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뭐가 좋은 방향이냐구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방향은 이런 것입니다.
① 소비자가 지불하는 이동통신요금 총액이 줄어들 것
② 요금제 구조가 단순해져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울 것
그러니까, 궁극적으론 지금 가정용 유선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것처럼 변하는 것을 원합니다. 월정액을 내고 무제한(?). 다른 것을 신경 안써도 되고, 1인당 금액은 1가구 평균 소득의 1~3%를 넘지 않을 것. 그런 것을 원하는 거죠. 아주 심플하고, 단순할 것.
2.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3가지 입니다. 우선, 이동통신사에 1인당 내는 비용(ARPU)이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섰습니다. 이는 단통법 실시 이후 고가의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이 폰을 바꿀 때 굳이 고가 요금제를 선택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 됩니다.
물론 이동통신사는 이번 단통번 실시 이후, 마케팅 비용 감소로 인해 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1인당 내는 금액이 줄었는데도 이익은 늘어난 상황, 이상할 것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내는 비싼 요금으로 마케팅 비용을 늘려왔다는 말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앞으로도 마케팅 비용은 더 줄고, 우리가 내는 통신요금도 더 줄어야 합니다.
판매 구조도 바뀌고 있습니다. 단통법 실시 이후 급감했던 휴대폰 대리점은 지역 상가를 중심으로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개월간 10%가 넘게 줄었다가 10% 넘게 다시 늘어나, 지금은 단통법 실시 이전보다 약간 많아진 상황입니다. 온라인보다 대리점이 더 싸고, 가격이 정찰제 형식으로 바뀌었으니 굳이 발품+손품 팔지 않고, 가까운 대리점에 방문해 현재 나온 조건만 알아보면 되니까요.
...물론 그 와중에도 페이백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중입니다만- 불법입니다. 그렇게 사셨다가 피보셔도 누구도 챙겨주지 않습니다. 하지 마시라고 권해드립니다.
3. 뭐, 여기까진 일반적인 얘기고, 솔직히 소비자는 휴대폰 요금 선택하는 것외엔 크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큰 폭의 보조금을 못 받게 되어서 스마트폰 체감 구입 가격이 올라갔고, 할부 지원금에 대한 구조가 이통사 위주로 되어 있어서 중간에 휴대폰이 고장나거나 분실할 경우, 예전보다 사용자 리스크가 커졌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왠만하면 알뜰폰 권하고, 자급제 폰 사라고 사람들에게 권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더 비싼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 '유지 비용'과 리스크가 더 적다고.
그런데 최근 20%로 올라간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분리요금제)을 이용하면, 정말 자급제폰 사용이 훨씬 더 절약됩니다. 자급제폰(or 중고폰) + 약정할인 + 요금할인. 중간에 요금제를 바꾸거나 통신사를 옮겨도 리스크가 없고, 폰을 잃어버려도 다시 폰을 다서 기기변경하면 그만입니다. 참, 쉽죠?
...물론 자급제 폰이 종류도 적고 사기 어렵다는 점과, 처음에 몇십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한다는 점이 단점입니다만- 솔직히 말하면 왠만한 경우 이통사에 신규폰으로 개통하는 경우도, 지원금 받는 것보다 약정할인+요금할인이 왠만하면 더 쌉니다.
4. ...어어? 그런데 이번에 출시된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약정 할인을 받을 수가 없네요?
예, 이번에 출시된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이통사들이 대부분 약정할인이 없는 '순'요금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에 의한 요금할인은 받을 수 없지만, 약정할인은 받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뭐, 괜찮습니다. 어차피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한 요금제는 아니니까요.
그동안 무제한 통화 때문에 할 수 없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셨던 분들, 스마트폰은 간단한 검색이나 카톡을 많이 이용하고, 통화를 훨씬 많이 하시는 장년층 분들. 통화도 많이 하고 데이터도 적당히 많이 쓰는 분들. 그런 분들을 위한 요금제입니다. ... 제 근처에 있는 여자 인간 친구들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실제로 KT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번 데이터 선택 요금제의 가입자의 절반은 30~40대이며, 전체 가입자의 65%는 4만원 미만의 요금을 내는 요금제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에겐, 확실하게 이번 요금제가 이통사에 지불하는 비용을 확실히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5. 약정 할인 20%. 개인적으론 상당히 좋은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 이 요금 할인에 가입하는 것이 조금 까다롭습니다. 새 핸드폰 구매시는 상관없지만(할인 지원금 대신 출고가로 선택하고, 요금 할인을 받으시면 됩니다.), 개통 후 24개월이 경과된 중고폰이나 해외 직구폰, 24개월 이상 약정 기간이 만료된 폰...만 가능해요.
이 20% 할인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받으실 수 있는 분은 꼭 받으세요. 단통법 이후 대호갱 시대가 일단 막을 내리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없는 제도니까요. 물론 예전처럼 어떤 할부 지원금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와 최신폰이 공짜폰으로 풀리는 사건, 그러니까 어떤 '대란'을 기다리시는 분들은 현재와 같은 체계가 싫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스마트폰의 성능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젠 작년에 나온 스마트폰을 사셔도 올해 나온 스마트폰과 큰 차이를 느끼긴 어려워요.
스마트폰의 상향 평준화가 끝났다면, 그 다음엔 분명히 유지 비용의 감소가 뒤따라야 합니다. 아직 스마트폰값이 제대로 떨어지지도 않았고, 데이터를 많이 쓰는 사람들을 위한 요금제가 나온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데이터보다 전화통화가 많다면, 저가폰 + 요금 할인 + 데이터 선택 요금제의 조합을 이용하시면 이전보다 분명 혜택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론 이번 데이터 선택 요금제의 도입을 통해, 문자보다 전화로, 전화보단 사람간의 만남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일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 지난 5월 17일 KBS1 라디오 '라디오 중심' '궁금타파' 코너에 출연해 방송했던 내용을, 보충해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