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에서 식물 재배기를 내놨다. CES2020에서 선보일 이 제품은, 기존 냉장고, 정수기, 에어컨에 쓰던 기술을 따와 만들어진 것이 장점이다. 다시 말해 가전제품 잘 만드니, 그 잘만드는 기술로 식물 재배기도 잘 만들었다(고 주장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낯설지만, 이런 식물 재배기를 선보인 회사는 꽤 많다.
농업에 IT 기술을 활용하는 일은 당연하고, 이제 집에서 쉽게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음, 이걸 누가 할까? 라는 당연한 궁금증은 잠시 저기에 밀어두기로 하자. 전에 만든 맥주 제조기도 일반 가정집에 필요한 기기라고 보긴 어려웠으니까. 당분간 등장할 '신'가전 제품은, 대부분 누가 쓸까- 싶을 거다.
중요한 건, 이제 가정에서 IT 를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일이 점점 많아질 거라는 사실이니까.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자. 오늘 이야기는 농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이 식물을 키우고, 즐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더불어 이렇게 식물과 꽃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스마트 기기도 함께 소개할까 한다.
... 사실 이런걸 가든 테크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개인이 IT 기술을 활용해 식물을 키우는 목적은 크게 3가지다. 하나는 취미로 반려 식물을 키우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스마트 팜 또는 스마트 가든이라고 불리는 작은 실내 정원을 만드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사물 인터넷을 이용해 이미 키우고 있던 식물이나 꽃, 정원을 관리할 수 있다.
반려 식물을 키우는 스마트 화분
반려식물이라 불리지만 사실 그냥 취미로 키우는 식물이다. 정서적 애착이란 측면을 강조했다고나 할까. 많은 어머니(...)들이 베란다에서 키우시는, 바로 그거다. 다만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손이 덜가고 쉽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이가 늘었다. 위에 있는 사진에 보이는 스마트 화분 루아-가 그런 제품이다.
국내 스타트업에서 만드는 블룸 엔진은 좀 더 본격적으로 식물을 키우는 스마트 화분이다. 자동으로 화분을 관리해 주기 때문에, 식물을 잘 못 키우는 사람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씨앗에서 싹이 나고 꽃이 필 때까지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화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드론 회사 패럿에서 만든 패럿팟이란 제품도 있다. 일반 화분에 스마트 기능을 추가한 제품으로, 센서를 통해 햇빛양, 비료 농도, 토양의 수분, 기온까지 점검해서 알려준다고 한다.
먹을 식물을 키우는 스마트 가든
스마트 화분이 식물을 하나씩 키운다면, 스마트 가든은 여러 식물을 키운다. 여기서부터는 '재배한다'라는 말이 더 어울려, 스마트 가든이라 부른다. 2018년부터 붐(?)이 일기는 했지만, 수 년 전부터 생각보다 꽤 많이 팔리고 있는 기기다. 그 중 클릭 앤 그로우에서 나온 스마트 가든이 가장 유명하다.
작동 원리는 블룸 엔진과 비슷하다. 배양토에 포함된 씨앗을 세팅한 다음, LED 전구로 빛을 비춰주고, 급수 통에서 자동으로 물을 공급해 준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면 식물이 큰 모습을 볼 수 있다. 토마토나 바질 등 다양한 식물을 길러 먹을 수 있고, 다 자라면 새로운 씨앗을 다시 채우면 된다.
다른 스마트 가든 제품도 많다. 예를 들어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해 데뷔한 '아바 바이트'가 있다. 한 번에 다섯 식물을 키울 수가 있으며, 토마토, 허브, 후추, 딸기, 버섯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일도 가능하다.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타임랩스 비디오로 기록해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차세대 스마트 가든으로 불리는 플랜트 하이브라는 제품도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식물이 자라기 좋은 기후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진딧물 같은 외부 감염도 막을 수 있다. 스마트 가든 시스템은 수경 재배나 식물 공장과 비슷하다. 앞으로는 집집마다 이런 스마트 팜을 만들어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먹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스마트 가든이 너무 과하게 여겨진다면, 엔씽에서 내놓은 플랜티 스퀘어는 어떨까? 필요한 식물을 주문하면, 그 식물의 씨앗이 담긴 팟이 배달되어 온다. 그걸 물만 부어 키울 수 있다. 원한다면 이런 팟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플랜티 큐브를 이용해도 된다. 호텔 같은 곳에서 쓸 수 있도록, 컨테이너 하나 크기의 식물 농장(플랜티 큐브)을 팔기도 한다고 한다.
꽃을 즐기는 IT 기술
굳이 꽃을 키우지 않아도, IT 기술을 이용해 꽃을 즐길 방법은 많다. 요즘 가장 흔해진 기능은 역시 카메라 화상 인식을 통해 꽃이름을 파악하는 서비스다. 모야모 같은 앱이나 다음 앱을 이용하면 지나가다 보는 꽃을 찍어서 꽃 이름을 알 수 있다.
TDK에서 입소문을 노리고 만든 영상이긴 하지만, 인공지능 분재 화분 로봇도 선보인 적이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 로봇 + 분재 + 스마트 화분이라고나 할까. IT와는 상관없어서 소개는 안하지만, 공중부양 화분 라이프(LYFE)나 에어 봉사이 같은 제품은 실제로 살 수 있는, 재미있는 화분이다.
게임으로 꽃을 즐길 수도 있다. 플라워라는 게임은, 플레이어가 바람이 되어서, 꽃망울을 터트리고 그 꽃잎과 함께 도시를 부활시키는 게임이다. 조금 어렵긴 하지만, 하다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폴더블 스마트폰이나 8K TV에 먼저 눈을 뺏기긴 하겠지만, 식물을 키우는 기술은 분명히 성장하고 있는 트렌드다. 실내 수경 재배 장치는 땅값이 비싼 도시에서 점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다가오는 CES 2020에서는, 더 많은 관련 기술을 만날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