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는 미디어 소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 2010년 12월에 미디어스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백업 차원에서 블로그에 올려놓습니다.

아이패드가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구입해, 보름정도 사용하고 있다. 처음 며칠은 이것저것 앱을 찾아서 다운받는 재미에 빠져있었고, 남은 열흘은 이 아이패드를 가지고 노는 재미에 푸욱 빠졌다. 한번 완전히 충전하고 나면 10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는데, 하루 만에 배터리가 다 떨어지는 경험을 했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다.

쓰다보니 올해 초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미국 미디어 업계에서 환호성을 질렀던 것도 이해가 갔다. 이건 정말 콘텐츠를 가지고 놀기에는 딱 좋은 플랫폼이다. 책상 위에 모니터를 놓고 들여다보는 것과도, 작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던 것과도 전혀 다른 경험.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 정확히 그 사이에 아이패드는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들었던 생각. …과연 미디어 산업이 앞으로 현재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전혀 다르게 다가가게 될 미래 미디어

단순히 ‘사람들이 더 이상 미디어 소비에 돈을 쓰지 않는다’, ‘이젠 인터넷으로 신문 읽지 누가 오프라인으로 신문 읽냐’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건 이미 두 번 말하면 입만 아픈 일. 이제와서 ‘앞으로 사람들은 음악CD 대신 디지털 음원으로 음악을 듣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그렇다고 블로그나 트위터가 새로운 미디어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1인 미디어나 시민 참여형 미디어가 주류 미디어보다 더 떠오르게 될 것이다-라는 옛날 주장을 되풀이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게 봐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일도 ‘하고 싶어져야’ 한다.

현재까지 ‘매체 기자’들이 가진 가장 큰 장점도 거기에 있다. 어떤 것을 취재하기 위해 들일 수 있는 시간이 있고, 그렇게 시간을 들이면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회사가 존재한다는 점. 거기에 매체 기자-라는 이름 때문에 허용되는 사회적 영역.

기존의 1인 미디어론이 해결하지 못했던 지점이 바로 거기다. 기껏해야 구글 애드센스 등에 목매달고 사는 1인 미디어라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결국 대부분의 블로그나 트위터에서 기사를 자체 생산한다기보다, 생산된 기사를 전달하거나 비평, 해석하는 2차 생산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데, 사람들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이 바로 거기에 있다.

아이패드는 미디어 소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사람들의 대화는 대부분 수다, 그러니까 비생산적인 대화다. 수다의 대부분은 정보 공유(를 통한 위험 회피)와 존재(또는 관계) 확인을 위한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여겨진다. 사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글말로 나누는 대화도, 이런 입말 대화로 나누던 내용이 옮겨진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아이패드에서 미디어 소비는 이런 수다떨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아이패드를 통한 미디어 소비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하나는 웹사이트를 통한 검색 및 읽기, 이는 우리가 평소에도 컴퓨터로 많이 해오던 일이다. 다른 하나는 오프라인 잡지와 신문을 전용 앱을 통해서 읽기이고, 마지막 하나는 RSS 구독기를 통해 등록된 블로그나 언론 매체의 글을 읽는 것이다.

제공되는 형태에 따라 읽기는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뉘지만, 각각의 방식에서 제공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동일하다. 우선 당연히 읽을 수 있는 콘텐츠가 존재한다. 그 다음 ‘나중에 읽기’ 기능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공유하기’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나에겐 이런 식이다. RSS 읽기 기능을 제공하는 ‘플립보드’란 앱으로 등록한 RSS를 읽는다, 이때 읽기는 정확하게는 읽기가 아니라 흝어보기다. 그 중에 필요할 것 같은 정보는 ‘포켓’이란 서비스로 보내서 저장한다. 그리고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싶은 정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등을 통해서 링크 주소를 공유한다.

이런 과정이 아이패드를 통해서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정보를 흝고, 저장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손가락으로 한두번 톡톡 거리면 끝난다. 너무 손쉬워서 허탈할 정도다.

게이트키핑이 아닌 필터링 시대에서

현재 컴퓨터로 웹서핑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지 않냐고? 다르다. 참 많이 다르다. 읽는 기기가 다르니 읽는 느낌이 다른 것은 당연하겠지만, 손 끝에서 정보가 톡톡 튀며 움직이는 느낌은 컴퓨터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컴퓨터로 웹서핑하며 글 읽는 방식이 수많은 정보를 헤매면서 자료를 모아 펼쳐놓고 읽는 느낌이라면, 아이패드로 읽는 것은 정해진 몇 가지 루트를 통해 얻는 정보를 필터링해서 읽는 느낌이다.

이렇게 바뀌는 미디어 소비 습관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까? 솔직히 미디어 산업 자체의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더 빠른 정보 소비는 더 많은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거대 미디어 재벌이 해체되거나 하는 일도 쉽게 일어나진 않을 것 같다. 자본이 있으면 더 차별화된 더 많은 콘텐츠를 더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전업 콘텐츠 생산자라는 관점으로 봤을 때, 그것만으로도 가질 수 있는 힘은 크다.

하지만 정보의 영향력은 매우 값싼 것이 될 것이다. 생산되는 정보 중에서 많이 읽히는 정보의 갯수는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너무 많은 정보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정보가 더 필요한지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오히려 생산된 콘텐츠 자체에 접근하기보다 그것을 필터링해서 소개해주는 사람들이 내놓은 ‘정리된’ 정보만 접하려고 할 것이다.

반전은 여기에 있다. 여기저기서 모은 정보를 잘 걸러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정보통 역할을 하는 사람의 존재와 그들이 가지게 될 영향력. 이제까지 대중매체가 그런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 그 역할이 수많은 사람들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골라 어떻게 전달해주는 가에 따라 콘텐츠의 가치가 결정되는 시대는 이미 왔다. 어떤 사건이 보도되고 보도되지 않는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전달되고 공유되어 사람들 글말에 오르내리게 되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그런 시대에 이미 도달한 것이다.

아이패드는 그런 시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시대가 어느 쪽으로 갈 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유감이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말이 많아지는 시대는 언제나 혼돈의 시대였다.

* 이에 대한 뒷 이야기는 천천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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