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테크, IT가 여자의 화장을 바꾸는 4가지 방법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르는 IT 계열 남자가 쓰는 여성 화장품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보통 이렇게 시작합니다. 좀 더 아름다워지고 싶다- 이런 욕망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와 함께해 왔다, 시대마다 미의 기준은 달라질 수 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 예뻐 보이고 싶은 욕망은 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 … 쌀로 밥짓는 이야기 밖에 할 줄 모르는 남자의 비극입니다.

좀 더 딱딱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생각보다 화장품 시장은 규모가 참 큽니다. 한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7조 6천억(2013년 기준)이고, 미국 시장은 약 362억달러, 중국은 약 29조원 규모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국내 PC 시장보다 3배 이상 큽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이렇게 큰데도, 그동안 IT 기술과 화장품 산업이 만나는 지점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패션과 잘 어울리는 스마트 기기를 만든다거나, 명품과 콜라보레이션해서 스마트 기기를 만든다거나 하는 일은 있었지만, 화장품 산업…과 IT 기술이 만나는 일은 없었죠. 흐름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2년 정도의 일입니다.

Rosie Huntington-Whiteley for The Violet Files | Source: Emma Summerton for Violet Grey

IT, 남자가 만드는 여성적 문화

이런 상황이 이해가 가는 것은, 지금까지 IT는 남자들의 것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분야는 안 그런 편이지만, 스마트 기기나 서비스의 기획자나 개발자 모두 남성이 더 많은 것은 확실합니다. IT 기술을 먼저 수용하는 것도 역시 남자들인 경우가 많고요.

아이러니한 것은, 이미 인터넷 세상은 흔히 말하는 -꼭 고정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여성적이라고 부르는 흐름이 이미 대세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그렇습니다. SNS의 기본은 수다잖아요? 서로 말을 많이 하는 것이요. 지금까지 누가 수다를 즐긴다고 알려져 왔을까요?

셀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이쁜 척하며 사진 찍는 것은 여성들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잖아요? 하지만 요즘엔 남자들도 갖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화장을 하는 남자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요.

그런 흐름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어쨌든 시대가 IT 서비스의 발달과 함께 ‘어떻게 보이는가’가 중요한 시대, 루키즘의 시대로 완전히 넘어온 것은 확실합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ICT 기술과 뷰티 산업은 매우 궁합이 잘 맞는 한 쌍의 커플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거죠.

…응? 그렇다면 지금, IT가 화장품 산업과 어떻게 만나고 있냐고요?

1. 새로운 스마트 피부 관리 기기들의 등장

먼저 개인이 피부를 관리하거나 화장하는 방법등이 바뀌고 있거나, 바뀔 지도 모릅니다. 아래 영상에 등장하는 기기는 지난 6월, 인디고고에서 펀딩에 성공한 스마트 피부 관리 기기인 ‘웨이(WAY)’입니다.

화장품으로 유명한 한국에서 만들어진 기기인데요. 네 가지 색상으로 제작될 이 제품은, 핸드백 같은 곳에 언제나 휴대하고 다니면서 피부 상태를 체크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특수 센서를 사용해 피부에 3초 정도 대고 있으면 진피층의 수분 함유량과 유분 밸런스를 체크해서, 이에 맞춰 피부 관리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준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앱에 기록되는 것은 당연할 테고… 한번 충전으로 일주일 가량 쓸 수 있고, 평소에는 외출시 자외선 세기를 측정하거나, 공기 중의 습도를 체크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기기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개개인에게 맞춰 최적화된 피부 관리 방법을 알 수 있다는 건데요. 흔히 지성/건성/복합성 피부로 나누지만 사람의 피부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거든요. 물론 이미 SK II처럼 자기 피부의 DNA를 검사해서 알려주는 서비스를 하는 화장품 회사도 있지만, 이 제품은 이보다도 더 개인화된 자기 피부 상태 정보를 가질 수 있게 해줍니다. 나중에는 자기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기능도 추가될 계획이라고 하네요.

가상으로 메이크업을 해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앱들이 나와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아실 겁니다. Perfect 365 나 YouCam MakeUp 같은 앱들이 대표적인데요. 자신의 얼굴 사진을 찍어서 이미 설정된 메이크업 스타일과 매치를 해볼 수도 있고, 다양한 화장품들을 사용해 가상으로, 실시간 화장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눈 화장, 립 메이크업등 분야별로 나눠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품 및 메이크업 노하우, 스타일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앱들은 헤어스타일도 가상으로 바꿔준다고 하네요.

