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앰비언트 컴퓨팅의 꿈을 꾸는가?

컴퓨터가 보이지 않는 컴퓨터 환경

 

지난 2019년 10월 16일 열린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에서, 구글은 여러 가지 이상한(?) 제품을 선보였다.

먼저 ‘픽셀 버즈’라는 무선 이어폰이 있다. 이 제품은 최대 110m 거리에서도 연결을 유지한다. 같은 날 발표한 스마트폰 ‘픽셀 4’에는 ‘프로젝트 솔리(Project Soli)’라는 이름으로 개발하던 모션 센서 기술을 집어넣었다. 이제 픽셀 4는 우리가 가까이에 있는지 없는지 알아차리고, 손을 흔들어 전화를 받거나 끌 수 있다.

AI 스피커 ‘구글 미니’는 ‘네스트 미니’라는 이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근접 센서가 내장되어서 사용자가 접근하는지 아닌지 인식한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무선 인터넷 공유기 ‘구글 와이파이’는 ‘네스트 와이파이’로 이름이 바뀌면서, AI 스피커로도 쓸 수 있게 됐다.

 

▲ 구글 픽셀 4 모션 센서 시연 이미지(이미지 제공 : Google)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2019년 9월 25일 열린 이벤트에서는, 무려 15가지 신제품을 선보였다. 원래 있던 아마존 에코 AI 스피커를 제외하면, 처음 보는 제품이 많다. ‘에코 플러스’라는 제품은 전기 콘센트에 꽂아 쓰는 AI 음성인식기다. 오로지 아마존 인공지능 알렉사를 쓰기 위한 장치다.

‘에코 프레임’은 안경테다. ‘구글 글라스’와는 다르게 렌즈나 망막에 이미지를 투사하지 않는다. 일반 안경 프레임에 마이크와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다. 이를 이용해 알람을 듣거나 알렉사를 이용하거나,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 스피커는 사용자에게만 들리도록 설계됐다.

‘에코 루프’는 반지다. 알람이 오면 진동으로 알려주며, 역시 스피커와 마이크를 안에 넣었다. 다시 말해 손가락에 끼운 채로 알렉사를 쓸 수 있는 장치다. 물론 전화 통화도 할 수 있다.

 

▲ 아마존 에코 프레임과 에코 루프(이미지 제공 : AMAZON)

 

왜 이상하다고 말했을까? 있어도 나쁘지 않지만, 굳이 넣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구글은 왜 이어폰 연결 거리를 110m나 되게 만들었을까? 왜 스마트폰이 몸동작을 인식할까? 왜 AI 스피커에 근접 센서를 넣었을까? 아마존은 왜 음성 인식이 되는 안경테와 반지를 만들었을까? 콘센트에 끼우는 음성인식기는 왜 필요할까?

하나하나 따져보면 굳이 넣을 필요가 없는 기능이거나, 있을 필요가 없는 기기다. 그런데도 구글과 아마존은 그런 기능을 넣었고, 그런 기기를 만들었다. 왜? 대답은 간단하다. 구글과 아마존이 준비하고 있는 다음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다.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던 PC 시대와 스마트폰이 지배하던 모바일 시대를 지나, 앰비언트 컴퓨팅이 도래하는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 앰비언트(Ambient) : 환경, 배경, 분위기라는 뜻이지만, 앰비언트 컴퓨팅에선 ‘공기(空氣)’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앰비언트 컴퓨팅은 전기를 쓰듯 컴퓨팅 파워를 쓸 수 있는 환경이다.

 

모든 곳에 있지만,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

 

‘메이드 바이 구글’ 기조연설에서 구글 수석 부사장 릭 오스텔로는 이렇게 말했다.

“모바일 시대에, 스마트폰은 세계를 바꿨습니다. 모든 곳에 강력한 컴퓨터를 갖고 다닐 수 있다는 건 무척 쓸모 있었지요. 하지만 당신이 필요할 때 아무 데서나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그걸 쓸 수 있다면 더 유용할 겁니다. 그것이 바로 ‘앰비언트 컴퓨팅’입니다. 아무 때나 당신이 필요한 때에 컴퓨터를 쓸 수 있습니다. 필요 없으면 어딘가로 사라집니다. 이제 기기는 시스템의 핵심이 아닙니다. 당신이 핵심이죠. 이것이 앰비언트 컴퓨팅에 대한 우리의 비전입니다.”

