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아동포르노 플랫폼을 만들었다

지독하고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 2019년 9월 17일, 한국, 미국, 영국 사법 당국은 다른 29개국과 공조 수사를 벌여,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고 이용한 12개국 337명(한국 발표 310명, 한국인 223명 포함)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인터넷 암시장이라 불리는 다크웹을 이용해 이뤄진 이번 범죄는, 인터넷과 비트코인이란 도구가 잘못 쓰이면 어떻게 되는 지를 명백히 보여줬다.

사이트 이름은 “웰컴투비디오”. 2015년 6월에 시작해 2018년 3월에 폐쇄됐으며, 최근까지 수사를 위해 ‘공사중’이란 표시를 했었다고 한다. 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날 이 사이트 1면은 폐쇄 알림 화면으로 바뀌었다. 운영자는 한국인 23세 손(..) 모씨(해외에선 이름 공표, 한국 언론엔 A 씨로 표기).

 

 

이 사이트엔 약 8TB 분량에 해당하는 20만 건 이상의 아동 포르노가 올라와 있었다. 그중 45% 정도는 미국실종아동학대방지센터(NCMEC)에서 분석한 적이 없는 새로운 영상이었다. 아동 포르노를 보기 위해서는 포인트나 이용권이 필요했으며, 포인트는 비트코인으로 구입하거나, 새 회원을 소개하거나, 새 아동 포르노 영상을 올려 모아야 했다.

연간 멤버십은 약 300달러(0.03 비트코인, 2018년 3월 기준). 전체 사이트에서 거래된 금액은 73만 달러로 여겨지며, 운영자가 얻은 수익은 약 37만 달러라고 한다. ‘웰컴투비디오’에 가입한 회원수는 128만 명 규모라고 하나 확실하진 않다. 서버 자체는 백만이 넘는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고 하며, 유료 회원은 4천 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다크넷 관련 사건 중에도 아주 질이 나쁜 사례에 속한다.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만든 것도 나쁜데, 거기에 인센티브까지 얹었다. 당시 비트 코인 붐을 생각하면, 돈을 벌기 위해 아동 포르노를 만들라고 유혹하는 일이다. 회원이 지불한 비트코인은 동영상을 올린 사람에게도 돌아갔다.

… 다시 말해, ‘웰컴투비디오’는 단순한 아동 포르노 사이트가 아니라, 그런 영상을 올리고 보고 거래하기 위한 플랫폼이었다.

 

 

이 사이트를 어떻게 찾아냈을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에서 수십 차례 ‘협박편지(Black Mail)’을 보내 기소된 ‘매튜 팔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사이트가 알려졌다고 한다. 이 사이트를 예의 주시하는 과정에서, 운영자의 실수로(…) 서버 주소와 소유자가 공개됐다.

이 서버 주소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미 수사당국은 한국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고, 한국 경찰은 손 모씨를 체포하고 서버를 압수할 수 있었다. 압수된 서버에는 비트코인 거래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이 거래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체포할 수 있었다. 미국 역시 한국처럼,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거래하려면 개인 정보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크웹은 토르 같은 익명화 기술을 사용하는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 검색엔진에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한, 인터넷 암흑가다. 예전 영화에서 가끔 보이던 ‘비밀 웹사이트’ 같은 곳이 바로 다크넷이다. 이 안에선 개인 정보, 청부 살인을 비롯해 온갖 범죄 행위가 거래된다(고 한다). 특히 마약 거래에 자주 쓰인다. 예전에 폐쇄된 ‘실크 로드’가 가장 악명 높은 다크웹 사이트였다.

아이러니하지만, 익명 웹서핑을 보장하는 기술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실제로 브래들리 매닝 같은 사람은 다크웹을 이용해 미군 학살을 기록하는 비디오를 공개하기도 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한다. 비트코인은 가치야 어쨌든, 탈중앙화를 외치는 기술이다.

 

… 이 두 가지가 만났는데, 결론은 다크웹 활성화, 세계 최초(?) 최대의 아동 포르노 거래 플랫폼이 태어났다.

기술 악용은 생각보다 쉽고 위험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그렇게 된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데, 23세 손 모 씨는, 꿈과 희망의 비트코인을 벌기 위해, 한국의 뛰어난 인터넷 인프라를 가지고 그 짓을 하고 있었다. 하아. 그랬는데도 1심 집행유예, 2심 징역 18개월에 끝났다. 앞으로 같은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 다행히 수사 당국은 영상 분석 끝에 영상에 등장하는 아이들 가운데 23명을 구할 수 있었다.

* 로이터 통신 기사를 보려면 여기로(링크)

* 해당 사건 보고서는 여기(링크)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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