2. Try & Buy, 화장을 하는 경험이 바뀌다

가상 화장을 도와주는 앱들, 그럴듯해 보이십니까? 하지만 이런 앱들은 이 앱 앞에서는 모두 고개 숙여야 합니다. 바로 로레알에서 아이폰용으로 만든 메이크업 지니어스(makeup Genius) 앱입니다.

사실 이 앱이 히트함으로써 ‘온라인 화장품 판매망’에만 신경쓰던 해외 화장품 회사들이, 스마트폰용 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로레알의 다양한 화장품을 사용해, 가상으로 화장을 해볼 수 있도록 한 앱입니다. 이 앱은 단순히 사진에 그래픽으로 화장을 덧입힌 것이 아니라, 다양한 움직임과 빛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발색력 변화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수백만건 이상이 다운로드 됐다고 합니다.

비슷한 용도로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디페이스 미러라는 제품도 출시될 예정입니다. 실제 거울을 보는 느낌으로, 자신의 화장한 상태나 안티 에이징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인데요. 실시간으로 자신의 모습이 바뀌는 것이, 꽤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화장품 매장에 하나 비치해 놓으면, 많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입니다. … 하나 가지고 될까, 싶지만요.

입생 로랑 뷰티에서는 구글 글래스와 협력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메이크업을 해주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위에 보시는 영상이 구글 글래스를 이용해 고객을 화장해 주는 모습을 찍은 건데요. 화장이 끝난 고객은 이메일로 화장 전과 화장후 사진이 포함된 동영상을 전달받게 됩니다. 화장이 맘에 들었다면 이렇게 찍은 영상을 보면서 자신이 따라할 수도 있고, 화장에 사용된 화장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3. 직접 만들어 쓰는 화장품도 OK

이런 앱이나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화장품 온라인 판매는 점점 (느리게) 늘어가고 있는데,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 정보 부족으로 여전히 온라인 구입을 꺼리기 때문입니다(물론 한국은 매우 빠르게 온라인 화장품 회사들이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앱을 만들어 놨으니, 미리 테스트해 본 다음에 사라는 거죠.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좋은 앱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돈을 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IT의 발달이 꼭 기존의 대형 화장품 업체에만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디어가 좋고 실행력이 있다면, 인터넷은 충분히 그들이 판을 뒤집을 기회를 제공합니다.

작년 5월엔, 화장품을 프린트할 수 있는 3D 프린터 MINK가 선보여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예전에도 화장품을 섞어서 색을 만들어 쓰시던 분들은 많이 계셨잖아요? 이 제품은 그렇게 자신만의 화장품을 만들던 방식을 발전시켜, 립스틱이나 아이섀도등을 자신이 프린트해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제품입니다. 현재 선주문을 받고 있는데요. 실제 제품이 출시되면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기대가 됩니다.

몇달전엔 자동으로 메이크업해주는 3D 프린터, 포레오 모다-라는 제품도 공개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원하는 메이크업을 선택한 다음 얼굴을 갖다대면 자동으로 화장을 해주는 제품인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제품이긴 합니다. 정말 나온다면 뷰티 업계를 한번 흔들어 놓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4. 화장품 생산/판매 방식을 바꾸다

마지막은 잘 알고 계실, 화장품 판매입니다. 기존에는 매장/방문 판매 중심이었던 화장품 업계의 흐름이, 점점 온라인 판매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건 한국에선 일상화되어서 이게 무슨 변화냐고 하실 것도 같지만… 외국에선 아직, 화장품 온라인 판매가 그리 익숙한 개념만은 아니라서요. 그런 흐름이, 변화하고 있는 겁니다.

필요한 만큼 조그맣게 만들어서 파는 온라인 전용 화장품 스토와웨이, 가입하면 매달 화장품을 배달해주는 버치박스 서비스 등을 비롯해 블로거가 직접 런칭한 화장품 회사 등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는 것은 이미 다들 아실 겁니다. 다양한 SNS에서 커뮤니티를 구성해 사용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것도 아실 거구요.

하지만 화장품 생산 단계에서도 이미 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피부 유전자를 연구해 좀 더 인간친화적인(?) 화장품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거나, 3D 프린터로 가상의 피부를 출력해 화장품 테스트를 해본다거나 하는 일은 이미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연구&생산/제품 개발 및 판매/구입전 체험/개인화된 피부 관리의 4가지 영역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또 어떤 분야에서 IT 기술이 영향을 끼치고, 또 그렇게 만들어진 화장품들이 다시 IT에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이렇게 IT는 모든 것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도. 정말 놀라울 정도로, 거의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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