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것은, 기술의 변곡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 폰을 가지게 된 이후, 이제 새로운 변화는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 시대에서, 또다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이야기. 어쩌면 시대의 본질적인 변화는, 지금부터가 시작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이런 흐름, 세계 경제가 계속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을 정말 많이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변화의 방향은 모바일 퍼스트. 그리고 네트워크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로 인해 바뀐 인프라를 이용해 현실 세계의 문을 두드린다고나 할까요. 5G,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무인차, 로봇, 3D 프린터 등등은 모두 이런 흐름에 하나로 묶여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올해 두드러진 것은 ① 저가형 스마트폰 보급과 ② 핀 테크, O2O 서비스 등의 대중화 그리고 ③ 사물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도전, ④ 가상현실, 개인용 로봇, 드론 같은 신성장 분야의 전면적인 등장입니다. 거기에 더해 ⑤ 중국 IT 기업들이 추격자의 위치를 벗어나 메인 플레이어로 등장했습니다.
1. 루나로 시작해 화웨이로 점을 찍은 저가형 스마트폰
가장 피부에 와닿는 트렌드는 역시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입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단말기 보조금을 30만원 정도로 제한한 단통법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는데요. 보조금이 확 줄어드니까, 스마트폰 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쓰던 폰을 계속 쓰거나, 부담이 적은 싼 스마트폰을 선택하게 되는 거죠,
물론 저가형 스마트폰이 출시된 것은 꽤 됐습니다. 하지만 영업 이익이 줄어드니 이통사도 제조사도 홍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죠. 흐름을 바꾼 것은 SKT에서 출시된 루나. 설현을 모델로 한 광고는 꽤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저가형 스마트폰에 대한 인상을 바꿔놓게 됩니다. 올해 끝마무리를 한 것은 출고가 10만원대의 화웨이 스마트폰 Y6. 나쁘지 않은 사양에 10만원대란 가격으로, 나쁘지 않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단말기 보조금을 줄이고 전체 통신비를 낮추려는 것은 세계적인 경향이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통신비는 안 낮아지면서 보조금만 줄어들면, 소비자들이 손해 보게 됩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나 요금 할인제 등을 내놓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는 했지만, 이동 통신사들이 비협조적인 면도 있고 해서 아직 다들 불만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할지, 다들 지켜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2. 핀테크와 O2O 서비스의 대중화
핀테크와 O2O 서비스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핀테크-하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모바일 결제라고 하면 금방 아하- 하실 겁니다. 요즘 많이들 이용하시죠? 올해는 이런 모바일 결제 같은 핀테크 산업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대중적으로 인지 된 한 해였습니다.
물론 모바일 결제보다 더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던 것은 역시 삼성 페이 같은 스마트폰 결제였는데요. 아직 도입 초기라서 사용 환경도 조금 중구난방이고, 그냥 신용카드를 쓰는 것이 더 낫겠다-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내년 쯤이면 어느 정도 시장 정리도 되고, 지금보다 좀 더 편하게 사용하실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올해 인터넷 전문 은행도 예비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정말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날이 곧 다가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O2O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 해였습니다. O2O는 온라인 to 오프라인의 약자인데요.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자면, 기존에 전화로 주문하고 그러던 것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작년에 크게 히트한 음식을 주문해서 배달해주는 앱들이 대표적인 O2O 서비스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원룸이나 월셋방을 구하거나 택시를 부를 때에 사용하는 것도 다 O2O 서비스이고요.
