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놓고 말하자면, 신용카드가 훨씬 더 편하다.
청두에서 봤던 무인 가게는 특정 앱이 없으면 못 들어가게 아예 문이 잠겨 있었다. 홍차오 기차역에서 봤던 한 사람은 자판기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한참을 헤매다가 내가 지폐를 넣고 음료수를 사는 걸 지켜봐야 했다. 어떤 학생(?)은 잔금이 모자랐는지 위챗 페이를 열고 택시 기사와 다툼을 하고 있었다.
중국에 갈 때마다 한 번쯤은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뭐, 여행을 떠나면,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면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서 봤던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신용카드 한 장 넘겨주면 그냥 끝나는, 한국 시스템에 너무 익숙해서 그런 지도 모른다.
한국 택시에선 ‘카드로 결제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틱-하고 찍으면 끝나는 택시비가, 중국에선 모바일 결제하겠다고 하고, QR코드 찍고, 가격 입력한 다음, 비밀 번호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눌러서 보여줘야 한다. 거참, 이런 것이 편하다고? 뭐 편의점이나 스타벅스에선 그냥 QR코드를 보여주면 끝이긴 하지만, 어쨌든 아는 사람에겐 불편하다.
중국에서 유행이 되고 있는 신유통이나 ‘아마존 고’ 같은 무인 편의점, 또는 ‘No line’ 트렌드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지금 소매 업계는 온라인으로 만족하지 못한 업체들이 오프라인까지 집어먹겠다고(=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고) 나오는 모양새다. 막강한 자본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그들이 오프라인까지 장악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문제는 ‘그게 왜 필요한가’다. 아마존 고 홍보용 비디오를 보면서 대단하게 생각했던 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쇼핑하는’ 흐름을 하나도 망치지 않으면서 ‘불편함’만 줄였다는 사실이었다.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고르고, 계산해서 나온다-가 일반적인 흐름이고, 많은 경우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아마존 고에선 ‘고르고 나온다’로 끝난다. 얼마나 좋은가?
미디어에선 ‘일하는 노동자가 없어도 된다!’에만 집중하는 모양이지만,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노동자가 좀 더 편하게 소비할 수/일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그래서 매출/이익을 늘리는)이 현재 기술이지, 인건비를 무작정 줄이려는 기술이 아니다.
만약 편의점 안에 손님이 있는데 정전이 된다면? 앱 사용법을 잘 모르는 나이 드신 분이 손님으로 온다면? 갑자기 인터넷 사용이 안된다면? 술 취한 사람이 난동(?)을 피우면? 가게에 기분 나쁜 행색을 가진 사람이 들어와서 나갈 생각을 안 한다면? 누군가가 가게 손님들에게 껌을 팔고 돌아다니면? 누군가가 특정 물건이 잘 보이게 물건 위치를 바꿔버리면?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요령껏 대처를 하겠지만, 지금 있는 (멍청한) 기계들은 어떻게 하기 힘들다. 소매점에선 이런 다양한 일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은 일어난다. 그렇기에 당분간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편의점/음식점/소매점 등등은 나오지 않는다. 나온다면 그건 그냥 자판기고…
게다가 오프라인 가게는 지역 특색을 강하게 반영한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것처럼,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해도 그 지역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문을 잠가두는 무인 편의점, 다양한 음료를 마실 수 없는 천연 주스 자판기, 앱으로만 주문할 수 있는 커피숍이 한국에서 성공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고객들도 ‘정말’ 다양하다. 우리가 설정한 대로 그대로 따라와서 모든 것을 좋게 좋게 끝내주는, 그런 고객만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신유통이나 아마존 고를, 참고할 가치는 있지만 따라 해야 할 모델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걸 대단히 멋진 것처럼 보여주려는 시선도 경계한다. 어떤 것을 배우면 좋을지, 그걸 서로 말하고 토론해 보는 걸로 충분하다.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왜 필요한가-이고, 결국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일테니까.
* …그나저나 나 원고 쓰다말고 앉아서 왜 이런 글 쓰고 있니…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