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중국 상하이에서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상하이 2016’이 열렸다. 짝퉁 행사가 아니다. 5년 전부터 MWC 주관 협회인 GSMA에서 공식적으로 주최해 온 행사다. 그러니까 MWC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행사와 상하이에서 열리는 행사, 이렇게 두 번 열린다.
자매 행사이기는 하지만, 개최지와 개최 시기가 다른 만큼 안에 담긴 내용은 다르다. 스페인 MWC가 전세계적인 행사라면, MWC 상하이는 확실히 중국에 촛점을 맞췄다.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사흘 간, 행사장을 다녀간 인원은 약 7만 명.
이번 MWC 상하이 2016이 보여준 것은 과연 무엇일까?
Mobile is Me 가 의미하는 것
먼저 이번 행사의 테마부터 짚고 넘어가 보자. MWC 상하이 2016은 ‘모바일 이즈 미’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말 그대로 ‘모바일이 바로 나다’라는 말이다. 달리 말하자면 ‘커넥티드 라이프 스타일’, 그러니까 모바일 기술을 중심으로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번 행사의 메인 전시장인 N3와 E7 전시장은 커넥티드 라이프 스타일 전시장이라고 불렸다. 그 안에서는 GSMA 혁신 도시를 비롯해 다양한 모바일 제품과 서비스들을 선보이며, 모바일이 어떻게 우리 세계를, 우리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 놓고 있는 지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걸 거꾸로 해석하면 앞으로 사물 인터넷과 이 사물 인터넷에 사용될 인터넷 통신망, 스마트 기기, 지능형 서비스에 이동 통신사나 하드웨어 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이 된다. 앞으로 5세대 인터넷과 사물 인터넷 플랫폼 등을 놓고 전세계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계속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VR은 가능성이 아닌 대세
이번 MWC 상하이 2016이 보여준 또다른 특징은, 바로 가상현실 기기들이다. 가상현실 체험존은 MWC 상하이 메인 행사장인 E7홀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센소(SENSO) VR 글로브’라는 이름의 가상현실 장갑이다. 실제로 VR 헤드셋을 이용 하다 보면 눈 앞의 현실은 생생한데 막상 내 손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답답한 경우가 참 많다. 그럴 때 이 센소 장갑을 이용하면, 가상 현실 공간에서 내 손을 보고, 가상 현실 공간의 사물들을 조작할 수가 있다. 게임 뿐만 아니라 의료 분야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스마트폰과 PC도 가리지 않는다. 올해 안에 개발자 버전이 나오고, 내년에 250달러 정도에 판매될 예정이다.
관심은 가상현실 장갑이 더 많이 받았지만, 사실 이번 MWC 상하이 2016에서 가상 현실존을 장악했던 것은 바로 대만 기업인 HTC 다. HTC는 가상현실 헤드셋 바이브를 이용해 즐길 수 있는 게임 체험 장치를, 이번에 수십 개나 선보였다.
전시장을 둘러본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이제 가상 현실 기기는 대세냐 아니냐 따질 수 있는 시기가 지난 것 같다고 한다. VR 헤드셋의 보급은 이미 대세로 굳어졌고, 앞으로 이런 장치를 이용해서 어떤 사업이나 서비스가 가능할지 고민 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한다.
…최소한 중국에서는 그렇다.
눈에 띄던 한국 VR 관련 기업들
한편으론 한국의 VR 관련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시뮬레이터 전문 기업인 ‘이노 시뮬레이션’에서는 지난 번 킨텍스에서 열린 ‘플레이X’ 행사에서 선보였던, 가상현실용 받침대를 다시 선보였다. 좌우로 움직이는 이 사각형의 받침대에 스노우 보드를 장착하면 스노우 보드를 신나게 체험할 수 있고, 의자를 올려놓으면 가상 현실 자동차를 좀 더 실감나게 운전할 수가 있다고 한다.
한국 스타트업인 ‘가우디 오디오 랩’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회사가 가진 기술은 바로 가상 현실 사운드 기술. 가상 현실 헤드셋을 써본 사람들은, 소리랑 영상이 따로 노는 경험을 다들 했을 것이다. 화면은 360도로 움직이는데 소리는 360도로 움직이지 않아서 그렇다. 가우디 오디오랩은 그런 가상 현실에, 360도 사운드를 입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아쉽게도, 두 회사 모두 B2C 보다는 B2B에 방점을 찍고 있다.
드론과 스마트폰
지난 MWC 2016에선 테러 위험 때문에 제대로 진열될 수 없었던 드론도, 이번 행사에서는 많이 출품됐다. 주로 주목 받았던 회사는 DJI, 스카이 인텔리전스 테크놀로지, 제로 테크 같은 회사들이다.
제로 테크에서 선보인 드론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더비’다. 포켓 사이즈에 카메라가 달려있는, 실내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스마트폰을 비롯해 손바닥 움직임으로도 작동을 조절할 수가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알아서 사진을 찍어주는 모드가 탑재되어 있다. 그 밖에 스마트 워치로 조정할 수 있는 드론이나, 드론 경주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드론 등 다양한 드론이 선보였다.
스마트폰 역시 꽤 많은 제품들이 선보였다. 하지만 눈길이 확 끌릴만한 제품은 많지 않았다. 다만 두드러진 트렌드는 몇 가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중저가 스마트폰들의 프리미엄 시장 공략이 시작되었다는 것. 전체적으로 메탈 소재를 사용하는 등 디자인을 고급화하면서 점점 중고급형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번 MWC 상하이 2016은 중국 스마트 기기 시장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이통사와 하드웨어 기업들이 차세대 인터넷, 사물 인터넷, 인공 지능등을 기반으로 한 다음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면, 다른 한쪽에선 드론과 가상현실, 중저가형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었다. 다만 너무 중국 시장에 촛점이 맞춰져 있던 관계로, 여러가지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 기업들은 오로지 투자 받으려고 참가한 듯한 느낌이었던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