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리디에서 빌려 놓고 안읽었던 책을 몰아 읽었습니다. 그 중 좀 괜찮다-싶었던 책이 이 책, 피니시입니다. 힘 빼고 가볍게 해내는 끝내기 기술이란 부제가 달렸네요. 당연히 요즘 '나온' 책은 아닙니다(...). 2017년? 그때쯤 나왔습니다. 시도하는 건 많은 데 금방 포기하는 당신에게, 부담갖지 말고 그냥 끝까지 가봐-하고 말하는 책이죠.
책 구성은 게임을 닮았습니다. 완벽주의라는 대마왕을 설정하고, 스테이지 별로 어떻게 이 마왕의 방해를 격파하면서 최종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완벽주의는 다른 말로 '기왕이면 잘해야 한다'라거나 '남들에게 잘보이고 싶어'하는 기분입니다.
'잘하는 목수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쓴다'는 장인 정신이기도 하고, 직장 상사님께서 직원들에게 정신교육하는 말이기도 하죠. 남의 돈 받고 일할 거면 제대로 하라고. 그런데, 그래서, 그러니까, 우린 자꾸 하고 싶거나/해야할 일을 포기하고, 미루게 된다고 하네요.
심지어 우리가 세운 '원칙'이나 '목표'로 삼는 많은 일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내 껄로 착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당연히 이 말은, 많은 다른 자기계발서들의 주장을 반박합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가 아니라. 재미없으면 도망쳐!라고 하니까요. 근데 그래야 끝까지 간다고. 이 말이 정말 맞는 지 아닌 지는, 나중에 그릿-을 읽어보며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아무튼 자신이 좋아하는 일(=재미)를 찾아서, 보다 쉬운 길을 찾아서, 대충대충이라도 끝까지 가라. 앞날을 미리 생각하지 마라. 일단 해봐라.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좀 더 근사한 단어를 쓰지만요. 중요한 건, 어찌되었건, 남들이 정해놓은 포지션, 시선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인기, 인생에 대한 부담감 등을 잊는 거고요.
사실 그렇긴 하잖아요. 왜 예전에 어른들이 결혼은 아무 생각 없을 때 후다닥 하고 나면 대충 살게된다...고 하신 것처럼, 뭐든 아무 생각 없을 때 후다닥 하고 나면 대충 어떻게든 되거든요. 요즘 결혼이야 후다닥 하고 후다닥 이혼하는 사람도 많아서 좋은 예가 되진 못합니다만.
당연히 뭐든 (돌이킬 수 없는/나쁜 짓만 아니면) 한 건, 안한 거보단 나아요. 사상 최악의 여행이라도 떠나지 않은 것보단 낫고요. 만들지 않은 건프라보단 대충이라도 조립한 건프라가 낫죠. 지구 멸망 이런 건 뭐 다른 사례가 되겠습니다만. 준비하기 전에 지르고, 지르고 나서 재미없으면 관두고, 질러보고 괜찮다 싶으면 뒤 돌아보지 말고, 걱정 말고 그냥 가라-는 책입니다.
...아, 일은 일이니까 다르고요.
실은 이 책도, '책에 대한 부담-제대로 읽어야 한다, 읽고나면 정리해야한다'를 땅바닥에 내팽겨치고, 만화책처럼 일반 책도 읽을래!라고 생각한 요즘이기에 읽은 거랍니다. 나중에 다시 쓰겠지만, 자기계발서 같은 가벼운 책 속독은 전자책+구독 서비스 조합이 정말 편하긴 합니다.
그나저나 당신이 선택한 고통이 당신을 만든다-라는 말, 진짜 멋진 말이었는데, 의심하게 됐네요. 흙.
* 기본적인 논리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과 비슷합니다. 인간은 항상 편한 길을 찾기 때문에, 의지의 힘을 믿지 말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