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와 CT 스캐너로 복원시킨 2000년전 소녀 미이라

호주 멜버른 대학 의학 건물 지하에는, 한 소녀의 시체가 보관되어 있었다. 2000년 전에 죽어 미라가 된 소녀다. 이집트에서 죽었을 그녀가 왜 멜버른 대학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100년간 그녀가 거기 누워 있다는 사실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과학자들이 그녀를 CT 스캔과 3D 프린터로 복원시키기 전까진.

그녀의 이름은 메리타문(Meritamun). 당연히 원래 그녀의 이름이 아니라, 연구진이 그녀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뜻은 ‘아문(Amun)-신에게 사랑받았던 사람’. 아문은 이집트 신중 하나의 이름으로, 바람과 공기의 신이지만 ‘숨겨진’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162cm의 키에 18살~25살 사이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녀는, 사실은 정확한 생존 연대를 확인하기 위해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다만 충치가 있었던 것으로 봐서 설탕의 도입 이후(알렉산더 대왕이 이집트를 점령한 이후), 기원전 331년 이후에 살았던 것이 아닐까 추정할 뿐이다.

… 그 충치가 꿀로 인한 것이라면 그녀의 생존 연대는 2000년 전이 아니라 3500년 전(기원전 1500년)이 될 수도 있다.

그녀를 복원하기 위해 이용된 장비는 CT 스캐너와 3D 프린터다. CT 스캐너로 골격 데이터를 뽑아내고, 그렇게 뽑아낸 데이터를 3D 프린터로 출력했다. 일반 소비자용 프린터를 이용해 출력하는데 걸린 시간은 14시간. 출력된 두개골 위에 법의학자, 의사, 고고학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조각가 제니퍼 맨이 그녀의 얼굴을 만들었다.

그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구강 구조 등을 통해 확인했으며, 없어진 코는 비강의 모양으로, 귀 역시 두개골 모양에서 추정해 복원했다. 피부색은 어두운 올리브색으로, 헤어스타일은 비슷한 시기에 살았다고 알려진 ‘레이디 라이’라는 여성의 자료를 기반을 둬 구성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치아 종양과 빈혈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증거가 발견됐고, 그녀의 미라가 똑바로 서있는 형태로 보관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 과거 상류 계급의 사람이었다고 여기고 있다.

아직 분석은 끝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그녀가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죽었는지도 밝히려고 하고 있다. 이런 작업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CT 스캔을 통해 얻은 결과를 3D 프린터로 출력해 재현하는 작업은 예전부터 해오고 있었다. 골격에 찰흙을 붙여 얼굴상을 재현하는 작업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뤄지고 있었고.

하지만 과학자들은, 단순히 얼굴 형태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당시 시대상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녀는 예전에 한번 살아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제 이 복원 과정이 굉장히 다양한 질문을 쏟아낼 수 있는 과정이란 것을 알았다. 게다가 다양한 영역의 연구원들이 서로 협력해야지만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았다. 한번 알게 되면 돌아가지 못한다. 계속 갈 수밖에 없다.

2000년 전에 죽었던 소녀는 지금 다시 태어나, 21세기 연구자들이 지식과 기술을 한계까지 밀어 부칠 기회를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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