이 말은 앰비언트 컴퓨팅이 어떤 뜻인지를 잘 알려준다. ‘앰비언트 컴퓨팅’은 사용 기기가 아니라 사용 환경이다. 지금까진 PC와 스마트폰을 어떻게 팔고 어떻게 써야 좋은 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앰비언트 컴퓨팅에선 기술과 기기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아직은 우리가 스마트 기기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사용법을 배워야 하지만, 앞으로는 기술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걸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 링 스마트 라이트 사용 이미지(이미지 제공 : RING) https://shop.ring.com/pages/smart-lighting

 

가장 간단한 예라면 ‘센서 등’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센서 등은 사람이 가까이 가면 켜지고 시간이 지나면 꺼지는, 아주 단순한 조명기기다. 아마존 알렉사 제품군에 속해있는 ‘링 스마트 조명’은 여기에 IT 기술을 더했다. 색상과 밝기, 센서 감도 등을 스마트폰으로 조절할 수 있고, 수십 개의 조명을 관리하기도 쉽다.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되면 알려주기도 하고, 날이 밝으면 저절로 꺼지게 만들 수도 있다.

앰비언트 컴퓨팅 시대에는 어떻게 변할까?

이용자가 센서 등에 가까이 다가오면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그가 소유자라면 불을 밝히고 자동으로 문이 열리도록 알릴 것이다. 적절한 실내 온도가 유지되도록 온도조절기에 정보를 보낼 수도 있다. 소유자가 집에 들어오면 실내조명이 켜지고, 원한다면 TV가 켜지면서 뉴스나 저녁 식사 추천 메뉴를 볼 수도 있다.

반려동물이 있다면 오늘 어떻게 지냈는지 특별한 문제는 없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보여주게 만들 수도 있다. 여기까지 사람이 할 일이 별로 없다. 인공지능이란 집사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여러 기기를 통합 제어해서, 필요하거나 미리 정해진 일을 알아서 수행한다. 일상에 녹아드는 기술, 그게 바로 앰비언트 컴퓨팅이다.

 

 

구글과 아마존이 이상한 기기를 만드는 이유

 

오해는 하지 말자. 앰비언트 컴퓨팅은 PC와 스마트폰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PC와 스마트폰은 앞으로도 자기 영역에서 그대로 쓰인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이용해 가전기기를 다룰 시대에, 여전히 PC와 스마트폰은 유용한 도구일까?

키보드나 마우스, 터치 인터페이스는 사람이 기기에 묶여있던 시대에나 적당했다. 현실 세계에서 쉽게 쓰일 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음성을 쓴다. 대화는 인간이 쓰는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방식이고, 무엇보다 쉽다. 이제 구글과 아마존이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 기기를 만든 이유가 드러난다.

… 이들은 가장 간단하게 인공지능을 쓰게 할 방법을 찾고 있다.

 

▲ 네이버 클로바 인공지능 스피커들(이미지 제공 : 네이버)

 

110m나 떨어져도 연결되는 구글 버즈나 AI 스피커가 장착된 와이파이 공유기, 마이크와 스피커가 장착된 안경테와 반지가 그래서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글은 스마트 워치 제조 업체인 핏빗을 인수했고, 리바이스와 협력해 스마트 재킷도 출시했다. 아마존 역시 스마트 전구, 시계, 오븐, 건조기 등 수없이 많은 가전제품에 알렉사 기능을 넣고 있다.

한발 늦긴 하지만, MS 역시 자사 인공지능 코타나를 이용한 화상회의 장비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초기 제품 실패로 조금 주춤하고 있지만, 피해 가긴 어렵다. 네이버나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앰비언트 컴퓨팅은 결국, 앞으로 어떤 회사가 제공하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제품 생태계에서 살아갈 것인가라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멋진 비전이지만 마냥 밝은 미래는 아니다.

구글과 아마존은 개인 정보 보호 문제에서 신뢰를 그리 받지 못하고 있다. 한 회사가 만든 인공지능 생태계에 갇히길 원하는 사람은 드물다. 회사 차원에서는 더 많은 기기를 팔 기회지만, 이용자가 정말 이런 환경을 원하는지도 아직 모른다. 많은 제품이 ‘구독형 모델’을 추구하지만, 소비자는 계속 돈이 나가는 걸 싫어한다.

좋아 보이는 것과 좋은 것은 아주 다르다. 많은 스마트홈 기기는 좋아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굳이 그걸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주지 못한다. 정말 앰비언트 컴퓨팅은 스마트폰 다음 시대를 책임질 수 있을까? 하나는 분명하다. 이용자가 그걸 필요로 할 때가 온다면, 된다. 설득할 수 없다면 일장춘몽으로 끝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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