이런 서비스가 히트한 이유는 역시 이용자들에게 쓸만한 정보를 주고, 이용하는 방법도 간편했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전화로 하던 것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게 만든 것에서 벗어나, 이용자 분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 성공 포인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사물 인터넷, 여명기를 마치고 도입기로 넘어가다
다른 트렌드에 비해 사물 인터넷은 아직 크게 눈에 띄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기저기 기사는 많이 나오는데, 아직 사물 인터넷이 뭔지 피부로는 못 느끼시는 분들도 많고요. 인기는 있다고 하는데 히트곡도 모르겠고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베일에 싸인 외국의 슈퍼 스타와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직은 연구 개발 중인 부분이 많고요, 아직까진 기업들 간의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분야라서 그렇습니다. 이런 분야가 ICT 산업에서는 의외로 많습니다. 올해부터 진흥 법안이 실행된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도 그렇고, 스마트 자동차나 스마트 공장 같은 분야도 그렇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주요 트렌드 중 하나라고 얘기하는 것은, 주요 ICT 기업들이 사물 인터넷과 스마트 자동차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올해부터 집중적인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핀테크나 O2O 가 서비스 산업에서의 모바일 중심 혁신이라면, 이쪽은 제조업에서의 혁신이라고도 볼 수가 있는데요.
작년까지만 해도 사물 인터넷은 이런 개념입니다. 이렇게도 쓸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어떤 본보기 수준의 제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반면 올해는 정말 본격적으로, 삼성, LG, 구글, 인텔 등 주요 ICT 기업들이 제품을 출시하거나, 아니면 이통사와 업무 제휴를 맺고 어떤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기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보이지도 않았던 것이, 이제는 원한다면, 좀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어떻게든 볼 수는 있는 거리까지는 다가온 것이죠. 어떤 분들이 사물 인터넷이 뭐냐-라고 물으시면, 간단히 ‘가전 제품의 IT화’라고 답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왔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라고 물으시면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딱 그 정도의 상황이긴 합니다. 그래도 올 한 해, 굉장히 중요한 트렌드였죠.
4. 가상 현실, 드론, 로봇... 신성장 분야의 전면적 등장
웨어러블 기기나 3D 프린팅 같이 작년에 인기를 끌었던 분야는 잠잠했던 반면, 가상현실이나 개인용 로봇, 무인 항공기 드론 같은 분야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이 나왔습니다.
웨어러블 분야에선 애플 워치 출시가 가장 큰 이슈였는데요, 시장을 키우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애플 워치조차도 시장을 안착 시키는 것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만큼 아직, 사람들이 꼭 필요하다고 느낄만한 사용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죠.
3D 프린팅 같은 경우엔 의학 같은 개별 분야에서 많은 쓰임새를 찾고 있는데요. 이렇게 개별 분야에서 활용도를 높여나가며 그런 경험치가 쌓이면, 다시 한번 화제를 불러 모을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상 현실이나 개인용 로봇 같은 경우엔 조금 이야기가 다릅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90년대부터 10년마다 한번씩 붐이 일어났다가 사그라지는 느낌인데요. 이번엔 처음으로, 정말 상용화가 될 지도 모른다-라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올해 주목 받은 대부분의 기기들, 그러니까 가상현실용 헤드셋이나 개인용 로봇이 내년에 상용화될 예정에 있거든요. 이제까지 씨 뿌리며 밭만 갈고 있었다면 이제 드디어 싹이 트는 것을 보게 됐다고나 할까요.
드론 같은 경우엔 실제로 사용하는 곳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방송 촬영이나 농업용, 항공 감시용 용도로는 거의 안착 되고 있는 상황이고, 미국에서는 관련 법을 만들 정도로 현실에 끼치는 영향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앞으로 드론이 어떤 것들을 변화시킬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지금, 무엇인가가 새롭게 시작되는 시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뭔가 확 바뀔 것 같은데, 우린 아직 모르고 있다고나 할까요? 실제로 어떤 기술이 사회에 받아들여졌을 때, 그로 인한 진짜 변화는 한참 지난 후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고, 진짜 변화는 지금부터라는 거죠.
정말 그럴까요? 계속 지켜봐야할 문제입니다. 내년에는 분명, 올해 두드러지게 보인 흐름들이 계속 이어져 손에 잡힐듯 말듯한 한 해가 될 테니까요. 문제는.... 그 변화의 주인공이, 우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