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인터뷰로 살펴본 LG G5 실패 이유

LG G5는 왜 실패했을까?

연애도 하기 전에 연애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는 마법의 지팡이가 있다면 어떨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사려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실패 없는 연애를 꿈꾸니까. 돈과 시간을 낭비하기 싫은 탓이기도 하고, 연애가 실패했을 때 얻게 될 상처를 피해 가고 싶은 탓이기도 하다.

물론 이뤄질 수 없는 꿈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예언이 아니라, 고작해야 해석에 불과하니까. 무엇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를 먼저 걱정하는 것을, 연애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 리스크가 있을 것을 알면서도 발을 내딛게 되는 것,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끌려서 하고야 말게 되는 것, 그런 것이 연애가 아닐까.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연애와 비슷하다. 결과를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한 발자국 더 나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이쯤에서 그만두기 싫은 순간이 있다. 꼭 좋은 감정 때문에 그러는 것만은 아니다. 그건 어떤 욕심이기도 하고, 현실과 타협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든 이가 욕심에 눈이 먼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 있었던 것인지는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다행이겠지만, 나쁜 결과를 가져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리스크를 짊어질 각오가 없다면 좋은 제품은 만들 수 없다.

LG G5는 결국, 실패한 연애를 했다. 고만고만한 스마트폰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서 한 발자국 더 나가보려 했지만, 잘못 나가 버렸다. 기본적인 예의를 저버린 죄는 컸다. 게다가 지난 제품에서 얻게 된 악명이 너무 높았다. G5의 연애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제품을 써본 십여 명의 소비자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LG G5

사람들이 G5를 샀던 이유

LG G5를 사게 된 계기는 다들 비슷했다. 뉴스를 통해 출시 소식을 알게 되고, 인터넷 리뷰를 통해 제품의 특징을 접하고, 대리점이나 아는 사람이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사게 됐다. IT 커뮤니티의 글들은 평판을 만드는데 영향을 끼쳤지만, ‘한번 써보고 싶었다’는 바람이나 좋은 조건의 유혹을 넘어서진 못했다. 원래부터 LG 제품만 써왔던 사람도 있었고, 다른 경쟁사가 싫어서 LG 제품을 택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일종의 언더독 효과다.

폰에 대한 만족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한두 명을 제외하면 다들 G5가 괜찮은 스마트폰이라고 했다. 사실 이미 쓰고 있는 스마트폰을 나쁘다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이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고, 쓰고 있는 제품이 자신의 정체성 중 일부이기 때문이기도 하며, 사용하면서 애착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애착을 가지게 된 계기는,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먼저 폰의 디자인에 대해 물어보았다. 스마트폰을 처음 손에 넣은 사람들이 보게 되는 것은, 디자인과 감촉이다. G5는 예전과 다르게, 좀 더 둥글둥글해진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못생겼다는 평을 받은 디자인을 내놓은 다음, 좀 더 무난한 디자인으로 돌아가는 것은 LG전자 스마트폰의 반복되는 경향이다. 예전에 G폰이 나온 다음 G2가 그랬고, G4가 혹평받은 다음 G5가 그랬다.

디자인에 대한 반응은 무난하지만,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결코 비싸 보이진 않는다였다. 고급스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경쟁 제품에 비해 값싸게 보인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 평이 나오게 된 다른 이유는 바로 ‘촉감’ 때문이다. G5는 금속 재료를 본체에 사용했지만, 도료를 두껍게 도포하는 바람에 플라스틱 같은, 미세하게 말랑한 질감을 가지게 됐다. 사람들이 메탈 재질에 기대하는 그런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가 없다.

쓰다 보면 색이 벗겨지는 것은 덤이다. 이에 대해선 사용 습관에 따라 도료의 벗겨짐이 다르게 나타나긴 하지만, 모듈이 조립되는 부분이 벗겨지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손에 쥐는 느낌도 좋다는 사람과 평범하다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많은 경우 큰 불편함은 없다고 했지만, 민감한 몇몇 사람은 각진 모서리를 쥐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발열은 최근 스마트폰 대부분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니, 거기까진 문제 삼지 않기로 한다. 여름에 자동차에서 내비게이션으로 이용하다가 저절로 꺼져 버리는 바람에 사고 날 뻔했다고, 크게 화난 소비자가 한 명 있었다는 것만 얘기해 두겠다.

 

LG G5

말하면 입만 아픈, 모듈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던 부분은 G5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모듈이었다. 첫 번째 불만은 쓸만한 모듈이 없다, 두 번째 불만은 모듈이 너무 비싸다였다. 초기 이벤트로 증정된 카메라 모듈을 쓰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보조 배터리로 쓰기에도 용량이 너무 부족해서, 다들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B&O와 협력해서 출시한 하이파이 모듈에 대해선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호평이었다. 그렇지만 이들도 모듈 가격이 너무 비싸고(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벤트 특가로 구입했다. 정가로 구입한 사람은 없었다.), 갈아 끼우기도 귀찮아서 항상 끼운 상태로 다니고 있었다. 이 경우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하나 생긴다. 하이파이 모듈을 끼우면 본체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맞는 케이스가 없다. 하이파이 모듈을 끼우고 다니는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생폰’ 상태로 폰을 가지고 다녔다.

