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을 읽는 3가지 키워드

IT 산업에서 장기 예측을 한다는 것은 거짓말을 한다는 말과 같다. 2011년에 나온 3D TV 관련 보고서를 보면 2015년에는 전체 TV 시장의 약 56%가 3D TV가 된다는 예측을 볼 수 있다. 2008년 인텔은 자사 개발자 포럼에서 “아이폰은 곧 단종될, 실패할 제품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금 읽으면 배꼽을 잡으며 웃을 수밖에 없다.

반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되는 단기 예측은 어렵지 않다. 이미 개발을 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선보일지 추측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특허, 부품사와의 계약, 인터뷰에서 흘린 말, 특히 루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때 겪는 어려움은 다른 일이다. 어떤 제품이 나올지 대충 짐작할 수 있으니, 이때부터는 제품보다도 시장 반응을 점쳐보는 일이 더 중요하게 된다. 과연 새로 나올 제품이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성공/실패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2018년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한없이 지루해진 시장에서,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냐 다른 길을 찾을 것이냐 하는 갈림길에. 그런 의미에서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을 읽을 수 있는 3가지 키워드를 짚어본다.

가성비

▲ 난립했던 스마트폰 회사들이 정리되고 있다. 맥스 스튜디오/셔터스톡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가성비’다. 2018년 스마트폰 시장은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IDC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년 대비 1분기 –2.9%, 2분기 –1.8% 감소했다. 이미 살 사람은 다 산 상태에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는 탓이 크다.

이런 시장에서 버티려면 단골을 많이 확보하거나, 신흥 시장을 개척하는 일밖에 없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 자존심을 버려가며 공을 들이고, 화웨이나 샤오미 같은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힘을 쏟는 이유다.

남은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역시 인도다. 세계 3대 시장의 하나이면서 아직 스마트폰 보급률이 절반도 안 되는 나라다. 다만 소득 수준이 낮기에, 이익이 많이 남는 플래그쉽 스마트폰 판매에는 한계가 있다. 이 나라에서 잘 팔리는 스마트폰은 150달러 이하의 저가형 스마트폰이다. 여전히 피처폰도 잘 팔린다.

삼성과 인도 시장 1, 2위를 다투고 있는 샤오미는 아예 적자를 각오하고 공세를 펴고 있다.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렇게 가성비를 내세운 스마트폰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일종의 치킨 게임이다. 이 와중에 기존 저가형 스마트폰 제조사는 대부분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에서도 보급형 아이폰이 선보일 예정이며, 한국에서도 화웨이 노바 라이트 2, 샤오미 홍미노트5 같은 스마트폰이 이미 나왔다. 2군 대접받는 LG전자나 레노버, 소니 스마트폰은 입술이 바짝 말라간다. 이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는 것도 좋겠다.

틈새 특화

PC 시장에서 힌트를 얻은 걸까. 가성비 폰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몇몇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게임용 노트북처럼 스마트폰을 특정 용도에 맞게 특화하는 전략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는 특화 스마트폰은 ‘게이밍’폰이다. 이미 게이밍 노트북 제조사 레이저와 샤오미(블랙샤크), 에이수스(ROG)에서 내놨으며, 화웨이 역시 서브 브랜드인 ‘아너’를 이용해 ‘아너 플레이’ 게이밍폰을 출시했다. 보통 5.7인치 이상의 큰 화면과 고용량 램,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오래 써도 뜨거워지지 않도록 쿨링 기능에 신경 쓴 것이 특징이다. 최근 발표된 갤럭시 노트9도 이에 질세라 히트 파이프를 탑재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스마트폰도 만들어지고 있다. 시린랩스와 폭스콘이 손잡고 만드는 스마트폰 ‘핀니’를 비롯해 중국 슈거의 ‘슈거 블록체인 촹스 버전’, HTC가 개발 중인 엑소더스 등이 블록체인 스마트폰이다. 이들은 주로 가상화폐 지갑 역할을 하지만 일부 스마트폰은 가상화폐 채굴, 블록체인 게임을 실행할 수도 있다고 한다.

모토로라와 에센셜폰은 액세서리를 추가해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모듈형 스마트폰을 계속 내놓고 있으며, 블랙베리 역시 물리 키보드를 다시 열심히 끌어안았다. LG는 음악감상에 특화된 폰을 고집하고, 보안에 특화된 블랙폰 같은 스마트폰 역시 계속 개발 중이다.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을 가능성은 작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어느 때보다 다양한 스마트폰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와서, 라는 마음이 들긴 하지만.

플렉시블

2019년 스마트폰 시장의 이야깃거리는 ‘플렉시블’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과 5G 스마트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덧붙여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 10주년을 기념해 어떤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그럼 올해는 어떻게 될까? 아쉽지만, 잊자. 플렉시블 스마트폰이 준비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프로토타입 제품은 이미 작년 말에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드러난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인 것도 맞다. 화웨이에서 올해 11월에 접는 스마트폰을 선보일 가능성이 플랙시블 스마트폰을 선보일 거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중국 BOE 같은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성장세도 무섭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잊자. 많은 사람의 기대와 달리, 올해 안에 프로토타입도 선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화웨이는 11월에 선보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그동안 다른 회사에서 개발 중이었던 제품에서 발생한 문제를 화웨이가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상황이 궁금하면 아래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회사 BOE에서 공개한 제품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 8월 초에 썼던 원고를 지금 상황에 맞게 조금 손봐서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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