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드론이라 불리게 된 이유
먼저, 왜 무인항공기를 드론이라고 부를까요?
드론(Drone)은 수벌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꿀벌 중에 여왕벌과 일벌 말고, 오로지 여왕벌과 교미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그런 벌 있잖아요? 어떤 남자들은 무척 부러워하기도 한다는 그 존재. 그런데 왜 이 이름이 무인 항공기에 붙었을까요? 거기엔 작은 사연이 있습니다.
위 영상에 나오는 비행기가, 1930년대 영국 공군에서 훈련기로 썼던 DH82 라는 기체입니다. 또한 세계 최초의 무인 항공기이기도 합니다. 당시에 항공 전투 연습용으로, 이 비행기를 개조해서 세계 최초의 무인 비행기를 만들었거든요. 그 비행기의 이름이 DH82 Queen bee, 그러니까 여왕벌이었습니다.
WSJ의 벤 짐머가 쓴 글에 따르면, 이 비행기를 보고 미국 해군에서도 비슷한 무인 항공기를 따라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개발 도중 불리던 이름이 바로 드론(수컷벌)입니다. 일종의 코드 네임인 셈인데요. DH82 여왕벌 비행기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으니, 숫벌이란 이름이 붙는 것도 자연스럽네요. 아무튼 그때부터 무인 항공기를 통칭 드론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두가지 형태의 드론
아, 그런데 요즘 우리가 드론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많이 다르죠? CES에서 인기 있었던, 요즘 얼리어댑터들이 앞다퉈 하나둘씩 구입한다는 그 드론과는. 맞아요. 흔히 드론이라고 말할는 무인 비행기는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얼리어댑터들이 말하는 드론과, 밀덕들이 말하는(?) 드론으로.
밀덕들이 말하는 드론은, 위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군사용 무인 항공기입니다. 크기도 경비행기 정도 사이즈로 상당히 큰 편이구요. 정찰과 정보 수집을 비롯해 미사일을 발사하는등 주로 전쟁 지역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드론이라고 말할 때, 흔히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런 비행기일 겁니다.
보통 멀티콥터, 또는 쿼트콥터라고 해서 여러개의 회전 날개를 달고 있는 무선 조정 헬기인데요. 지난 2010년 출시된 제품에 ‘패럿 AR 드론’이란 이름이 붙으면서 우리에게도 ‘드론’이란 이름으로 친숙해진 형태의 무인항공기입니다. 한국에서는 방송 프로그램 촬영용 장비로 많이 보셨을 것 같네요.
드론이 최근 각광받는 이유는?
그런데 드론이, 갑자기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장난감처럼 등장한 지는 몇 년 되었는데, 요즘들어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의 드론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좋아지면서, 다양한 사용방법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예전 2010년 CES에서 드론을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스마트폰으로 콘트롤 할 수 있는 무선 헬리콥터-같은 장난감이었거든요. 실제로 전후좌우 2M의 정도의 공간에 모기장 같은 것을 쳐놓고, 두 대의 드론을 서로 몸싸움 시키는 것을 시연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점점 이런 장난감 같은 제품이 개량되고, 가격이 싸지면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위 영상에서 보시는 것은 2012년 오스트리아에서 이뤄진 드론 퍼포먼스인데요. 마흔아홉대의 드론에 전등을 달아서, 공중에 띄웠습니다. 이렇게 띄워놓은 드론들이 서로 움직여 대형을 짜면서, 마치 불꽃으로 매스 게임을 하는 듯한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드론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요즘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시작은 이랬지만, 최근엔 여러가지 용도로 다양하게 그 활용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다양한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단계라고 해야할까요. 일단 무선 조정으로 움직이며 가지고 노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고 합니다. 농담이긴 하지만, 한국에선 장난감 용도로 많이 쓰시는 것 같구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도는 역시 군사용입니다. 군사용을 제외하면 실험용이나 연구용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비행 이론, 로봇 시스템, 실시간 제어 시스템등을 실험하는 용도로 많이 이용되고 있구요. 실용적인 용도로는 카메라 장비로 많이 사용됩니다. 드론을 이용하면, 새의 입장에서 보는 시선을 얻을 수 있거든요.
그런 특징 때문에 방송용 장비로도 많이 사용되구요. 또 사람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수색하거나 범죄를 감시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개발중인 짐볼 형태의 드론은, 마치 모기처럼 움직이는 드론인데요. 작은 드론 주위를 축구공 형태의 탄소 섬유로 둘러싸서, 벽이나 장애물에 부딪혀도 안전하게 만들었습니다. 핵심은 부딪혀 튀어나왔을때 바로 자세를 잡는 기술인데요.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해 장애물에 튕겨나와도 바로 균형을 잡고, 계속 비행을 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제품들이 상용화되면, 재난 현장이나 깊은 숲속등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을 수색하는데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아마존에선 드론을 배달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연구중에 있습니다. 사실 … 이렇게 드론이 화제가 된 것도, 1년전에 아마존에서 공개한 영상 덕분이나 마찬가지죠.
이 영상은 누군가가 물건을 주문하면, 그걸 드론을 이용해 바로 바로 배달해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기다릴 필요가 없이 인터넷 주문만 하면 즉시 배송을 해준다는 계획인데, 현재는 법적인 문제로 현실화되기엔 조금 늦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용도말고도 드론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선 계속 새로운 제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 에어독이란 이름의 드론은, 강아지처럼 계속 주인을 따라다니며 촬영을 해줍니다. 야외에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것을 찍고 싶으신 분들에게 적합한 드론입니다.
▲ 자노라는 드론은 아예 셀카를 찍기 위해 등장한 드론입니다. 작년말 킥스타터에서 펀딩에 성공한 제품이기도 한데요. 소형 드론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해, 셀카를 찍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밖에 닉시라는 드론은 손목에 찰 수 있는 초소형 제품으로 개발되는 중이라고 하네요.
여기까지 보시면 눈치채셨겠지만, 최근의 드론은 그냥 무인 항공기가 아닙니다. 일종의 로봇-이죠. 하늘을 나는 로봇이라고 해야하나요. 인공지능, 로봇, 드론 그리고 사물인터넷등은 서로 맞물리며 각각의 용도에 맞게 진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과거 95~05년이 인터넷 인프라가 정착되고, 05~15년이 콘텐츠들이 디지털화되는 한 시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제조업… 그러니까 만질 수 있는 물건들이 인터넷화되는 시기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도 바로 그 때문.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앞으로 좀 더 풀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무인항공기 드론, 정말 앞으로 다양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에 맞는 법체계 정비나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