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18이 열렸다. 언제나처럼 역대 최대 규모로, 150여 개 국가에서 4천여 개 이상 기업이 참가한 이번 행사에 대해 뒤늦게나마 정리해 본다. 당연히, 예전에 썼는데 나중에 올리는 글이다. ㅜ_ㅜ
인공지능과 AI 비서, CES를 장악하다
다들 알고 있듯, 이번 CES를 장악한 것은 ‘인공지능’과 ‘음성 인식 인터페이스’였다. 그동안 고민하고 있던 문제가 좀 틀이 잡히는, 그러니까 스마트폰 다음 시대를 어떻게 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까. 지난 2016년부터 많이 등장했던 사물 인터넷, 자율 주행차, 인공 지능에 기반을 둔 지능형 기기들이 드디어 구체적인 모습을 찾았다.
스마트폰부터 TV까지, 여러 가전제품들을 아마존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 LG 씽큐, 삼성 빅스비 같은 인공 지능 플랫폼을 이용해 모두 연결해서 편리하게 사용하게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전면적으로 드러났다. 이제 가전제품들이 각자 지능을 갖추게 됐으니, 인공지능 집사를 고용해서 뭐 좀 하라고 명령을 내리면, 이 인공지능 집사가 대신 가전제품들을 부리는 시스템이다.
집사를 부리는 인터페이스로 채택된 것이 바로 음성이다. 키보드나 터치로 입력하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인데, 그동안 인식률이나 이해도가 떨어져서 잘 쓰이지 않다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야 사람들이 좀 불편하지 않게 쓸 수 있게 됐다(솔직히 아직도 불편하긴 하다. 이에 대해선 다음에 얘기해 보자.).
인공지능이 부리는 다양한 제품들
그럼 인공지능은 어떤 제품들을 부릴 수 있을까? TV부터 시작해 로봇, 자동차까지 다양하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제품까지 이젠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번에 발표된 LG 인공지능 ‘씽큐 TV’ 같은 경우엔 화면 모드 변경이나 채널, 볼륨 등을 모두 음성으로 바꿀 수 있다. 콘텐츠도 검색할 수 있고, 보다가 지금 보고 있는 영상의 주연 배우가 누군지, 줄거리는 어떻게 되는 지도 물어볼 수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샤워기도 등장했다. 주방과 목욕탕에 사용되는 제품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모엔(Moen)이란 회사에서 내놓은 제품으로, 알렉사를 이용해 말로 지시를 내리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온도에 맞춰서 샤워기를 쓸 수 있다고 한다. 그 밖에 세탁기, 청소기, 욕실 거울, 전등 스위치, 스마트 글래스에도 들어갔으며, 올해부터 알렉사는 PC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 그런데, 이런 변화가 정말 편하긴 할까?
그런 우려 때문에 한번 직접 써보라고 구글도 따로 부스를 차렸다. 삼성은 삼성 시티, LG는 씽큐존 같은 체험 전시장을 만들었고. 예를 들어 이런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된다면, 차를 타고 퇴근하는 길에 미리 집에 히터를 틀어놓거나, 냉장고에 뭐가 떨어졌는지 확인해서 장을 보고 들어갈 수 있다.
심지어 애완동물용 급식기 같은 제품에도 인공지능이 들어갔다. 덕분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집에 늦게 들어갈 때 대신 강아지나 고양이한테 먼저 밥 좀 주라고 말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제대로' 쓸 수 있게 되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엉뚱하게도 소니 로봇 강아지 아이보였지만.
로봇, 대중화를 준비하다
아이보의 인기가 폭발적이었지만, CES 2018에서 볼 수 있었던 로봇은 아이보만은 아니다. 먼저 인공지능 가정용 로봇이 선보였다. ‘아이올러스 봇’이라는 이 로봇은, 물건을 가져다주거나, 청소기를 손에 들고 집안 청소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구글 어시스턴트나 알렉사를 이용해서 대화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도 CES를 찾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민권을 받질 않나, 예전에 사람과 대화하다 ‘인류를 파멸시키고 싶냐’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해서 상당히 유명해진 로봇이다. 이번엔 한국 카이스트에서 만든 로봇 ‘휴보’의 다리를 갖고 등장했는데, 몸과 다리가 언밸런스한 것이 매력 포인트다. 그 밖에 자동으로 빨래를 개 주는 로봇 론드로이드, 건강 관리를 해주는 YYD 로봇 등 굉장히 다양한 로봇이 많이 등장했다.
자율 주행차, 미래를 준비하다
변함없이 다양한 자율 주행 차도 선보였다. 아쉬운 것은 이번에 꽤 많은 차들이 시운전을 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내린 폭우 때문에 취소된 경우가 많았다.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것은 중국 바이튼에서 만든 컨셉 전기차로, 실내 대시 보드 전체가 디스플레이고, 한번 충전으로 꽤 오래 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밖에 도요타는 이동 가게로도 사용 가능한 자율 주행 미니버스 ‘e-팔레트’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난데없는 폭우부터 정전 사고까지, 예년과는 다르게 사고가 좀 많았던 CES 2018이었다. 중국 업체들이 트렌드를 선도하기 시작한 것도 눈에 띄었지만, 이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얘기해 보자. 스마트 시티가 메인 테마였다는데 그런 것 없다. 특별 행사였을 뿐이다. 가상현실 및 게임 관련 기기들도 많이 선보였는데, 역시 나중에 따로 다루는 것이 나을 듯하다. 아무튼, 예년에 비해 꽤 재밌었던 CES였다. 이제 아이폰 같은 제품만 나오면 되는데, 그런 제품이 곧 선보일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손에 들 수 있는 제품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