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로봇(외골격) 슈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정리해 보자

앞으로 이 옷 없이 일하기 싫을지 모른다

사이배슬론이란 경기가 있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생체 공학 보조 장치를 착용하고 겨루는 국제 대회다. 원래는 올해 5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9월로 연기됐다. 지난 6월 15일, 이 대회에 참여할 한국 선수와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4’가 공개됐다. 한국은 지난 2016년 열린 1회 사이베슬론 ‘보행보조로봇’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적이 있다.

SF 영화에나 나오는 기술처럼 보이는가? 맞다. 아이언맨은 유명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쉽게 보긴 어렵다. 그동안 언론에 선보인 많은 기기들은 사이좋게 양산 제품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배터리 기술은 부족했고, 옷은 무겁고 굼뗘서 오히려 사람을 다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뭘까?

이런 슈트가, 2019년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 2020 사이배슬론 한국 대표 이주현, 김병욱 선수

 

전기차, 웨어러블 슈트 발전을 촉진하다

 

웨어러블 슈트는 말 그대로, 옷처럼 입어서 우리의 움직임을 보조해주는 기기를 말한다. 기계의 도움을 받아 좀 더 편하게 일하거나 생활할 수 있게 해 준다.

부르는 이름은 다양하다. 겉보기에는 입는 뼈처럼 보이는 제품은 강화 외골격(Powered ExoSkeleton) 슈트라고 부른다. 사람 움직임을 도와주기에 어시스트 슈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밖에 파워드 아머, 파워드 슈트, 엑소 슈트 등으로 불리지만, 우리나라에선 주로 웨어러블 로봇 슈트라는 이름으로 많이 부르고 있다.

개발은 20년 전 이상부터 진행됐고, 2010년 정도부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2018~2019년을 기점으로 쓰는 곳이 조용하게 늘어났다. 예전에는 군용으로 많이 개발됐다면, 최근에는 물류 쪽과 간호 현장, 제조 공장 등에 보급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기술이 웨어러블 슈트 보급을 도왔을까? 여러 기술 중에서, 배터리 기술이 발전한 득을 크게 봤다. 스마트기기와 전기 자동차로 인해, 배터리가 작고 가벼우면서도, 용량은 커지고 싸졌다. 예전에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배터리가 무거워서 입고 쓰기가 힘들었는데, 좀 괜찮아졌다.

소재도 많이 발전했다. 예전에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써서 무거웠다면, 지금은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합금, 탄소 섬유 등을 이용해 가벼우면서도 강한, 그런 기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웨어러블 슈트를 찾는 이유

어디에서 이런 제품을 찾을까? 주로 일하는 현장이다. 웨어러블 로봇 슈트를 원하는 곳은 비슷하다. 무거운 물건을 자주 움직이는 곳이나, 오랜 시간 엉거주춤한 자세를 반복하거나 유지해야 하는 곳이다.

예를 들어 LG전자에서 개발한 ‘LG 클로이 수트봇’ 같은 경우엔 하체 근력 지원용 웨어러블 로봇 슈트다. 훨씬 적은 힘으로도 무거운 짐을 손쉽게 옮길 수 있게 도와준다.

현대 자동차에서 개발한 벡스(VEX) 역시 자동차 공장 노동자를 위한 장치다. 오랫동안 팔을 들고 일해야 하는 사람이나, 쭈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다른 한 편,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있다. 산업 현장도 이 문제에서 예외는 아니다. 로봇을 도입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도 있지만, 로봇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아직 많다. 자동화 좋아하는 애플에서도 로봇을 이용한 완전 자동화 공정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세상은 여전히 사람 손이 필요한데, 점점 일할 사람은 줄어드니,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

일 잘하는 사람이 나이 들어 일을 줄이거나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늦추기 위한 장비이기도 하다. 웨어러블 슈트를 이용하면, 그동안 젊은 남성만 했던 일에 여성이나 고령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앞으로 이삿짐센터나 대형 가전제품을 설치해 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옷을 입게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직업 제한이 없어지는 것과 더불어, 노동 환경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아무래도 일이 좀 편해지니까 그렇다. 이런 특징 때문에 최근에는 농어촌에 도입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을 비롯해 산업 재해가 감소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액티브 vs 패시브

뭉뚱그려 같이 부르긴 하지만, 웨어러블 로봇 슈트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동력을 쓰는 액티브 타입과 동력을 쓰지 않는 패시브 타입이다. 액티브 타입은 모터와 배터리를 사용해 착용자의 체력 부담을 직접 줄여주는 로봇이고, 패시브 타입은 인공 근육이나 스프링 등을 이용해 이용자의 움직임을 지지해주는 옷이다.

실제 패시브 타입 슈트를 쓰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보이지 않는 벽이나 의자가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내 움직임을 밀어주는 게 아니라, 내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딱 잡아주는 슈트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타입이, 가격이 더 저렴해서 더 많이 쓰인다.

주된 현장은 크게 나눠보면 의료, 간호, 공장, 공항 등이다. 먼저 의료 쪽에선 사이베슬론 대회에서 보는 것처럼, 장애 재활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산업용으론 포드의 엑소 베스트, 사코스 로보틱스사의 가디언 XO 가, 독일 저먼 바이오닉에서 만든 크레이 엑스(Cray X) 등이 유명하다.

일본 유피알에서는 2019년 간호 활동을 지원하는 패시브 타입 재킷을 발매했다. 가격이 28만 원 정도로 저렴해서, 지금까지 1만 벌 이상 팔렸다고 한다. 이 밖에 네덜란드 라에보(Laevo)의 라에보 엑소 스켈레톤이나 일본 사이버다인의 HAL이 물류 현장과 공항에서 실제 쓰이고 있다.

 

 

웨어러블 슈트의 미래

 

앞으로 웨어러블 로봇 슈트는 어떻게 발전할까? 코로나 19로 인해 아무것도 장담할 순 없지만, 일단 더 많이 쓰이리라 생각한다. 다만 전망은 조정되어야 한다. ABI 리서치에서 작년에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2028년까지 58억 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거두리라 예상하고 있지만, 이제 이렇게 성장할 거라 믿는 사람은 없다.

액티브 형태는 인간의 힘을 강화해 산업 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패시브 형태는 의류에 가깝게 나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론 패시브 웨어러블 로봇을 마치 속옷처럼 입고 다니게 될지도 모른다. 문어처럼 추가적인 팔다리를 갖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일단은 무시하자.

다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일단 입을 때 드는 위화감을 해결해야 한다. 아무래도 옷의 무게가 있는 데다 딱딱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더 낮아져야 한다. 액티브 형태는 500만 원 이상에서 몇천만 원 이상 될 정도로 비싸다. 군용이라면 모를까, 일반인이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격이 내려가면, 힘든 작업 현장이 아니어도 웨어러블 로봇을 찾을 사람은 많다. 서 있는 일이 많은 사람이나, 허리 디스크가 있는 사람 등.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당분간은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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