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럭시 S8 ++ 라 불려도 할 말이 없다
나올 때마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폰이라면 딱 두 가지뿐이다. 갤럭시 시리즈와 아이폰 시리즈. 둘 다 칭찬도 많이 받고 욕도 많이 먹지만, 이번 갤럭시 노트 8을 한번 더 주목하게 된 이유는 딱 하나다. 1년 전 전작이 처참하게 망가졌으니까.
아쉽지만, 이번 갤럭시 노트 8에 대해 기대가 큰 편은 아니었다. 유출될 만한 내용을 넘어서 궁금했던 것은 언팩 행사 이전에 모두 공개된 거나 마찬가지라, 딱히 새로 기대할 것이 없었다. 그래도 궁금하니 가서 만져봤다. 갤럭시 노트 8, 너 대체 어떤 폰이냐?
누가 봐도 갤럭시 S8++
첫인상은 간단했다. 갤럭시 S8++. 누가 봐도 마찬가지였으리라. 펜을 쓸 수 있다는 것과 디스플레이가 약간 달라진 것을 빼면, 갤럭시 S8 시리즈와 크게 구별되지 않았다. 그놈의 펜도 문제다. 펜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메리트인 것은 맞지만, 펜이 노트 7과 크게 구별되는 점이 없었다.
라이브 메시지? 그거야 양념 조금 더 친 것에 불과하다. 펜 촉이나 펜 대의 질감은? 갤럭시 노트 FE와 거의 같다. 번역되고 메모하고 그런 것들은 예전에도 되는 거고, 1 페이지만 쓸 수 있던 것 100 페이지로 늘려준 것은 고맙지만, 그건 FE 모델에도 추후 지원될 가능성이 높다(안 해주면 나쁜 놈?).
안전하게 나왔을 거라 믿고 그만큼 안전성 문제에 철저하게 대비했겠지만, 전에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올해 삼성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움직인다. 새로운 실험이 전혀 없다. 이런 것이 갤럭시 노트 8이라면, 앞으로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펜이 달린 S 시리즈’ 정도에 머물 수밖에 없다.
괜찮은 그립감, SHIT인 블루 컬러
갤럭시 노트 8의 장점은 엉뚱하게, 그립감이다.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란 이름으로 루프탑 수영장에서 물 떨어지듯, 디스플레이 외부 곡면을 뚝 떨어지게 깎았는데, 여기서 많은 것을 얻었다. 우선 그립감이 좋다. 갤럭시 S8은 뭔가 손바닥을 찌르는 느낌이 있어서 피곤했는데, 갤럭시 노트 8은 상대적으로 편안하다.
오작동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손바닥에 살이 많아서 그런가, 예전 갤럭시 노트7을 잡았을 때는 손바닥을 잘못 인식해서 오작동이 종종 일어나곤 했는데, 갤럭시 노트 8을 만지는 과정에서는 그런 오작동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 다만, 저 휘어진 부분에 터치를 해야 할 경우, 뭔가 불편하다. 가로 전용 모드로 실행되는 게임 같은 경우, 저 위치에 뒤로 가기 아이콘이 위치한 경우가 많은데, 눌리는 느낌이 이상했다. 화면 경계부가 확- 왜곡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단점.
아 참, 사진 촬영을 까먹어서 다른 사이트 사진으로 대체하지만, 이번에 새로 선보인 블루 컬러는 솔직히 ‘SHIT’다. 멀쩡하게 예쁜 파스텔톤 블루 컬러 놔두고 이제 와서 갑자기 왜 이런 색을 선보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혹시 이런 것도 한국 사람보다 미국 사람들 취향으로 가는 건가.
이 비싼 스마트폰을 갑자기 싸구려로 보이게 만든다. 모든 사람의 감각이 같지는 않겠지만, 나라면 절대로 권할 수 없는 색감. 식상하긴 하지만, 무난하게 그레이나 블랙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골드는 아저씨들이 선택할 색상 같고…
듀얼 카메라 괜찮지만, 야간에는?
듀얼 카메라는 이번 갤럭시 노트 8에서 강조하는, 킬러 기능이다. 너무 뒤늦게 등장한 킬러이긴 하지만, 나쁘지 않다. 은근히 아웃 포커싱을 잘해 준다. 그렇지만 늦었다. 이미 다른 스마트폰으로 경험해본 사람들에겐 그리 신기하게 느껴질 기능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야간 사진에서도 이런 아웃 포커싱을 보여줄 것인가-하는 것. 스마트폰 듀얼 카메라를 이용한 배경 흐림은 한계가 있었다. 특히 야간에는 광량이 부족해 ISO를 심하게 올리는 폰들도 많았다. 대부분의 듀얼 카메라 배경 흐림 사진들이 인물 상반신 + 쨍한 대낮 + 배경과 멀리 떨어짐-의 3중 콤보를 갖추고 있는 이유다.
개인적으론 일반 사진과 아웃 포커싱(?) 사진 두 장을 한꺼번에 찍을 수 있는 기능이 더 좋았다. 두 개의 화각으로 동시 촬영하다니, 여행 다닐 때나 자료 사진을 찍을 때도 무척 맘에 들 기능이다. 이 기능만큼은 삼성 브라보!
과도기적 완성체, 조금 더 두고 보길
좋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없다. 잠깐 갤럭시 노트 8을 만져보고 내린 결론이다…. 솔직히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잘 팔린다(응?). 갤럭시 노트 7은 정말 잘 나왔다 했더니 터져버렸고, 갤럭시 S8은 삼성이 너무 굼뜨게 움직인다 했는데 적당히 팔렸다(여전히 갤럭시 S 4 만큼 팔리진 못한다.).
… 솔직히 갤럭시 S7을 지금 사도 별 불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2 세대 스마트폰 시장은 정점을 이미 찍었다. 개개 폰들의 완성도도 몇 년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올라섰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3세대 스마트폰, 또는 그쪽으로 넘어가기 위한 제품들이 나와줘야 한다. 아이폰은 그걸 증강현실로 잡고 있을 거고, 다른 회사들은 아직 모르겠다.
그립감이 좋긴 하지만, 이런 폰이 100만 원을 넘어가면 그냥 갤럭시 S8을 사라고 할 것 같다. 아니면 곧 아이폰 발표가 있으니 그것을 기다려 보던가. 지금은 기다려봐도 좋은 시기다. 최소한 IFA 2017에서 보게 될 스마트폰 시장 흐름을 파악한 다음 결정해도 늦지 않다.
완성체는 완성체인데, 과도기적 완성체다. 먼저 치고 나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조금, 아니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