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6에서 만난 흥미로운 제품들

지난 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는 세계 최대의 소비자 가전 전시회인 CES 2016이 열렸습니다. 이미 많은 소식들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올해 핵심 트렌드는 역시 사물 인터넷과 스마트 자동차, 그리고 드론과 가상현실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들이었죠? 개인적으론 올해 CES 2016 에서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반에 열렸던 세계 박람회와 비슷한 면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세계 박람회, 또는 만국 박람회라 불렸던 이 행사는 원래 영국의 산업박람회에서 출발한 행사. 그렇기 때문에 당대 최고의 기술 문명을 전시하는 그런 행사이기도 했습니다. 가솔린 자동차, 비행기, 전화기, 기차 등등이 이때 소개되고 나중에 수차례 개량 되면서 실용화된 기술들입니다. 전기 자동차도 백 년 전의 이 행사에서 이미 선을 보인 바가 있고요.

그런데 왜, 이번 CES 2016에서도 그런 변화의 기운을 느꼈을까요? 간단히 말하면, 꿈만 꾸던 제품들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럽이 지구를 정복한 것처럼 기세등등하던 19세기말, 그때만 하지는 못하겠지만, 오래 전 꿈만 꿨던 제품들이 하나 둘씩 만져볼 수 있는 제품들로 나타나는 것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CES 2016에서 선보인 3D 프린터 엠코 아르케는 완전히 색칠된 상태의 제품을 찍어낼 수 있는 3D 프린터입니다. 기존 보급형 3D 프린터의 문제점 중 하나가, 제품을 찍어낸 다음 다듬기나 채색 등 마무리 작업을 추가로 해줘야 하는 것이었거든요. 하지만 이 제품은 완전히 색이 입혀진 형태의 제품을 그대로 프린트해 줍니다. 기존 3D 프린터가 흑백 프린터였다면, 엠코 아르케는 포토 프린터라고나 할까요?

▲ 엠코 아르케

또 이번 CES 2016에선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굉장한 합종연횡이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산업의 경계가 본격적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도 볼 수 있었구요. 예를 들어 LeTV(레이TV)란 곳에서 만든 스마트폰인 레이 맥스 프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 칩셋을 처음 탑재한 스마트폰입니다. 그런데 이 스마트폰을 만든 레이TV라는 회사, 아마 처음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이TV는 중국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아프리카 TV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 레이 맥스 프로

페러데이퓨처에서 만든,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대항마 ‘FF제로1’도 공개가 됐습니다. 마치 SF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멋진 디자인에 1000 마력의 힘을 가지고 있고, 최고 시속 321km로 주행 가능하며, 스스로 움직이는 전기차라고 하는데요. 2년 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투자자가 바로 아까 말한 레이TV의 설립자인 자웨팅입니다. 동영상 서비스를 만든 사람이 스마트폰에 전기 자동차에, 정말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셈인데요. 세상이 재미있게 변해가고 있죠? … 물론, 제품은 항상 나와봐야 아는 겁니다만.

 

▲ FF01

그 뿐만이 아닙니다. 그래픽칩 제조사인 엔비디아에서는 자율 주행 무인 자동차를 위한 컴퓨터인 ‘드라이브 PX2’를 내놨습니다. 그래픽 카드를 만들던 곳에서, 차량용 소형 슈퍼 컴퓨터를 만든 겁니다. 이런 제품이 필요한 이유는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기 위해선, 3D 스캔 등을 통해 입력된 대량의 그래픽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 컴퓨터에 내장된 GPU는 최신 노트북 100대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과 맞먹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와 함께 12개의 비디오 카메라와 레이더 등 다양한 센서들을 통해 입력되는 정보를 결합해서 사용할 수가 있으며, 인공 지능을 통해 자동차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어디로 움직여야 할 지 알려준다고 하는데요. 이쯤 되면 조만간 자동차가 IT 제품인지 아닌지, 정말 구별하기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 엔비디아 드라이브 PX2, 데모

 

이밖에도 이번 CES 2016에서는 재미있는 제품들이 많이 선보였습니다. 그 중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조만간 출시 예정인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와 터치 콘트롤러입니다. 판매가 될 제품을 먼저 만져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요. 특히 이 콘트롤러가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가상현실 속 사물들을 진짜처럼 조작하는 느낌이랄까요? 문제는 판매 가격이 꽤 비싸다는 점인데… 앞으로 얼마나 팔릴지, 기대가 됩니다. 많이 팔려서 싸졌으면 좋겠네요.

