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택시의 과거, 현재, 미래

21세기에 산다는 건 도시에 산다는 말이다. 2018년 UN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55%의 인류가 도시에 살고 있으며, 2050년에는 68%의 사람이 도시에 살게 된다고 예상한다. 예상 인구를 고려하면 적어도 60억 명 이상이 도시에 사는 셈이다. 이미 북미에선 인구의 82%가, 유럽에선 74%가 도시에 살고 있다. 200년 전 도시에 사는 사람은 인류의 10% 정도에 불과했던 사실을 생각해보면, 지난 200년간 문명은 도시와 함께 자라났다고 해도 좋다.

도시가 커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도 함께 커졌다. 특히 범죄와 재해, 재난에 대처하는 공중안전 문제나 전기와 전화, 수도 등과 같은 기반 시설 문제, 전염병 같은 위생과 의료 문제, 교육 문제, 대중교통 수단 신설 및 교통 체증 완화 같은 교통 문제는 빠르게 해결되길 원하는 사람이 많다. 런던에 사는 운전자가 교통 체증으로 인해 1년간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은 약 72시간에 달한다. 1년에 사흘을 길에서 날리는 셈이다.

지난 10여 년간 크게 성장한 우버나 그랩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나, 현재 개발되고 있는 자율주행차,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전기 자동차는 이런 ‘도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어났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도시 교통 시스템은 MaaS(서비스형 교통, Mobility as a Service)로 변하고 있다.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만큼 넷플릭스를 보듯, 개개인이 차량을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차량을 불러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여기에 UAM(도시 항공 교통. Urban Air Mobility)이라 불리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합류했다. 원하는 곳으로 날아서 갈 수 있는 이동 수단, 일명 플라잉 택시다.

 

▲ 현대 자동차에서 CES2020에서 선보인 플라잉 택시 컨셉

 

느닷없이 등장한 플라잉 택시

 

플라잉 택시는 어떤 이동 수단일까? 딱 부러지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크게 수직 이착륙(Vertical Take Off and Landing, VTOL)이 가능한 소형 전기 비행기이며, 스스로 이동할 수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예약/탑승이 가능한 이동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상용화를 앞둔 ‘테라푸지아(Terrafugia)’나 ‘PAL-V 리버티’처럼 지상 주행이 가능한 소형 항공기 형태의 플라잉카는 플라잉 택시로는 쓰이지 않을 예정이니, 아직 상용화된 제품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사실 2016년경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름이다. 중국 드론 업체 ‘이항(EHang)’이 CES 2016에서 선보인 유인 드론 ‘EHang 184 AAV’ 때문이었다. 당시 이 기체는 드론과 자율주행차를 합친 듯한, 사람을 태우고 이동하는 드론이란 개념을 처음 선보여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 기체에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2016년 1월 에어버스와 손잡고 온디맨드 헬기 사업을 확장할 궁리를 하고 있던 우버는, 2016년 10월 돌연 ‘엘리베이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2023년에 ‘우버 에어’라는 비행 택시 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에어버스는 이보다 이른 8월에 자회사 A³를 통해 ‘바하나(Vahana)’란 이름으로 플라잉 택시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2월에는 두바이 정부에서 ‘드론 택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 이렇게 낯선 개념이었던 플라잉 택시는 순식간에 ‘상상의 영역’에서 ‘구현 가능한 미래’로 들어와 버렸다.

왜 지금 플라잉 택시일까?

 

개념은 낯설지만, 플라잉 택시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발명품은 아니다. 1884년 프랑스에선 ‘라 프랑스(La France)’란 이름의 비행선에 전기 동력을 달아 띄웠었다. 1926년엔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스카이 플리버(Sky Flivver)’란 이름의 플라잉카를 구상했고, 1949년엔 ‘에어로카’라는 플라잉카가 발표되기도 했다.

1957년 군사용으로 개발된 ‘VZ-8 에어집’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카였다. 1973년엔 ‘ME-E1’이 최초의 유인 전기 모터 비행에 성공했다. 1995년 나사가 개발한 무인 전기 항공기 ‘패스파인더’와 2009년 개발되어 2016년 세계 일주에 성공한 태양광 패널 비행기 ‘솔라 임펄스’도 있다. 다만 큰 성과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플라잉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지난 2003년, 미 NASA에서 개인 항공 차량(Personal air vehicle, PAV)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같은 해 미국은 공동기획개발사무국(Joint Planning and Development Office, JPDO)를 설립해 ‘차세대 항공 운송 시스템(Next Generation Air Transportation System, NGATS)’에 대한 연구 및 제도 정비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다양한 플라잉카 스타트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지상 주행형 플라잉카 회사들을 비롯해, 팬윙(Fanwing)이라 불리는 독특한 비행방식을 개발한 패트릭 피블스, 유럽에서 ‘에어 택시’로 쓰인 소형 항공기를 만든 케스트렐 항공(Kestrel Aerospace 미국 이전 후 인수, 이후 해당 파산), 통근용 비행기란 개념으로 개발된 수직이착륙(VTOL) 플라잉 택시 젯팟 P-200(Jetpod P-200, 시험 비행 중 사고로 창업자 사망)도 이때 등장했다. 다만 이때까지는, 전기를 주동력으로 쓸 생각은 하지 못했다.

