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을 자주 간다. 업무상 여러 스마트 기기를 자주 써보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가끔 어떤 여행은 내게 어떤 '기기'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이다. 뉴욕 여행을 함께한 아이폰, 도쿄 여행을 함께한 LG, 방콕 여행을 함께 한 화웨이... 그리고 지난 7월 후쿠오카 야마카사 축제를 보러 다녀온 여행에서는, 소니 엑스페리아 XZ 프리미엄과 함께 했다.
함께 하긴 했는데, 이 제품을 잘 알고 떠난 여행은 아니었다. 잘 모르는 사람과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랄까. 아니다. 소니 엑스페리아 시리즈와는 꽤 친숙하니, 친한 친구 동생과 다녀온 느낌이라 하는 것이 더 맞겠다. 여행 전 날 리뷰용 기기를 받았기에, 새로운 기능을 여행하는 내내 테스트해 보면서 데리고 다녔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뭔가를 알아가는 여행이 꽤 괜찮았다는 것. 특히 슈퍼 슬로 기능이 재미있었다. 그냥 귀로 듣거나, 소니 전시장에 놓여있는 시제품을 테스트할 때와는 많이 달랐다. 게임으로 치면 '불릿 타임'을 가진 느낌이랄까. 정말 새로운 느낌의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슈퍼 슬로, 내가 능력자가 된 기분
예를 들어, 아래는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던 후쿠오카 야마카사 축제를 촬영한 영상이다.
소니 슈퍼 슬로 기능은 그 자체로 동작하지 않는다. 일반 영상을 찍다가 슈퍼 슬로 버튼을 클릭해야 슈퍼 슬로로 찍힌다. 처음엔 그걸 몰라서 이거 왜 느리게 안 찍혀!를 외쳤다가... 나중에 알고 나서 애걔걔, 겨우 이 정도 시간밖에 안 찍혀? 했다가, 막상 찍힌 결과물을 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 우와와, 이거 완전 게임 장면 같아! 하고.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은, 마치 사진이 물결치며 흘러가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동영상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그냥 지나가버리고 말았을 사람들 표정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정말 내가 시간 여행자로 된 기분으로. 시간을 느리게 흐르게 만들고 지켜보고 사람이 된 기분으로.
끝나고 나면... 너무 짧아, 하고 생각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론 공연을 자주 보거나,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거나, 아기가 있는 집이라면 꼭 가지고 싶을, 그런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미리 긴장하고 있다가 적당한 장면이 나오면 빠르게 버튼을 터치할 수 있도록, 조금 훈련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빠르고 깨끗하게 찍는 사진
소니 엑스페리아 XZ 프리미엄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 음, 어쩌면 엑스페리아 시리즈 전체의 장점은, 사진 촬영 전용 버튼의 존재다.
사실 나는 이 버튼을 정말 정말 사랑한다. 자료용으로도 사진을 많이 찍고, 지나가다 아- 이 풍경 좋네? 하고 사진을 찍는, 평상시 틈틈이 계속 사진을 찍는 버릇을 가진 나로서는, 소니 엑스페리아를 쓸 때마다 이 버튼을 사랑했고, 쓰지 않을 때는 이 버튼을 그리워했다. ㅜ_ㅜ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이번 여행에서 웃기게도, 야마카사 축제 당일 이전의 행진은 다 보고도, 막상 행진 당일은 보지를 못했다. 새벽 일찍 시작하는 탓도 있지만, 알람을 맞추고 미리 잤음에도, 뭔가 외로워서 TV를 틀어놓고 자는 바람에 그 소리에 묻혀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한 것. 아침에 깜짝 놀라 급하게 튀어나가 봤지만, 이미 마지막 행렬은 끝나고 없었다.
울까 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어디선가 남자들이 해산을 하면서 걸어온다. 건널목을 건너가다 이 사람들을 만났는데, 아마 다른 스마트폰이었다면 중간에 폰을 꺼내서 빠르게 찍지 못했을 거다... 아무튼 덕분에, 야마카사 축제 끝물은 맛볼 수 있었다.
또 하나 맘에 들었던 것은, 선예도가 상당히 좋은 사진을 찍어준다는 것. 스마트폰 사진을 확대해 보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은 그냥 수채화 같은 느낌으로 뭉개는 폰들이 꽤 많다. 그게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면 더 예쁘게 보이기 때문인데...
스마트폰 사진은 줌 렌즈를 쓸 수 없는 관계로 일단 찍어놓고 잘라 쓰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에, 이렇게 확대해서 잘라 쓰는 나 같은 사람은 이런 뭉개짐이 딱 질색이다. 다행히 소니 엑스페리아 XZ 프리미엄은 뭉개짐을 포기하고 차라리 도트가 튀는(?) 쪽을 선택했다.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디지털 줌 화질이 생각보다 좋았다는 것. 이건 내가 알고 있는 디지털 줌의 개념과 달라서, 왜 이런 지는... 소프트웨어적인 보정을 잘하나 보다- 정도로만 생각할 수 밖엔 없는데... 일단 아래 사진을 보자.
맨 왼쪽이 원본 격 사진. 중간이 옆에 사진을 확대해서 크롭 한 거고, 오른쪽이 디지털 줌으로 당겨서 찍은 사진이다. 사실상 같은 사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텐데, 디지털 줌... 당긴 것이 더 부드럽게 잘 나왔다.
덕분에 쨍-한 사진을 여러 장 얻을 수 있었다. 아래는 이번 여행 기간 중에 대충(?) 찍은 사진 몇 장이다.
야간 촬영은 여전히 조금 아쉬운
빠르게 대충 찍어도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고, 슈퍼 슬로 촬영으로 색다른 영상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여행의 진짜 즐거움이었다. 다만 여전히 아쉬운 것도 있었다. 바로... 야간 촬영 -_-;
저조도 사진이 이상하게 나오는가? 그건 아니다. 다만, 저조도시 ISO를 팍 올려서 셔터 값을 확보하려는 버릇은 여전하고,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야간 촬영은 여전히 수동 모드로 찍어주는 것이 좋다. 대신 너무 밝게 찍으려는 경향은 달라진 것 같지만.
기타 다른 부분은 모두 괜찮았다. 음질이야 뭐 당연히 소니고(응?), 5.5 인치로 커진 화면은 예전에 비해 많이 커진 느낌은 있지만(이상하게 베젤을 얇게 안 만들었다.), 여행하면서 지도를 확인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찾을 때 5인치 크기 스마트폰보다 더 편리했다. 뒷면에 유리를 달아서 거울처럼 매끈한 것도 좋았고, 디자인도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각진 디자인이다. 해상도가 높아진 것도 환영하는 부분. 찍은 영상과 사진을 보기 좋았다. 배터리도 적당히 오래가고...
한 마디로 딱히 모난 곳은 없으면서, 특이한 기능을 넣어서 재미있는데, 이것 때문에 소니 엑스페리아 XZ 프리미엄을 사야 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했는데 이 기능이 소니 엑제프의 특기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탓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완전체 머신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 하지만, 여전히 살 사람은 살 것 같다.
뭐랄까. 묘한 끌림이 있는 제품이라고 해야 하나. 제대로 쓰려면 조금 공부해야 하긴 하는데, 거기서 나와주는 몇 가지 장점들이 먹히는 사람들에겐 먹히는 장점이라서.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정말 딱 좋은 스마트폰이라 생각한다. 가볍게 딱 하나의 스마트 기기만 들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에겐. 근데 이 제품 왜 듀얼 유심으로 안 내주는 걸까... 이거 여행 자주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정말 필요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