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를 원한다면, 스마트폰을 흑백 모드로 해두세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플 iOS 8 발표와 동시에 새롭게 들어간 기능이 하나 있다. 바로 ‘흑백 모드’ 기능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흑백 사진’처럼 보이게 만들어 준다. 애플만 그런다고 생각하진 말자. 실은 안드로이드 5.0 롤리팝부터 들어갔던 기능이며, 발표는 구글이 더 빨랐다.

2014년에 들어간 기능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딱 하나, 애당초 ‘색각 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위해 들어간 기능이기 때문이다.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애플이나 삼성 스마트폰(일부)에서는 설정 메뉴에서 바로 지원해 주기도 하지만, 많은 스마트폰에서는 개발자 모드를 활성화시켜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써보면, 그 독특한 느낌에 금방 반하게 될지도 모른다.

 

▲ 이런 컬러풀한 화면을
▲ 이런 흑백 화면으로 바꿔준다.

 

우연히 발견한 흑백 모드의 매력

흑백 모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13인치 전자 잉크 모니터가 펀딩 사이트에 올라왔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 모니터에 펀딩 하려다 너무 비싸서 포기했으며, 아쉬움 마음에 다른 대형 전자 잉크 디스플레이는 없나-하고 검색하던 중이었다. 처음 보는 대형 흑백 태블릿 사진이 있어서 클릭했는데, 흑백 모드를 적용한 아이패드였다.

브라보.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컴퓨터를 오래 하다 보니 시력이 좋지 않아서, 조금이라도 눈이 덜 피곤한 방법을 항상 찾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찾아보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도 적용이 가능했다. 흑백 모드를 적용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 iOS 8 이상, 안드로이드 5.0 이상 적용 가능)

* 아이폰/아이패드 : 설정 → 손쉬운 사용 → 흑백 모드 on

* 삼성 스마트폰(일부) : 설정 → 접근성 → 카테고리 → 시각 → 흑백 음영 on / 또는 초절전모드

* 기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
① 설정 → 기기 정보(디바이스 정보) → 빌드 번호-를 일곱 번 터치해서 개발자 모드(개발자 옵션) 활성화
② 개발자 모드 →하드웨어 가속 렌더링 →색상 조정 시뮬레이션 →단색형 색각(또는 전색맹, monochromacy) on

그렇게 세팅한 흑백 모드, 과연 어떤 느낌이었을까?

솔직히 기대하진 않았다. 그냥 한번 써보고 말자-라고 생각했다. 프론트 라이트를 채택한 전자책 전용 리더기들과는 다르게 스마트 기기들은 백라이트를 채택하고 있다. 반사광이라 빛이 부드럽게 느껴지는 프런트 라이트와는 다르게, 백라이트 기기들은 직접 형광등을 쳐다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흑백 모드로 바꿨다고 그 ‘빛으로 인한 피로감’이 과연 줄어들까?

 

 

먼저 전자책을 읽는 용도의 태블릿에 세팅을 하고 책을 읽어봤다. 으음, 생각 보다 괜찮다. 색 하나 뺐는데 뭔가 읽기가 편해졌다. 특히 만화책 읽기에는 아주 좋았다. 흑백 모드가 사실은, 약간 회색빛이 도는 화면이라서 그렇게 느낀 건지도 모른다. 피들리 같은 주로 글씨를 읽는 앱도 실행해 봤다. 으응? 흑백 모드에서 피들리를 ‘나이트 모드’로 바꾸고 읽었더니, 이 정도면 불 안 켜고 침대에서 읽어도 괜찮겠다- 싶다.

스마트폰에도 세팅을 해봤다. 포켓-같은 앱은 물론, 이메일, 캘린더 같은 업무용 앱들도 보기가 훨씬 편하다. 음악 앱에서 보이는 앨범 커버 아트 역시 괜히 고상해 보인다. 이런 느낌 괜찮은데? 하고 보다가, 사진에서 턱-하고 막혔다. 사진 자체는 컬러로 찍히지만 폰으로 보는 화면은 흑백이다. 동영상도 흑백으로 보이는 데다 흑백 영화와는 다르게 탁한 흑백으로 보인다. 게임은 아예 재미가 없어졌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이거 이거, 너무 장단점이 확실한 모드잖아!

 

피들리, 나이트 모드로 세팅하고 읽는 화면
전자책 같은 경우에는 확실히 흑백 모드가 깔끔하다
만화책을 읽을 때는 흑백 모드가 최고. 리디 북스에서 구입한 혈계전선 1권.

 

눈이 피곤한 당신에게, 흑백 모드를 권합니다

 

우리는 늘 수많은 ‘색’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다양한 색을 접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때론, 그 색을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 디자이너 들은 우리가 색에 쉽게 자극받고 반응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SNS 앱에서 빨간색으로 ‘알림’이 뜨면 무의식적으로 클릭하게 되고, 인터넷 뉴스를 읽다가 ‘살색’이 보여서 나도 모르게 클릭한 기억, 다들 있지 않을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색이 나쁘면 맛까지 나빠 보이거나, 똑같은 모양과 재질의 제품조차 색감 차이 하나 때문에 좋아 보이기도/나빠 보이기도 한다.

흑백 모드의 장점은 바로 거기에서 나온다. 백라이트라서 별 차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색자극을 빼고 나니 스마트 기기 사용이 뭔가 담백해졌다. 느낌이 편하다. 자극이 적으니 너무 오래 잡고 있지 않게 되고,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내려놓는 일도 잦아졌다. 색 하나 빠졌을 뿐인데, 흑백 모드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뭔가 지루하다. 그래서 스마트폰 사용량이 줄게 된다.

달리 말해, 색을 하나 뺌으로써, 우리는 스마트폰(또는 앱 UI 디자이너)이 우리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제거했다. 자극이 줄어듦으로써 재미가 줄어든 것은 아쉽지만.

 


 

장단점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권할 수 있는 활용 방법은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읽는 일이 많고, 스마트폰 사용량을 줄이고 싶고, 스마트폰을 업무용 도구로 확실하게 사용하고 싶은 사람에게나 적당한 모드다. 게임을 좋아한다거나 사진을 찍고 보는 일이 많다면, 평소와 다름없이 이용하는 것이 좋다. 모노크롬 세상은 모두를 위한 세상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스마트폰을 도구-로만 사용하고 싶다면, 좋은 텍스트를 읽는 툴로 사용하고 싶다면, 흑백 모드 사용을 고려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봐야 할 때도 밝기 낮추고 흑백 모드로 바꿔놓으면 좋다. 색자극 하나만 빠졌는데도 사용 경험이 바뀐다.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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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를 원한다면, 스마트폰을 흑백 모드로 해두세요”에 대한 2개의 생각

  1. 아이폰 단축어 기능을 활용해서 흑백 필터 토글 버튼을 만들어 봤습니다. 덕분에 오늘 밤은 조금 더 일찍 잘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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