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가 아니더라도, 한국형 OS는 계속 되어야 한다

얼마 전 티맥스에서는 한국형 OS라고 주장하는 ‘티맥스OS’를 선보이는 발표회를 열었다. 다들 기대했던 탓일까? 당일 참석자만 1만명에 가까웠으니, 꽤 많은 관심을 받은 편이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반응들은 좋지 않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면 축하해 줄 일이 아닌가- 싶은데, 이제 와서 왜 OS를 개발 하는 지 모르겠다부터 시작해서 무슨 꿍꿍이인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까지, 굉장히 날선 반응들이 많이 나왔다. 어째서일까?

OS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OS가 안 깔린 컴퓨터를 ‘깡통 PC’라고 부르는 것처럼,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운영체재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우리는 OS 개발사가 깔아준 판 위에서 컴퓨터를 사용한다. 굳이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는 애플이나 MS 같은 OS 개발사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맞다. 그렇게 못박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능력이겠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한국형 OS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가 등장한 것도 그런 이유다. 특정 OS 종속으로 인해 그 OS 개발사에 지불해야하는 직/간접적 비용에서 탈출하기. 1991년에는 국가 연구 과제로 만들어졌던 K-DOS. 2005년에 발표된 리눅스에 기반을 둔 부요(BOOYO), 2014년에는 한국형 오픈소스 OS인 ‘하모니카 프로젝트’가 이미 있었다.

…솔직히 아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고, 써 본 사람은 몇몇 전설의 중년들(응?) 밖에 없지만 말이다.

 

 

 

티맥스OS가 한국형OS를 만든다고 하는 이유

따지자면 티맥스 OS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2014년 윈도XP 지원 종료로 인해 발생한 파장 덕분에, 다시 나올 일이 없을 줄 알았던 한국형 OS, 정확하게는 윈도XP 대체 OS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되었다. 당시 윈도XP 지원 종료로 인해, 지속적인 기술 지원을 원하는 곳은 많으면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을 따로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한국 정부는 거절했다.).

대안 OS의 핵심은 (만악의 근원) 액티브X 문제를 해소하는 것과 (북한에 털리지 않을 만큼의) 보안성. 지난 3월까지 한국형 개방형OS 로드맵에 대한 제안서를 받았고, 미래부에서 현재 검토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서 티맥스OS가 등장한다. 대표의 꿈이다 뭐다 말이 많지만, 실은 ‘OS 조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만들어진 OS, 라고 보고 있다. 티맥스가 원래 미들웨어와 데이터베이스를 공공 기관과 기업에 납품하는 회사이고, 현재 한국 시장 1위인 업체다. 여기에 데스크탑용 OS를 덧붙일수 있다면? 말이 맞기 시작한다.

실제로 발표회 당일 티맥스OS가 강조한 것도 미래부 등에서 요청하는 대안OS의 요구 조건과 들어맞는다. 장기적으로는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염두에 두고 있겠지만. …결국 티맥스OS가 말하는 한국형OS라는 것은, 한국 공공 조달시장 맞춤형 OS라는 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OS가 아니라.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7월부터 오픈 베타 버전을 공개한다고 하니, 그때 가봐야 안다-라는 말 밖에는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기업이나 공공기관 조달용으로는 몰라도 일반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윈도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세계적으로 약 74%, 한국 같은 경우에는 거의 98%에 이른다.

OS는 플랫폼이고, 플랫폼의 생명은 생태계에 달려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생태계가 아직 없는 티맥스OS가 일반인들에게까지 보급될 가능성은 낮다. 문제는, 티맥스 OS가 안그래도 ‘자포자기’에 가까운 ‘새로운 OS에 대한 꿈’을 바닥까지 떨어뜨려 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결코 관심과 지지를 포기해서는 안되는 꿈을.

Photo credit: Pörrö via Visualhunt.com / CC BY-NC-SA

대안(?) OS에 대한 도전은 포기 되어서는 안된다

독점은 편리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에 대한 고민을 없애준다. 그냥 주는 것만 받는대로 쓰면 된다. 얼마나 효율적인 세상인가. 하지만 그 독점은 결국 ‘이익의 독점’과 비슷한 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하나가 지배하는 세상은 재미없는 세상이고, 변하지 않는 세상이다.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는 사람은 없다. 선택지가 있어야 고르는 사람에게 권력이 생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가 가진 힘이 우리의 이익을 보호한다. 그걸 오래 전에 깨달은 사람들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다.