하이파이 모듈을 사놓고 쓰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배터리가 너무 빨리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벤트로 풀었던 탓인지 대부분 추가 배터리를 가지고 있었고, 여기에 배터리를 하나 더 구입해서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직장과 집에 배터리 충전기를 하나씩 놓고, 배터리가 떨어지면 그 자리에서 교체해서 쓰는 사용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다.

배터리 교체 방식에 대해선 다들 호평이었지만, 공통적으로 배터리를 끄고 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대답했다. 그 밖에 다른 모듈을 따로 구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구할 생각도 없었고, 구할 수도 없었을 것 같다.

LG G5

모듈 때문에 단점이 더 생기다

모듈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보면, 대체 모듈 방식을 왜 도입했는지 의아하게 여겨진다. 모듈 방식의 장점은 ‘배터리 교체식’이란 것을 빼면 전혀 없었다. 하이파이 DAC는 본체에 내장 가능한 부품이고, 차라리 일체형 배터리를 사용했더라면 배터리 내장 용량은 더 늘었을 것이다. 무리하게 일체형 배터리 제품을 교체형 제품으로 재설계하다가, 우연히 모듈 식이 된다는 장점을 발견하고 그에 맞게 설계를 맞춘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 밖에 추가 액세서리, LG 프렌즈라 부른 것들은 언론 홍보를 위해 소비자들에게 사기를 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듈이 아닌 제품 중에 가격 대비 쓸만한 제품이 없고, 그나마 롤링 봇 같은 제품은 출시되지도 못했다. 모듈 설계의 문제도 있다. 하이파이 모듈을 끼고 있으면 USB 데이터 통신이나 고속 충전이 안 되는 등, 사용성이 달라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에 홍채인식 기능을 담으면서, 이 기능을 이용해 스마트폰 뱅킹을 좀 더 빨리,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말을 한다. 새로운 기능을 제시하면서 그 기능의 쓰임새를 제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LG전자는 이 제품을 모듈형으로 만들어 어떤 쓰임새를 제시하고 싶은지, 계획이 전혀 없었다. 당연히 소비자들도 LG 프렌즈 생태계나 갈아 끼우는 모듈형 방식에 대해선 사실상 무시하고 있었다. 있지도 않은 것에 관심을 둘 수는 없으니까.

다만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단점을 하나 얻었다. 바로 유격이다. 모듈과 본체 사이가 살짝 어긋난다거나, 딱 맞게 붙지 않고 뜨는 부분이 생기는 현상은 모두에게 발생하고 있었다. 대부분 쓰다 보면 별로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고 대답했지만, 여기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과민하게 여겨질 정도로 불만을 토로했다.

 

카메라는 호평

카메라 기능에 대해선 전원이 호평을 했다. 일반인들에게 카메라 기능은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만족감을 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V10을 써본 사람은, 전면 카메라 광각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했다(결국 V20에는 앞뒷면으로 듀얼 카메라가 들어갔다.). 기본적인 음성 통화 품질이나 문자 메시지 전송 방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사용자도 있었다.

G4를 써본 사용자는 런처가 상당히 부드럽게 동작하는 것과, 카메라 앱이 빨리 실행되고 사진이 빨리 찍히는 것에 대해 감탄사를 토해냈다. 이는 지난 G4 사용성이 지나치게 나빴던 것과 관련이 있다. 언젠가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LG G4는 꽤 많은 열성적인 LG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LG 전자 안티팬으로 돌려놓았다. G4로 인한 리스크는 앞으로도 여러 가지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특이하게도, G4를 썼던 사용자들은 모두 한 번쯤은 G4를 서비스 센터에서 교체받았다.).

문제는 다른 앱과의 조합이다. 기본 카메라 앱으로만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즘은 많은 경우 예쁘게 꾸며주는 사진 앱을 사용하거나, 인스타그램 같은 사진 SNS 앱을 이용한다. 이런 사진 앱에서는 듀얼 렌즈를 선택해 사용할 수가 없다. 기본 카메라 앱에서 광각으로 세팅하여 놓으면 다른 앱에서도 광각으로 찍히고, 일반각으로 세팅하여 놓으면 일반각으로 찍힌다고 한다. 이에 대해선 경험을 통해 이용자가 스스로 깨닫는 수 밖에는 없다.

