로 거치도 되는 그런 거치대를 내놓으실 생각은 없냐고. 전 이때까지만 해도 G Pad 8.3 거치대는 세로만 되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예? 가로 거치도 되는데요?”
그리고는 가로 거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게요… 으하하… 그러니까요…
뭘까요. 이 사기를 당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이 기분은;;
아무튼 마지막으로, G Pad 8.3이 어떤 제품으로 기억되고 싶은 지를 물어봤습니다.
김현이 : 아직은 태블릿 전성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작 단계도 아니잖아요. 진입기를 막 지난 같은 느낌. 그 시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태블릿이 되고 싶습니다. 다들 이 제품을 보면… 되게 화면 좋다, 크다, 그러면서 놀라거든요. 이런 제품이 아직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틀을 깨는 태블릿, 화면 크기와 휴대성을 같이 잡은, 기존의 틀을 깬 태블릿으로 기억되고 싶네요.
차지연 : 실루엣만 봐도 아- 이 제품이 G Pad 8.3이구나-하고 알 수 있는, 그런 태블릿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제품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사람에게 맞춰진, 그런 제품으로.
음, 왠지 이 대답은 미리 준비하고 오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