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가까이 다가온 가상현실, VR 스포츠

지난 2월 20일, 일본 아이돌 가수들이 참여하는 특이한 스포츠 대회가 열렸다. HADO라는 이름을 가진 AR형 스포츠다. 스포츠이긴 한데, 왠지 컴퓨터 게임과 체육(?)을 믹스한 듯한 게임이다. AR고글을 쓰고, 센서를 손에 착용하고, 보이지 않는 에너지 볼을 던지며 싸운다.

참가자들의 말에 따르면, 운동을 전혀 못하는 사람도 요령을 알면 점수를 낼 수 있는, 독특한 감각의 스포츠다. 직접 게임 속으로 들어가 게임 캐릭터가 된 듯한 느낌으로 즐기는 새로운 스포츠. 지금 이 시대는, 모든 것이 IT 기술과 만나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 HADO 플레이 모습

한국, 스크린 시뮬레이터 게임 강국

어떻게? 그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한국 사정을 짚고 넘어가 보자. 한국에서 VR 스포츠라고 하면 어떤 것이 생각날까? 스크린 골프장을 떠올리거나, 오락실에서 즐기던 체험형 스노보드게임 같은 것을 떠올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헤드셋을 쓰지 않아도 분명히 가상현실 스포츠이니까.

한국은 특히 유별나게 ‘스크린’ 형태의 스포츠 시뮬레이터 게임들이 활성화되어 있다. 다른 나라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가상현실 트렌드가 뜨기 이전부터 스크린 골프나 스크린 야구가 인기를 얻고 있었고, 최근에는 스크린 승마나 스크린 사격장까지 생겼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땅이 넓지 않고 스포츠를 즐기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스크린 골프 같은 경우엔 골프 연습장을, 스크린 야구는 야구 연습장을 대신하면서 성공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치열한 경쟁 사회 문화를 가져서 그런 것도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뭐든 ‘게임’이라고 하면 유별나게 지기 싫어하는 것이 한국 사람이니까. 거꾸로 얘기하자면,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가상현실 스포츠가 가장 성공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VR 스포츠가 꼭 게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VR은 스포츠와 어떻게 만나는 가

또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하나는 훈련용 시뮬레이터다. VR 스포츠가 애당초 여기에서 시작했다가 다른 활용 방법을 찾은 경우다. 최근에는 ‘VR 스포츠 중계’도 점점 더 많은 곳에서 도입되고 있고, 앞서 말한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스포츠 장르도 만들어지고 있다.

 

 

위 영상은 미국 스트라이버랩스에서 제작한, 미식축구 선수들이 사용하는 VR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 경기 내용을 360 카메라를 통해 촬영하고, 나중에 VR 헤드셋을 통해 재현해 볼 수 있다고 한다. 바둑의 복기처럼, 자신의 경기나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확인하면서 어떻게 했으면 더 좋았을지 ‘실감 나게’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컴퓨터 그래픽 시뮬레이션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고.

 

 

가상현실 공간에서 사이클을 탈 수 있는 시스템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와이드런이라는 이름의 이 제품은, VR 헤드셋에서 보내는 영상에 맞춰서 페달링 동작, 속도 등을 조절함으로써 실제로 사이클을 다양한 상황에서 타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가상현실 스포츠는 언제쯤 즐길 수 있을까?

위 두 가지 가상현실이 ‘지난 과거를 재현’해 보여주거나 ‘어떤 곳에 있었던 현실을 지금 여기서 다시 느끼게’하는 형태라면, 새로운 VR 스포츠는 ‘없는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다. VR이 ‘정신 활동’의 범주에서 벗어날 기회를 열어준다.

 

 

이카로스라는 이름의 피트니스 머신에 주목하는 것은, 실제로 만들어질 경우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플랭크에 가까운 동작을 ‘즐기게’ 만들어 주는 이 기기는, 그 힘든 동작을 10분 넘게 지속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이용자들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고 있다’라고 여기게 만들어주니까…. 비싸겠지만, 고급 헬스클럽 등에서 한대 정도씩 들여놓을 가능성은 있다.

 

 

드론 레이싱도 분명히 가상현실 게임의 일종이다. 드론 선수들은 모두, VR 헤드셋을 쓰고 실제 드론에 타고 있는 느낌으로 드론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RC카 대회 같은 장난감 대회 성격으로 바뀌게 된다.

 

 

일본 메리프라는 곳에서 개발한 HADO는 가장 가까이 와있는 VR 스포츠다. 사람끼리 겨루거나 팀별로 겨루거나, 아무튼 다양한 형태로 여러 가지 게임을 몸을 움직이며 즐길 수 있다. AR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봐도 좋겠다. 여러 대회를 개최하며, 대중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두고 봐도 좋겠다.

 

가장 가까이 있는 미래, VR 스포츠 중계

가장 가까이 있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VR 스포츠라면, 당연히 VR 중계다.

 

 

먼저 증강 현실을 이용해 MS 홀로렌즈가 보여주고 있는 비전을 한번 보자. 정말 저 영상에 나온 것처럼 된다면 세상이 바뀐 기분이 들겠지만, 아직은 굉장히 먼 미래다. 이런 수준의 혼합 현실을 당장 구현한다는 것은 꿈이다.

 

 

실제 VR 중계는 360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VR 헤드셋을 통해 중계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VR 헤드셋의 한계는 있지만, 반응은 좋은 편이다. 해외 게임 리그에서는 작년 말부터 I.E.M 같은 일부 게임 대회 중계도 VR로 하기 시작했는데, 이쪽이 스포츠 중계보다 반응은 더 좋다. 게임의 특성상(=컴퓨터 영상) 보다 다양한 중계 방법을 시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전히 많다. 지금 출시되고 이는 VR 헤드셋으로는 쾌적하게 VR 영상을 즐기기도 힘들고, 기기 가격도 비싸다. 당장 훈련에 적용하고 싶어도 실용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IT 기술과 결합된 스포츠는 반드시 온다. 어쩌면 내년 이맘때쯤에는, 당신과 내가 ‘에네르기 파’를 쏘거나 ‘아도~겐`이라 외치면서 서로 승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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