 

LG G5

생각보다 매끄러워진 UI, 하지만…

UI는 예전 제품에 비해 좀 더 밝고 세련되게 다듬어졌으며, 알람 창을 통해 여러 가지 기능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이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예전에 자신이 사용하던 방식대로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었다. 사용 습관을 바꿀 만큼 좋게 느껴지는 기능은 아닌 듯했다. LG 전자가 탑재한 다른 기본 기능들도 만보계(?) 기능을 쓰는 사람이 조금 있을 뿐, 그리 뚜렷하게 인식하며 사용자는 없었다.

앱 서랍이 사라지고, 아이폰처럼 설치된 앱이 쫙 깔려서 보이는 방식에는 불만이 많았다. 예전처럼 앱 서랍을 다시 사용할 수도 있지만, 기본값 상태에서 왜 그렇게 변했는지, 어떤 것이 좋은 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익숙하지 않은 것을 강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불편했는지,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앱 서랍을 다시 부활시켜 쓰고 있었다.

앱 서랍을 없애는 방식을 택했다면, 다른 인터페이스도 함께 변해야만 한다. 늘어놓기식 인터페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앱 검색’이다. 가볍게 쓰는 용도라면 상관없지만, 많은 앱을 설치해서 쓰는 헤비 유저들 입장에서 아이폰처럼 알림 창을 내리면 바로 앱을 검색해서 사용할 수 있다거나 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LG G5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는 이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앱 서랍만 지운 것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G5를 사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갑자기 낯선 사용 습관을 강요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결국 헤비 유저들은 다른 런처를 깔아서 사용하고 있었다.)

최악은 화면, 정확하게는 화면 밝기다. 집과 회사를 오가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은 이에 대해 별다른 불만이 없었지만, 바깥을 돌아다니는 일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크게 불만을 표시했다. 밝은 곳에 나가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최대 밝기로 놓아도 마찬가지다. 잘 보이게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다는데 잠깐 켜졌다가 꺼진다-는 불만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모듈형으로 만들면서 배터리 용량을 줄이는 바람에,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여기저기 지나치게 많은 튜닝을 가했다고 여기고 있었다.

속사정은 알기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G5의 화면은 어둡다.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스마트폰은 항상 휴대하는 기기인 만큼 여러 가지 상황에서 사용할 것을 가정하고 세팅이 이뤄져야 하는데, G5는 그런 부분을 무시했다. 아니, 기능은 넣었지만 사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버려뒀다.

LG G5

출고가였으면 사지 않았을 폰

20대 G5 사용자 한 명은 G5 사용성을 묻는 질문에 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신은 그냥 예쁘고 사진도 잘 찍힌다고 해서 샀는데,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자꾸 뭐라고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지금 현재, 스마트폰은 자신의 정체성 가운데 일부분이다. 최신 플래그쉽 스마트폰을 샀는데 주변에서 부러운 눈길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걸 왜 샀냐는 반응이 돌아온다면 구입자 마음은 멍이 들 것이 분명하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의 제품을 쓰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인지는 생각하지도 않았겠지만.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나쁜 제품을 만든 사람들은 억울하다는 소리를 할 자격도 없다.

G5가 나쁜 제품이냐고? 그렇지는 않다. 기본적인 것들은 충실하게 갖췄다. 하지만 G5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혼자 자아도취해서 ‘나 잘났지?’하는 사람을 보는 기분이다. 충분한 기획을 거치지 않은 모듈 방식은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 됐고, 조금 더 사랑받고 싶었던 LG 스마트폰 브랜드는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다.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는 경쟁사 스마트폰의 절반도 안되는데, 수익에 대한 욕심으로 같은 체급으로 놀려다가 망가진 꼴이다. 우리는 충분히 그 값을 받을만하다 생각한다. 경쟁력이 있다. 이 제품은 잘 팔릴 것이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익명의 LG 관계자를 통해 신문 기사에 들어가는 말이다. 이이러니하게, 이런 말이 인용된 제품은 모두 실패했다. 사람들이 ‘과연 이 폰이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연애를 할 때 최악의 구애자는,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 잘 났지? 나 멋있지? 나 이쁘지? 만 내세우며 그러니까 나를 사랑해줘-라고 다가오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다.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의 기본 심리는,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니까 나도 저 사람을 좋아해’다. 서로 좋아한다는 (암묵적) 확신 없이 시작되는 연애는 별로 없다. G5는 과연 소비자들에게 그런 확신을 줬을까?

하나는 확실하다. 인터뷰에 응했던 사람들은 모두, 출고가를 주고서는 사지 않았을 폰이라 대답했다. 같이 나온 경쟁사 제품이 더 좋은데, 다른 제품은 브랜드 파워가 아주 높은데, 굳이 (회사에서 제시한) 제 값을 다 주고 이 폰을 살 이유가 전혀 없다고.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가치는 그들이 결정하지, LG가 결정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면, LG 전자는 먼저 소비자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

* 2016년 말 동아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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