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사랑합니다. 사실이기 때문이죠. 어떤 면에서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왜냐구요? 이 시대는 기술 혁신의 순환이 경기 순환과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신기술이 성공하면 경제가 살아납니다. 그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정부와 기업은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고요. 그런 면에서 IT 분야의 예측은 다른 분야보다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자- 그럼 2016년 병신년 새해, 올해는 과연 어떤 새로운 ICT 트렌드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핵심 트렌드는 3가지인데요. 사물 인터넷 생태계 활성화/ 무인 자동차 기술 개발 경쟁/ 가상현실과 로봇 시장의 확대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제조업. 제조업의 IT 화. 또는 IT 기능이 부가된 다양한 상품들의 등장. 여기에 더해 몇 가지 재미있는 흐름들도 조금 더 소개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여러분들은, '애플의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여럿 보시게 될 지도 모릅니다.
사물 인터넷, 여전한 가능성의 미개척지
사물 인터넷은 조금 올드한 트렌드입니다. 사물 인터넷이 핵심 트렌드로 등장한 지도 올해로 3년 째. 쉴 새 없이 변하는 ICT 트렌드 중에서는 드물게, 계속 주목 받고 있는 단어죠. 계속 주목을 받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인지도는 여전히 떨어지는 편입니다. 사물 인터넷의 영어 약자가 IoT(Internet of Things) 잖아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IoT를 엘오티라고 읽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업계 내부의 인지도와 업계 외부의 인지도가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아직 생소해도, 공장이나 어떤 것을 보수, 관리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이미 급격하게 세를 불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SKT에선 스마트팜-이란 이름의 서비스를 통해 비닐 하우스를 원격 제어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요. LGU+에선 ‘음식물쓰레기 관리 시스템’과 ‘차량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여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물 인터넷 마을로 탈바꿈하고 있는 서울 북촌에서 사물 인터넷을 이용한 화재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고요. 그 밖에 스마트 헬스케어나 모바일 결제, 홈네트워크 등에서도 사물 인터넷은 떼어 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B2C는 약해도 B2B나 B2G에선 이미 대세입니다.
그럼 올해는? 사물 인터넷 플랫폼 전쟁이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진 개별적으로 사물 인터넷 사업이나 서비스가 다뤄져 왔습니다. 각기 다른 규격에 각기 다른 제품을 이용해서, 특정한 목적에 맞는 기능만 작동하면 됐으니까요. 일반 시민을 위한 서비스나 제품으로 만들려면 그래선 안좋습니다. 서로 다른 기기를 쓰더라도 쉽게 호환되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그런 사물 인터넷 플랫폼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은 작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사물 인터넷에 연결되는 모든 통신망, 서비스, 기기 등등을 하나의 생태계로 본다며, 플랫폼을 차지하는 기업이 이 생태계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올해도 여러 기업들이 합종 연횡하며 치열한 격전을 벌일 전망입니다.
이미 발표된 사물 인터넷 플랫폼도 상당히 많은데요. 작년에 구글에서 발표한 ‘브릴로’를 비롯해 애플의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 SKT에서 공개한 ‘씽플러그’, LGU+에서 제공하는 ‘IoT@홈’, 삼성잔자의 ‘아틱’등 다양한 기업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고, 이번 CES 2016에서도 새로운 스마트홈 플랫폼들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그만큼 아직 확실한 선두 주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 같은 상황인데요. 올해 어떤 플랫폼이 어느 만큼 성장할 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사물 인터넷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하고 성장할, 다시 말해 이제 막 도입되기 시작한 분야라, 단기간에 뚜렷한 히트 상품이 나타나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인 자동차, 앞으론 인간의 운전이 금지된다?
다음으로 무인 자동차 기술 개발 경쟁이 있습니다. 사실 스마트 자동차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흐름이었습니다. 기존에도 엔진 제어 등에 컴퓨터가 사용되고 있었으니, IT 기술이 차량 안에 들어가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커넥티드 자동차까진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이었는데요.
