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턴(1인 방송) 미디어 시대를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

싱글턴(Singleton), 한국에선 곧장 1인 가구로 소개되긴 하지만, 실제 의미는 ‘단독’, 그러니까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누군가의 라이프 스타일을 나타내는 단어로 쓰일 때도 있는데, 그럴 땐 좋게 말해 ‘현대적인 싱글 라이프’. 흔한 말로 ‘독신 귀족’같은 느낌으로 쓰입니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 존스가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바로 싱글턴입니다.

몇년 전부터 각광 받았던 인터넷 1인 방송 역시 싱글턴 미디어에 가깝습니다.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에는 작가, 연출자, 카메라 감독, 출연자등이 필요했다면, 인터넷 방송은 그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 PD, 출연자는 당연히 자기 자신, 카메라는 웹캠을 셋팅해서 해결하고, 방송은 티빙, 유튜브, 유스트림, 아프리카TV등의 서비스를 이용해서 방송합니다. 그것으로 실제로 ‘영상’이 다른 시청자들에게 공개되고, 보여집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들어나가는 1인 방송, 싱글턴 미디어의 시대.

▲ 지난 7월 서비스를 시작한 1인 미디어 방송서비스 ‘티빙쇼’

싱글턴 방송의 시대가 찾아오다

인터넷 방송의 꿈은 사실 아주 오래됐습니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절부터 존재했지요. 응답하라 1994 세대라면, 1990년대말~2000년대초 벤처 붐이 일던 시기, 수없이 많은 인터넷 방송국이 생겨났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때 인터넷 방송은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인터넷 방송과는 조금 다릅니다. 말 그대로 소규모 프로덕션이라고나 할까요. PD도 작가도 카메라도 스튜디오도 있는, 예전 방송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이 그냥 인터넷으로 옮겨온 형태였습니다. 당연히 돈도 많이 들고 유지 관리도 힘들었는데, 봐주는 사람도 수익 모델도 없었으니 금방 망했습니다.

그런 인터넷 방송이 1인 방송으로 다시 부활한 것은 2006년, UCC 열풍이 불면서부터입니다. UCC붐이 불게된 이유는 3가지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하나는 이때를 기점으로 한국 가구 인터넷 보급율과 PC 보급율이 80%에 근접하기 시작했다는 것. 짧게 말해 그때부터 인터넷을 사용못하는 집이 거의 없어졌다는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휴대폰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와 디지털 캠코더등이 대거 보급되기 시작해서, UCC를 제작하기가 쉬워졌다는 것. 마지막으로 포털 사이트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블로그등의 1인 미디어 역시 이런 사회적 전환을 기점으로 성장하게 되었죠. 구글이 유튜브를 집중적으로 밀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구요.

이후 한국에서는 촛불집회 현장의 라이브 생중계, 일본에서는 토호쿠 대지진 이후 유스트림 생방송 중계를 통해 인터넷을 통한 라이브 중계 역시 대중적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인터넷을 통해 라이브로 보고, 그것을 못본 사람들은 저장된 영상을 찾아보는 영상 보기 패턴이 굳혀지게된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때 붐을 타고 만들어진 서비스나 콘텐츠 제작자들은, 곧 매서운 풍파를 맞게 됩니다. 애시당초 비지니스 모델이 굳건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기에, 사람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사라지나 대체 어떻게 먹고 살아야할지 모르게 되어버린 거죠.

…그래도 궁하면 통하는 법이라, 이스포츠 게임 중계나 국내에 방송하지 않는 해외 스포츠 중계, 노하우에 대한 설명이나 시사 프로그램, 음악 UCC등을 통해 엄혹한 시기를 버팁니다. 그리고 이어진 팟캐스트 나꼼수의 히트와 유튜브를 통한 싸이의 강제 해외진출, 모바일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한 N스크린 서비스의 전면적인 등장은 한국 사회에서 이런 UCC 미디어들을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어주게 됩니다.

