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포토 무제한 무료 저장끝, 이별을 해야할까요?



망할 소식을 들었습니다. 구글이 보낸 이메일을 읽는데 정신이 조금 멍-해집니다. 아이고. 그동안 표준품질(고화질)로 올리던 사진은 저장공간 사용량에서 계산하지 않던 방침을 바꿔서, 그 사진들도 카운팅하겠다고 합니다. 시행일은 2021년 6월 1일. 이게 왜 골 때리는 소식이냐고 하면, 구글 포토로 사진을 백업한 지, 꽤 오래됐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도 구글 피카사로 사진을 관리하고 있었고, 2015년 구글 포토가 나오면서 갈아탔습니다. 예전에 찍었던 사진도 당연히 구글 포토에 모두 백업해뒀죠. 구글 포토에 백업해둔 덕도 단단히 봤습니다. 올해 초, 외장하드가 날아가면서(…외치세요, 시게이트!) 원본 사진을 모조리 날려먹었기 때문입니다.

아하하하하하-




예, 지금 제 구글 계정에는 56만장의 사진이 올라가 있습니다. 이걸 놔두고 다른 서비스로 과연 갈아탈 수 있을까요? 원본 사진도 다 사라진 마당에? 힘들죠. 예, 힘듭니다. 어려울 거에요. ㅜ-ㅜ 게다가 구글 포토는 단순히 백업 서비스 역할만 하고 있는게 아니라, 제가 필요한 사진을 빠르게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뭐랄까. 완전히 발목 잡힌 겁니다. 몇 년 열심히 썼더니, 열심히 쓴 게 그대로 족쇄가 되어버렸습니다. 구글이 그만큼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어준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선 애플보다 더하네요. 아하하하하하. 게다가 구글에서 주는 용량이 구글 드라이브랑 지메일까지 합쳐서 쓰는 용량이라-



다른 사람들은 몇 년간 문제 없을 거라고 구글이 주장하지만, 저는 8개월이면 다 찰거라고 합니다. 그마나 이것도 작년에 한번, 오늘 메일 받고 한번 용량 정리를 한거란 말이죠. 저기 구글 포토는 사용 용량이 0인거 보이시죠? 오늘 용량을 차지하는 사진이나 영상들 왕창 덜어냈습니다.

문제는 지메일인데요- 이거 쓴 지가 거진 15년이 넘어가기 때문에, 거기에 구글이 처음에 분류하지 말고 지우지 말고 그냥 보관해라. 나중에 검색으로 찾아라-라고 하는 바람에, 그 말이 맞네-하면서 그냥 필요없으면 보관하는 식으로 눈에서만 안보이게 정리한 거라, 저 모양입니다. 잡다한 이메일이 15년간 모여 8.5G가 넘게 됐습니다.

… 저거, 동영상 같은 건 다 지운 다음 남은 용량입니다. ㅜ_ㅜ

뭐, 사실 그냥 유료 용량을 쓰면 됩니다. 요즘 유튜브 프리미엄을 비롯해, 구글이 집요하게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요. 작년까지 구글 원 서비스를 쓰기도 했습니다. 회비도 따지자면 에버노트 반값입니다. 이토록 잘 쓰는데, 가입 안할 이유는 없습니다. 아마, 하긴 할 겁니다.

다만, 이걸 죽을 때까지 끝없이 해야할 것 같아서, 그게 좀 당황스럽네요. 한번 데이터가 넘치면, 어느 순간이 지나면 개인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게 아니게 됩니다. 백업이야 받을 수 있겠지만, 서비스나 앱과 결합되지 않은 데이터는 그냥 더미 밖에 안됩니다. 예전에 망한 서비스 백업 다들 받아보셨잖아요? 그거 다시 살펴본 적 몇 번 없는 거, 아시잖아요-

하나의 서비스에 발목 잡히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닙니다. MS 오피스도 한글도 에버노트도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고 씁니다. 이 판에 오래 있어보니, 서비스나 앱이 대책없이 문 닫는 걸 여러 번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놈의 정이… 아, 아니, 시간 들여 쌓아온 데이터 때문에, 여길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건 유튜브 프리미엄 같은 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죠.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구글 포토는 5년, 지메일은 15년이 넘게 썼습니다. 한글 입력 이슈만 없었다면 구글 문서도구도 계속 쓰고 있었을 거고요. 다른 서비스야 데이터 이전 툴을 만들어 드릴테니 이사 오세요! 하겠지만, 구글 포토 정도되면 그걸 받아줄 수 있는 다른 서비스가 없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장치 산업이 되어버려서, 저 많은 데이터를 책임질 서버와 운영 기술과 기타 등등이 없으면 운영하기 조차 쉽지 않거든요. 그걸 무료로? 힘들죠. 구글이야 AI 데이터 훈련용으로 잘 써먹겠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만- 이용자도 10억이 넘는다고 하네요. 게다가 무료로 서비스하는 바람에 플리커를 비롯한 다른 서비스는 사실상 죽어버렸습니다.



다시 한 번 독점이 얼마나 무서운 지 확인하게 됩니다. 시장을 장악한 다음 가격을 올리는 거야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만, 저도 결국 돈 내고 쓸거라고 생각하지만, 대안조차 없다는 게 황당해요.

구형(?) 구글 픽셀폰을 구해야 할까요?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게 제공되는 아마존 포토스는 당연히 한국 서비스가 안되고. 오피스365에 따라오는 원드라이브는 사실 백업 정도로만 만족해야하고, 용량도 1TB 밖에 안됩니다(…).

쓰다가 용량이 많아지면 점점 비싼 요금제를 써야할꺼고. 죽을 때까지 세금내다, 죽고 나서 2년이 지나면, 2년 동안 안썼다는 이유로 자동 삭제(…). 하하하. 종활을 간편하게 끝낼 수 있겠군요(묵념).

뭐, 어쨌든 구글은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어디에 코 꿰기 싫어하는 제가 체념할 정도니까요. 오랫동안 길들여진 기분이 들어서 좀 그렇습니다. 애플이나 구글이나 MS나, 모두 자기 회사에 세금 내고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도 잘 압니다. 다른 놈 없어요.

그래도 뭔가 진짜, 뒷통수 맞은 기분이네요. 하기야, 구글이 지금 무료랬지 평생 무료라고 소개한 적은 없으니까요. 일단 내년 6월까지 천천히, 다른 대안이 없을지 생각해야겠습니다. 저기 올린 건 어쩔 수 없어도, 나중에 찍을 사진은 다르게 하는 방법은 있을테니까요. 데이터가 이원화되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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