2014년에 구글에서 무인 자동차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작년에는 일반 도로 주행도 성공했고요.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발표 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한 스마트카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차량에 대한 관심이 확 늘어난 한 해였죠. 물론 아직은 많이 부족한 기능이긴 한데요.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앞으론 인간이 차량을 운전하는 행동이 금지될 지도 모른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생각보다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올 한해도 이런 자율 주행 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전망입니다. 기존 ICT 기업과 자동차 제조 기업들이 모두 이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무인 자동차는 단순히 차량 개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급이 시작될 경우 한 사회의 교통 인프라를 바꿀 수도 있거든요.
물론 지금 당장 구입 가능한 상용차가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지금은 일종의 기술 버블기, 그러니까 기술의 가치에 비해 기대가 너무 높은 상황이라, 한 차례 정도 냉각 기간을 가진 다음 실제 사용 가능한 제품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에서도 상용화 시기는 2020년쯤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하지만 현대 자동차를 비롯해 주요 IT 기업들과 자동차 제조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애플에서도 애플카를 만든다는 소문이 무성한 만큼, 거리를 돌아다니는 무인 자동차를 직접 보게 될 때를 기대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음... 이미 신형 차량들은 자동으로 충돌을 방지해 준다던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포착한 이미지를 보여준다던가-하는 기능이 이미 탑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가상 현실과 로봇 시장, 문제는 ....
작년이 드론이 현실에 안착한 한 해였다면, 올해는 로봇과 가상 현실을 많이 만나보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먼저 작년에 소프트 뱅크의 개인용 로봇 페퍼가 출시되었습니다. 가격이 약 200만원 정도에 달하지만 판매 이후 매달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요. 때문에 일본에선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의외로 자주 볼 수 있는 그런 로봇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올해부터는 보다 다양한 개인용 로봇이 선보일 예정인데요. 스타워즈에 나오는 로봇을 닮은 냉장고부터 시작해서 과연 어떤 로봇이 우리의 눈을 사로 잡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상 현실 역시 올해 많은 화제를 불러 모을 예정입니다. 작년 삼성전자에서 기어VR을 출시한 것을 비롯해 올 한 해 다양한 가상현실 헤드셋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당장 상반기에 출시 예정인 기기만 해도 오큘러스 리프트, PS VR, HTC 바이브등 3종류나 되는데요. 대부분 가격은 40만원대이고, 오큘러스 리프트는 PC와 가정용 게임기인 엑스박스 원, PS VR은 플레이스테이션4와 호환됩니다. 게임용이란 이야기죠.
시작은 이렇게 시작하지만, 이번 가상현실 헤드셋 출시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경우,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지 그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선 TV를 치우고 헤드셋 디스플레이를 TV 대신 사용하는 젊은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경기 불황등의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길게 보면 TV 같은 대형 디스플레이 장치를 일부 대신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재미로 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올해 안에 ‘애플의 위기’ 또는 ‘아이폰의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시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라는 것은 모두들 아실텐데요. 이 와중에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수익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문제는 애플사 전체 수익중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사실입니다. 많을 때는 수익의 70% 가까이를 아이폰에서 얻고 있는데요. 아이폰 판매량이 주춤해 버릴 경우, 바로 애플사에 영향을 끼치게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 때문인지 작년 애플 주가도 7년 만에 하락세로 마감을 했습니다.
또 올 해는 새로운 배터리를 만나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중국 화웨이에서 하반기에 그래핀 전지를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이 전지는 기존 전지보다 10배 빠른 급속 충전이 가능합니다. 이 그래핀을 활용한 신형 배터리 소재는 지금도 계속 개발중인데요. 연료 전지에 사용되면 연료 전지의 가격을 많이 낮출 수가 있다고 합니다. 올해 초에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 오토바이도 출시될 예정이니, 모든 것이 진화하는 데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었던 배터리들의 새로운 진화를 목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 이 가운데 가장 관심 가는 트렌드는 어떤 것인가요? 행여 중요한 트렌드인데 제가 생각 못한 것이 있다면 알려주셔도 좋습니다. 그럼,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름신의 가호도 함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