▲ 싸이의 강제 해외 진출(?)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줬습니다

비지니스 모델과 만난 싱글턴 미디어의 미래는?

사실 싱글턴 미디어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직 PD나 작가, 연예인 출신들이 그동안 픽픽 나가떨어지는 꼴을 우리는 숱하게 지켜봤습니다. 이 세계는 기존 방송 프로그램과는 다른 시스템과 정서가 존재하는 곳이라, 기존 미디어의 관습으로 접근했다가는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 세계입니다. 게다가 저작권을 비롯해 싱글턴 미디어의 진화를 가로막는 여러가지 장벽들이 숱하게 존재합니다.

여러가지 어려움을 돌파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어지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올려봤자 조회수 수십번에 그치는 것은 예사고, 한국에선 인기가 많아져도 ‘유명세’를 제외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 방송을 찾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지자,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고 있던 여러 기업들이 손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글로벌 리더인 유튜브는 CJ E&M과 손을 잡았습니다. CJ E&M은 글로벌 크리에이터를 선발하는 오디션을 개최하고, 그래서 선발된 인재들의 콘텐츠 유통과 마케팅을 돕겠나고 나섰습니다. 국내 UCC의 원조격인 아프리카TV는 아이템과 광고등을 통해 얻은 수익을 방송 진행자들과 공유합니다.

과연 이런 움직임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벌써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는 있습니다. ‘이효리의 X언니’와 ‘정준영의 비 스투피드’등의 프로그램이 스피카와 정준영 신곡 앨범 발매와 맞춰서 만들어진 TV 프로그램이란 사실은 다들 아실겁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꼭 인기가수(?)들만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가자!미소년단’과 신초이는 단 한명의 VJ를 동반하고 자비로 일본 클럽 투어를 다니며, ‘너의 곁에 있을게(링크)’라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내놨습니다. 가수 메이비는 티빙쇼에서 ‘라이프 로그’라는 일상 기록물을 방송했고, ‘뚜르 드 프랑스’라는 자전거 올림픽을 티빙에서 방영되는 해외 스포츠 중계 채널의 영상을 이용해 중계하신 분도 있습니다.

… 아직 확실한 비지니스 모델이 발굴된 것은 아니지만, 용기와 아이디어만 있다면, 그것을 실현시킬 기회는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 인기 유튜브 채널 운영자 Kjelberg

1인 방송, 새로운 미래를 꿈꾸다

물론 아직은 언더그라운드입니다. 유튜브 수익 탑1위인 Kjelberg의 추정 수입이 연 8억~85억원이라고 해도, 그런 수익을 내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설령 지금 그런 수익을 낸다고 해도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요? 그에 대한 해답도 없습니다. 이런 것은 아프리카TV 인기 BJ들도 마찬가지고, 많은 사람들은 싱글턴 미디어를 계단 삼아 공중파나 케이블로 진출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1인 방송은 전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하위 장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런 싱글턴 미디어는 점차 보편적으로 우리 라이프 스타일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굳이 오버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인기를 끌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왜냐구요?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게 많이 있거든요. 교육(노하우)과 재미, 그리고 오버 그라운드에서 다루지 않는 틈새 분야에 대한 리뷰가 1인 방송의 핵심 영역입니다. 지금은 게임이나 먹방, 미녀등의 콘텐츠가 선점하고 있지만, 아직 다루지 않은 영역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개인적으론 다양한 분야의 재능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방송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지원이 보다 풍부해지기를 희망합니다. 꼭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좀 인기는 없더라도 방송할만한 내용은 많이 있잖아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쪽은 해봐야 진짜 인기가 있을지 없을지 아는 분야란 말이죠. 하지만 누군가가 모델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뛰어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기업 입맛에 맞는 콘텐츠는 십중팔구 1인 방송에선 재미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번 해보고 돈 안되면(?)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은 의외로 널리고 널렸습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진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원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글로벌 리더나 오디션이나, 이런 형식이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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