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넷플릭스를 다룬 기사다. 이 글은 이런 제목으로 시작된다.
DVD는 죽지 않는다
응? 이게 진짜 넷플릭스에 대한 기사 제목이라고?
사실이다. 넷플릭스는 기존 영화/방송 산업 기업들의 반대편에 서 있으면서도, 당분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아니라 DVD 대여 서비스가 지속 될 것으로 봤다.
근거는 있었다. 10년전 넷플릭스는 DVD 신속 배송 사업 모델로 이미 잘 나가고 있었다. 기존에 존재했던 거대 비디오 대여 체인점 ‘블록버스터’를 물리치고, 월마트의 시장 진입까지 성공적으로 방어하면서. 게다가 고객들이 쉽게 DVD 플레이어를 버리지 않을 것이기에, 앞으로 20~30년은 DVD 대여업이 더 건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플랜 B를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항상 얘기하지만 돈 되는 사업의 힘은 강력하다. 당장 돈 벌어다 주는 일이 있기에, 그 다음 변화를 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안주하게 되는 것이 기업이다. 상당히 많은 기업/사람들이 자기가 하는 일만 신경 쓰지, 자신이 하는 사업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지를 신경 쓰지 않는다.
CEO 헤이스팅스는 이런 면에서 빛났다. DVD 시대가 계속 될거라고 말하면서도, 넷플릭스는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 회사인 티보(TiVo, 미국인들의 TV 시청 습관을 한때 바꿔놓았던 그 제품)와 인터넷 영화 배급 계약을 맺었고,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영화도 보고 DVD도 빌릴 수 있는 종합 웹사이트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자신의 일이 ‘DVD 대여’가 아니라 ‘고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제때에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를 위해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후 10년, 변화된 상황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했던 것은 물론이다.
2007년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했고, 그걸 정액제 서비스로 만들었으며,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어 히트 시켰다. 2016년, 이제 넷플릭스는 전혀 다른 회사다. 세계 최고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 회사가 DVD 렌탈로 시작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은 아예 모른다.
물론 변하는 과정에서 많은 일도 있었고,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미래를 알지 못하면서도 준비했던 플랜 B가, 결국 넷플릭스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는 것. 사실 플랜B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 넷플릭스가 했던 일들은 ‘고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제때’ 보게 하기 위해 계속 이런 저런 시도-를 했던 것과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사라진 많은 직업/산업군을 살펴보면, 결국 다른 형태로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사라졌다 믿었던 것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수행하는 방법이 바뀌어 갈 뿐. 과연 우리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를 분명히 알고,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그 일을 하기 위한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을까? 내 자신부터 그러고 있는지,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