마지막 퍼즐 조각은 전기 자동차와 드론에서 맞춰졌다. 테슬라 전기 자동차가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이후 전기차 개발 경쟁이 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를 비롯해 전력전자 기술이 크게 향상됐고, 전보다 쉽게 전기 항공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드론은 도심에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 이동체라는 개념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드론 형태를 응용하면, 기존 소형 비행기나 헬기에 비해 싼 기체를 만들 수 있다.

항속 거리는 50km 정도, 탑승 인원은 4명 정도로 줄어들지만, 도심 내 운행을 전제로 하는 모빌리티 서비스에선 이 정도면 충분하다.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해 높은 에너지 효율, 소음 감소, 구조 간소화로 인한 운용 비용 절감도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채산성을 맞출 수 있게 됐다.

 

플라잉 택시, 누가 준비할까?

 

개인 항공기는 그동안 운전하기 어렵고, 너무 비싸고, 관련 규제나 법규가 복잡해 쓰기 어렵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플라잉카나 유인 드론은 이런 한계를 넘으려고 시도했다. 우버나 에어버스 같은 회사는 도시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수단을 찾고 있었다. 이들은 다른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쌓은 지식이 있기에, ‘아, 이런 사업을 하면 되겠구나’하고 알게 된 순간 바로 시장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플라잉 택시 사업은 그렇게 태어났다. 이들은 중동과 멕시코에서 온-디맨드 헬기 사업을 운영하며 플라잉 택시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돈이 될 듯하니 참여를 선언하는 기업도 속속 늘어가고, 도시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니 우리가 먼저 해보겠다고 나서는 도시도 많아졌다.

 

 

우버는 2018년 5월에 열린 ‘2018 엘리베이트 서밋’에서 2020년부터 ‘우버 에어’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미 항공청(FAA)과 협력해 시험 기체 200대가 이착륙할 수 있는 ‘스카이포트’를 만들 예정이며, 실험 도시 주요 지역을 우버 에어로 연결할 생각이라고 한다. 90분 거리를 6분 안에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격은 고급형 우버 서비스 정도로 맞출 예정이고, 이때 사용될 플라잉 택시들을 공개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시범 서비스는 2020년에 시작되고 서비스 개시는 2023년으로 예정하고 있다. 미국 이외 상용 서비스에 들어갈 국가는 호주, 브라질, 프랑스, 인도, 일본 중에서 결정된다.

현재 개발 중단이 되긴 했지만, 아우디와 에어버스는 다양한 전기 항공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었다. 1인용 기체 ‘바하나’는 시험 비행에 성공했고, ‘시티에어버스(CityAirbus)’는 2019년 시험 비행 예정이었다. 4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한 4인승 eVTOL 기체로, 쿼드콥터 드론을 닮았다.

미 인텔과 독일 다임러에서 투자받은 독일 볼로콥터(Volocopter)는 2019년 싱가포르에서 시험 비행을 마쳤다.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볼로콥터는 단순한 전기 비행기 제작업체가 아니라 관련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기를 꿈꾼다.

도요타는 ‘스카이드라이브’라는 회사에 출자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실제 날아다니는 플라잉카를 시범 비행하려는 목표를 가진 곳이다. 현재 화물 운송 시험 비행에 성공했으며, 유인 실내 비행 테스트를 하고 있는 중이다. 대형 헬기 업체인 ‘벨 헬리콥터’는 우버에 이어 프랑스 탈레스(Thales)와 손잡았다. 목표는 ‘온 디맨드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플라이트 제어 시스템 개발이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투자한 ‘코라(Cora)’는 뉴질랜드 항공사와 제휴를 맺었다. 3년 안에 뉴질랜드에서 자율비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롤스로이스와 애스턴 마틴은 플라잉카 컨셉 디자인을 공개한 바 있고, 항공기 제조사 보잉도 ‘플라잉카’ 개발에 뛰어들었다. 독일 릴리움은 릴리움젯(Lilium Jet)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2025년 상용화가 목표다.

 

플라잉 택시의 미래

움직임만 보면 조만간 플라잉 택시를 탈 수 있을 듯하지만, 아직 ‘될 듯하다’ 수준을 넘어서진 못했다. 아직 상용화된 플라잉 택시는 한 대도 없다. 안전도 매우 중요하기에, 전처럼 관계 기관이나 규제를 무시하고 진행할 수도 없다. 무인 자율비행을 꿈꾸지만 런칭 초기엔 조종사도 부족하다.

그 때문에 우버는 2023년에 정식 개시를 꿈꾸지만, 실제론 10년에서 30년 정도 걸릴 것이란 예상이 다수다. 2018년 12월 모건 스탠리에서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2040년 도시 항공 교통(UAM) 시장 전망을 두 가지로 계산한다. 가장 낙관적으로 계산할 경우 약 2조 9천억 달러, 가장 비관적으로 보면 6,150억 달러 정도가 될 거라고.

재난 대책이나 의료용으로 사용되길 기대하기도 한다. 지진 해일이나 대형 산불 화재 때, 차로 이동하다 갇혀 죽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꽉 막힌 교통 체증 때 가장 힘들어할 사람은 구급차 운전사다. 플라잉 택시와 플라잉 택시를 위해 개발될 많은 장치는 이런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번 도입되고 나면 그 영향력은 철도나 차, 비행기가 도입되었을 때와 같을 거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구글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와 ‘우버 에어’ 같은 플라잉 택시,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 같은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함께 어우러지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최소한 도시 교통 체계는 한번 뒤집히고, 앞으로 만들어질 스마트 시티도 예상과 달라진다. 정말 다른 미래는, 거기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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