굳이 북한의 ‘붉은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안OS는 그동안 숱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져갔다. 모두 다 실패하지 않았냐고? 점유율은 낮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여기, 중국의 호남기린공사가 만든 리눅스 배포판인 ‘우분투 기린’이 있다. 중국의 자체 OS 전략에 따라 만들어진 운영 체재로, 중국 정부의 공식 OS다. 현재 델(DELL)사에서 중국에 판매하는 PC의 42%에 이 OS가 탑재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 물론 이용자들이 우분투 기린이 깔린 PC를 싸게 산 다음에 윈도를 다시 깔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애플 만드는 OSX는 어차피 잘 알겠지만, 구글 크롬북에 깔리는 크롬OS의 성장세도 매섭다. 처음에는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하게 되어 있어서 얼마나 팔릴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미국 교육용 컴퓨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품이 되었다.

 

Sailfish OS 2.0

 

 

데스크탑을 벗어나 모바일 OS쪽을 돌아봐도, 새로운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록 안드로이드와 iOS의 높은 벽에 부딪혀 심비안, 파이어폭스OS등 많은 OS들이 운명을 다했지만, 그래도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태반이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AOSP)에 기반하고는 있지만.

아마존에서는 자체 개발한 태블릿PC에 오픈소스 안드로이드를 커스터마이징한 파이어OS를 탑재했다. 샤오미 역시 중국 내에서는 오픈소스 안드로이드를 자체 수정한 OS를 쓰고 있다. 삼성전자에선 리눅스 기반 타이젠 OS 탑재 스마트폰을 출시한 적이 있고, 그밖에 우분투 터치나 중국에서 개발한 COS, 최근 안드로이드와 애플 다음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고 알려진 알리바바에서 개발한 윤OS(Yun OS)도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노키아에서 OS를 만들던 팀이 나와서 만들고 있는, 세일피시 OS 다. 투자 실패로 망한 줄 알았다가, MWC에 새로운 세일피시OS 스마트폰을 선보임으로써 아슬아슬하게 생존 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 지금 당장 안드로이드 OS가 사라진다면 유일한 대안이다-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미래는 결국 새로운 OS에 달려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OS가 필요하다. 결국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어떤 OS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인가-일 것이다. 그래서 티맥스 OS가 많은 실망을 줬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까지 새로운 OS에 대한 꿈을 놓쳐서는 안된다.

지금 대부분의 OS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스마트폰이나 PC, 태블릿 등 다양한 형태의 기기에 탑재가 가능한, 기기 형태에 맞춰 스스로 변하고, 한 번만 개발하면 모든 기기에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자가 적응형’ OS다. 이미 윈도10은 크로니움등의 기능을 통해 이에 접근하고 있고, 애플은 어차피 코어가 비슷한 iOS의 인터페이스를 맥OS에 계속 적용하고 있다. 구글 크롬OS에서는 이미 많은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시킬 수가 있고. 리눅스와 중국에서 개발한 COS 역시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NEMO-UX] FINE 플랫폼 3X3 디스플레이 시연

다른 하나는 인공 지능을 탑재해 음성, 제스처, 환경 등을 스스로 파악하고 응답할 수 있는 멀티 모달 인터페이스를 갖춘 OS다. 궁극적으로 컴퓨터가 우리 눈 앞에서 사라지고, 대신 거의 모든 것 안에 컴퓨터가 내재하는 세상으로 변한다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의도에 맞춰서 반응하는 OS가 살아남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 스타트업인 네모UX에서는 이미 대형 디스플레이용 OS인 ‘파인 플랫폼’을 개발해 선보인 적이 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환경과 기기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갖춘 OS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거기에 사물 인터넷 플랫폼까지 더하게 된다면… 우리 눈 앞에는 지금, 새로운 OS들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예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롭게 열릴 세계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OS의 세상이다.

우리는 새로운 OS에 대한 꿈을 접어서는 안된다. 한국형 OS란 말이 싫다면, 굳이 ‘한국형’이란 수식어를 달지 않아도 좋다. 세계적으로 분업해서 만들어도 나쁠 것 없다. 이미 그런 세상인데.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모바일이나 PC에 한정짓지 않아도, 우리가 치고 들어갈 수 있는 틈새를, 그리고 새롭게 열릴 시장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루해진 유행어로 말하자면 블루 오션을.

부디 그렇게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OS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이번 티맥스 OS에 대한 비난이 빼앗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에서 무슨 OS를 만들겠다고… 삼성 전자도 못한 일을 누가 한다고… 그런 말이 빈정거리듯 나오는 것은 슬프다. 한국에서도 OS를 만드려는 시도는, 무모해 보이더라도, 계속 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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