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2015 에서 확인한 게임의 미래

조금 시간이 지났죠? 지난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미국 LA에서 열렸으니까요. 예, 세계 최대의 게임쇼중 하나인 E3 2015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 만큼 좋은 소식도 많았지만, 역설적으로 어떤 한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함을 보여줬던 E3 2015.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한번 풀어 볼까 합니다.

역대급의 흥분, E3 2015

이번 E3 2015는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행사였습니다. 관람객 수만 약 5만2천 명에 달할 정도였으니까(E3 2014는 4만 9천여명).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게이머들이 기대하고 있던 신작이 대거 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참가한 기업만 300여개. 그들이 발표한 신작 게임만 약 1600개 … 많죠?

양만 많은 것이 아닙니다. 베데스다,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닌텐도, EA, 스퀘어 에닉스 등 유명 업체들이 발표한 신작 게임 목록에는 게이머들이 기대하고 있던 이름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풀아웃4’를 비롯해 ‘헤일로5’, ‘기어스 오브 워4’, ‘스타워즈 : 배틀 프론트’, ‘언차티드4’, ‘킹덤하츠3’ 같은 게임들이 바로 이번 E3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거기에 ‘파이널 판타지7’ 같은 고전 명작의 리메이크나 ‘쉔무3’, ‘식인 거대 독수리 토리코’등 그동안 나온다 나온다 하면서도 나오지 않았던 전설(?)의 작품들까지 발매될 예정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콘솔 게임 시장이 어떤 성숙기에 도달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 했지요.

간단히 말해, 최고로 멋진 게임들이 만들어지는 때가, 바로 시장의 끝물일지도 모릅니다. 콘텐츠 산업에서 복고, 리메이크, 레트로란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할 때는, 시장은 충분히 성숙했지만 어떤 새로운 것을 못만들어내고 있는 시기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2년전에 8세대 게임기들이 발표된 마당에 시장의 끝물이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게 들리긴 하지만, ‘콘솔 게임 산업’, 아니 ‘게임 콘트롤러로 조작하는 게임 산업’이란 큰 틀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발효하는 콘솔 게임 시장

사실 콘솔 게임 시장이 어떤 ‘발효’ 상태에 들어간 지는 꽤 됐습니다. 신작이라는 게임들 이름 뒤에 하나 같이 숫자가 붙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2012년 ‘3의 저주’를 지나, 이젠 4, 5도 흔히 볼 수 있는 숫자가 되었습니다. 뭐 ‘사골 우리기’야 이 판에서 일상적인 일입니다만- 대부분의 기대작들이 제작사들이 보유한 유명 IP(지적 재산권), 그러니까 어떤 시리즈의 신작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만은 아닙니다.

물론 콘텐츠들은 이를 피할 수 없습니다. 한번 ‘아기 키우기’란 테마가 먹혀들면 TV 프로그램애 애 키우는 프로그램으로 도배되고, ‘요리’가 먹힌다 싶으면 먹방이나 요리 프로그램으로 도배(?)가 되는 것처럼, 자기 복제를 통한 시장 확장과 성숙은 콘텐츠 산업에서는 일상적인 일입니다. 거기에 기존 팬 층이 존재하는, 그래서 어느 정도 판매량이 보장되는 인기 시리즈물이라면 그걸 내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이 질리고, 신규 소비자의 유입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그때 다른 콘텐츠들이 치고 들어오면 다행이겠지만, 그 트렌드가 다른 미디어로 옮겨가 버리면, 그땐 왠만큼 투자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예전 같은 대박은 어려워 집니다. 음 … 실은 대박이 어려워서 비슷비슷한 콘텐츠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도 사실이구요.

상황이 나쁘진 않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작년 12월에 공개한 ‘세계 게임시장 규모 및 전망’에 따르면 2012년에 바닥을 찍은 콘솔 게임 시장은 2013년부터 다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2009년 전세계 게임 시장의 52%를 차지했던 것이 비하면 못하지만, 여전히 38%가 넘는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데요.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게임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콘솔 게임 시장 규모 역시 2013년 기준으로 251억 달러, 그러니까 25조가 넘는 굉장히 큰 규모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향후 2018년까지 319억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구요. 하지만 이쯤에서 사람들을 질리지 않게 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재미가 필요합니다. 콘텐츠의 유효수요는 유동성이 심한 편이라, 순식간에 사람들이 그만두고, 순식간에 다른 콘텐츠 미디어로 갈아타도 이상하지 않거든요.

가상현실 게임에 대한 도전,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콘텐츠는 하드웨어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어떤 부분에선 하드웨어가 콘텐츠의 성격을 일정 부분 규정하기도 합니다. 기존 콘솔 게임기들의 혁신이, 내적인 성능 향상(점진적 혁신)과 더불어 디스플레이와 게임 콘트롤(파괴적 혁신) 부분에서 일어나는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게임 디스플레이(3D, 2디스플레이, 가상현실)와 게임 콘트롤(동작인식, 음성인식 등)은 유저들이 게임을 대하는 자세, 유저들과 게임 콘텐츠의 관계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게임 업계가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이번 E3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MS에선 증강현실 장비인 홀로렌즈를 이용해,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즐기는 장면을 선보였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탁자에서 게임 화면을 불러내고, 그것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는데요. 지난 번에 보여준 것보다도 보다 진화한 홀로렌즈의 성능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헤일로를 이용해 홀로렌즈를 낀 여러명의 사용자가, 마치 SF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홀로그램을 보며 게임 데이터를 확인하는 영상도 공개 되었죠.

반다이 남코는 썸머 레슨이란 이름의 가상현실 데모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소니의 VR 기기인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위해 만들어진 영상인데요. 해변가의 집에서 가상의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내용입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돌려서 아이콘을 선택하면, 가상의 여자친구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 이런 새로운 변화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입니다. 변화에 걸맞는 콘텐츠 형식을 발견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구요. 사회 적응(?)에 실패한 3D 영상과는 달리, 현재까지 공개된 가상현실 게임 데모는 사람들에게 ‘오오, 이런 게임 하고 싶다’라는 욕망을 심어주는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욕망을 넘어, 히트 상품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박수 받은 것은 ‘Xbox원이 Xbox360과 하위 호환 지원’을 한다는 소식이었죠.

과거는 충분히 숙성되었는데 미래는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콘솔 게임 업계는 이런 어려움을 넘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천천히 두고볼 생각입니다. 현재 전 세계의 게임 인구 숫자 약 8억명에, 새로운 + α가 더해질 일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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