 

▲ 오큘러스 리프트 & 터치 콘트롤러, 리뷰

 

샤오미가 인수한 세그웨이에서는 인텔과 협력해 세그웨이 로봇을 선보였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세그웨이 전동 스쿠터에 로봇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덕분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평소에는 전동 스쿠터로 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는 로봇이 스스로 움직여 주변을 감시하거나 하는 일등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음성 인식을 통해 명령을 내리는 일도 가능하고요. 이미 따로따로 존재하던 제품을 조합&개량해서, 새로운 용도로 태어나게 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 세그웨이 로봇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드론들도 선보였습니다. 중국의 이항이란 회사에서 선보인 이항 184라는 개인용 헬기는, 단순한 헬기가 아니라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항공기라고 주장합니다. 사람 한 명을 태우고, 태블릿 컴퓨터를 이용해 목적지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그곳까지 날아서, 데려다 준다는 거죠. 사람이 타긴 하지만 조종할 필요가 없는, 모든 조종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헬기입니다.

고도 3500m까지 운항 가능하며 최대 시속 100km라고 하는데요. 대당 가격은 약 2억에서 3억 정도로 책정될 예정입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 제품이 많이 팔리면 과거에 꿈꿨던 날아다니는 자동차 시대가 온다는 말인데요. 과연 출시는 가능할 지, 출시된 제품이 정말 안전할지, 그리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지 … 다들 궁금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 이항 184, CES 전시 모습

 

드론 전문업체 패럿에서는 패럿 디스코-란 이름의 프로토 타입 드론을 공개했습니다. 고정된 날개가 달린 항공기 형태의 드론인데요. 집어 던지면 그냥 날아갑니다. 조정은 태블릿PC로 가능하고요. 재미있는 것은, 헤드셋 디스플레이를 통해 드론에 달린 카메라에서 보이는 영상을 마치 내가 비행기 안에 앉아 있는 것처럼 풍경을 쳐다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텔레 프레즌스인 셈인데요. 실제로 출시가 된다면, 여러가지 용도로 많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패럿 디스코

 

그 밖에도 사람이 다가가면 속이 보이는 냉장고를 비롯해 로봇 바텐더, 스마트폰 카메라용 명품 렌즈등 여러가지 제품이 있었지만, 정말 얼른 나와줬으면 좋겠다-하고 바랬던 것은 딱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하이드로 스마트 샤워 헤드인데요. 샤워기에 달린 LED 불빛이 변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했는지 바로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안에 수압으로 움직이는 작은 터빈이 전기를 따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아껴야 환경도 보호하고 잘 살죠.

 

▲ 하이드로 스마트 샤워 헤드

 

다른 하나는 런드로이드라는 프로토 타입 로봇인데요. 밑의 상자에 옷을 던져 놓으면, 자동으로 개켜주는 제품입니다. 세탁소 같은 곳에서 사용해도 좋겠지만, 호텔방이나 집집마다 한대씩 보급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혼자 사는 남자는 이런 것이 항상 고민이라서 말입니다.

 

 

자- 지금까지, 이번 CES 2016에서 재밌게 지켜봤던 제품들을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사실 사물 인터넷(이라 쓰고 스마트 가전이라 읽습니다) 제품들은 많이 나오긴 했지만 영 구미가 당기진 않고(태블릿PC 달려있다고 몇 배 비싼 냉장고를 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 스마트카는 색다르긴 한데 너무 먼 비전처럼 보이고, 드론이나 초박형 노트북 컴퓨터들은 한대 샀으면 좋겠고, 로봇들은 제발 얼른 나와서 나와 놀아줘… 하는 심정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다른 재미있는 제품들을 혹시 발견하셨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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