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 앞에서 환호하는 현실 세계 사람들, 공연 문화를 바꿔놓은 IT

가장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할 것 같은 문화예술 콘텐츠가, 가장 IT 산업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이라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최근 ‘백 투 더 퓨처’를 비롯해 ‘영웅본색’, ‘아마데우스’ 같은 고전 명작 영화들이 극장에 다시 걸릴 수 있었던 것도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 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인데요. 느끼는 것은 아날로그의 향기이지만, 그 향기를 풍기게 해주는 것은 ICT 기술입니다.

요즘은 어떨 까요? 모든 콘텐츠는 이미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진은 말할 것도 없고 음원, 영상, 전자책, 웹툰 등등, 21세기의 문화 콘텐츠는 IT 기술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기술의 손길이 닿지 않을 것 같은 분야도 있습니다. 바로 공연입니다. 공연은 말 그대로 날 것, 눈 앞에서 사람들이 직접 연기하고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이라, IT 기술이 닿을 만한 곳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아시죠? 공연 문화 역시, 이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 그럼 지금부터, IT가 어떻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감성을, 새롭게 미래로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지를, 한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라이브 무대는 어떻게 정보기술과 만나는 가

먼저 동영상 하나 보고 가시겠습니다. 아래 영상은 지난 SXSW 2015에서 열렸던, 일본 그룹 퍼퓸의 라이브 무대 영상입니다. SXSW라는 행사의 성격에 어울리게, 일종의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활용한 무대인데요. 이 영상이 라이브 공연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프로젝션 영상과 가수가 실시간으로 반응하면서 무대가 계속 커졌다 작아졌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변하는 모습이 보이실 겁니다. 덕분에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컴퓨터 그래픽인지 진짜 라이브인지, 내가 지금 현실에 있는지 가상 현실 속에 들어왔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 이 무대의 매력인데요.

여기에는 2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하나는 미리 멤버들의 움직임을 3D 스캔해서 그에 맞게 컴퓨터 그래픽을 만든 것이고요. 두 번째는 다이나믹 프로젝션 매핑 시스템이라고 해서, 무대에 있는 반투명 스크린의 위치와 움직임을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추적합니다. 그래서 밑에서 영상을 쏘는 프로젝터가 스크린에 딱 맞춰서 실시간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러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스크린과 무대 영상이 맞아 떨어지게 되고,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기 힘든 그런 무대를 구현할 수가 있게 되는 거죠. … 덕분에 뒤에 프로젝션 매핑 없이 라이브한 무대는 뭔가 굉장히 저렴하게 보이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만..

홀로그램 앞에서 환호하는 사람들

이렇게 디지털 기술이 활용된 공연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IT 가 적용되는 부분은 크게 무대 장치, 음향, 무대 제어, 관객과의 상호 작용 이렇게 4가지 부분에 사용된다고 볼 수가 있는데요. 이중에서도 홀로그램, 그러니까 안경을 쓰지 않고도 볼 수 있는 3차원 입체 영상을 활용한 공연이 있다는 것은 많이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위에 보이는 영상은 지난 2013년, 일본에서 열린 하츠네 미쿠라는 보컬로이드의 실제 라이브 콘서트 영상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지요? 그런데 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수는 살아있는 가수가 아닙니다. 일종의 3D 캐릭터인데요. 가상 현실속 인물이, 홀로그램을 통해 진짜 가수처럼 공연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따로 있지 않겠냐-하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목소리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입니다. 원래 이 캐릭터 자체가 목소리를 합성해주는 소프트웨어의 대표 캐릭터였거든요. 그런데 캐릭터가 인기를 얻자, 아예 이렇게 아이돌 스타처럼 키워지고 있는 겁니다. 그걸 홀로그램으로 보면서, 사람들이 진짜 라이브 콘서트처럼 즐기고 있는 거구요.

… 지스타 2015에서 플레이스테이션 VR용으로 나온 가상현실 소프트웨어중에 하츠네 미쿠 라이브가 있었다고 했으니, 이제 진짜 뭐가 어떻게 뻗어나가고 있는 지도 짐작이 안가요. 가상을 현실로 끌어내고, 끌어낸 가상을 다시 가상 현실속으로 밀어넣고…;;

한국에서는 버추얼 콘서트라는 형식으로 홀로그램을 이용한 공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류 아이돌 스타들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홀로그램을 이용해서 상영하고 있는데요.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근처에 지드래곤, 빅뱅, 싸이, 투애니원등의 홀로그램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케이라이브라는 전용 공연장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사용되는 홀로그램 기술은 일종의 마술쑈와 비슷한 것이라,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프로젝션 매핑, 또 하나의 가능성

다른 한편, 건물에 영상을 비춰서 건물을 마치 살아있는 예술작품처럼 보이게 하는 프로젝션 맵핑 작업도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마 지나가다 한번 쯤은 보셨을 것 같은데요. 고성능 프로젝터가 등장하고, 영상을 콘트롤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이 좋아지면서 기존의 평면 스크린이 아니라, 다양한 입체물에도 영상을 투영할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표현 양식입니다.

위 동영상처럼 몇 년 전에는 국회 의사당에서 태권V가 출동하는 프로젝션 맵핑 영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건물 뿐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데요.

픽셀-이란 영상은 아드리안M/찰리B의 무용을 소개하는 영상입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된 것이 아닌,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가상의 무대를 만들고 거기에 맞춰서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는데요. 마치 영화속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자칫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현대 무용의 세계로 사람들을 빨려들어가게 만듭니다.

몇 달 전 막을 올린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역시 프로젝션 맵핑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케이스입니다. 화가 반 고흐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아예 무대 전체를 프로젝션 맵핑으로 꾸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 방법을 통해 고흐의 그림을 무대 전체에 투사하면서, 그림과 함께한 화가의 삶을 보다 환상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입체 음향의 진화와 SNS의 도입

공연 음향 기술이나 관객과의 상호 작용 쪽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특히 요즘엔 소리를 입력받고, 새로 만들고, 여러 소리를 조절하고 전달하는 것까지, 모두 디지털 기기들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은 다들 아실텐데요.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입체 음향의 진화입니다.

먼저 홀로포닉스라는 기술은, 다들 아시죠? 일종의 가상 3D 사운드 기술인데요. 들으시면 어떤 공간감이랄까요. 정말 어떤 현장에 있다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어서 깜짝 놀라실겁니다. 문제는 만들어진 지는 조금 오래된 기술인데도, 막상 아직까지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는 것….

하지만 이런 입체 음향 기술은 점점 헤드폰 없이도 들을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늘어나고 있는 입체 영화나 홀로 그램 공연장, 오디오 뮤지컬 등에서 앞으로 많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사용되는 인터랙션 기술은, 크게 무대 안의 것과 무대 밖의 것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요.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입소문을 이끌어내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위에 보시는 것은 헤어-라는 이름의 뮤지컬인데요. 이 뮤지컬은 마지막에 관객들과 함께 파티를 합니다. 파티를 하는 모습은 동영상으로 촬영되어 홈페이지에 올라가는데, 손쉽게 SNS에 공유할 수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겐 자랑거리를 제공하고, 극단 입장에선 홍보 효과를 얻을 수가 있는 거죠.

그 밖에도 굉장히 많은 형태로 IT는 무대 공연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제야 한창 O2O 서비스의 인기가 높아져 가고 있지만, 이미 세상은 많은 분야에서 O2O가 이뤄진 상태라고 해도 거짓말은 아닐 겁니다. 점점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구별하기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좋은 지 그렇지 않은 지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요.

미래는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뜬금없는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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