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죽은 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앞에 오던 사람이 흠칫 놀라며 걸음을 바꾼다. 가만 보니 고양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로드킬을 당했다. 동네에서 보지 못했던 아이다. 이걸 어쩌지-하다, 자리를 비키니 다른 고양이가 물끄러미, 죽은 고양이를 바라본다. 얼마 지나 한 사람이 오더니, 고양이 시체를 상자에 담아 다른 자리로 치운다.

삶이, 죽음이, 참 허망하다. 저녁부터 안 좋은 소식을 듣고 조마조마해 하고 있었는데, 우울한 마음이 더 우울해졌다. 얼마 전 연금 보험 들라고 권하던 사람에게 그리 말했다. 제가, 그 나이까지, 살 수 있을까요? 아버지와 형제 분들은 대부분 환갑 즈음에 돌아가셨다. 나는 이십대에 아버지를 잃었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 갑자기 떠나간다.

 

 

박원순 시장이 죽었다. 실종됐다고 하더니, 갑자기 추문이 터지더니, 결국 불귀의 객이 되어 버렸다. 모르는 것에 대해선 입을 닫기로 하자. 다만 알고 있는 것만 말하련다. 우리 어머니는 정말, 박시장을 좋아하셨다. 너무 일 잘한다고. 나도 그랬다. 똑똑한 사람이 행정가가 되면 이렇게까지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첫 번째 사람.

하고픈 일이 많았을 텐데. 보통 멘탈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간다. 많은 이야기만 뒤에 남기고, 떠난다. 둘러보니 온갖 조롱이 난무한다. 하도 시달렸던 탓일까. 이젠 조롱도 귀엽고 서글프다. 손가락으로야 무슨 말을 못 내뱉겠니. 나는 그냥 아쉽다. 노회찬 아저씨가 떠났을 때 만큼이나, 슬프다. 참 일 잘할 사람 같았는데, 잃었다.

 

 

돌아오는 길, 문득, 편의점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중얼 거린다. 나는 그냥, 편의점이 되면 좋겠다고. 24시간 열려 있으니, 아무나 다녀가세요. 비싼 건 없지만 필요한 건 대충 있으니, 가끔씩 1+1 행사도 하니, 자주 들려주세요-하고. 아무리 늦은 밤에도, 열려 있으니, 걱정 말고.

널리고 널린 악다구니들조차 안스럽게 느껴지는 밤. 살아가는 짐이 너무 많다. 들어가는 비용이 한두푼이 아니다. 왜 사는 지도 모르겠는데 살려면 돈 먼저 내라고 한다. 세상이 악을 쓰는 밤, 악 쓰는 소리를 노래처럼 듣는다. 악 쓰다 지치시면, 여기 들려 생수 한 병 사가세요-라고 중얼거리며. 사는 게 참, 그저 그렇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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