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사회를 예견한 SF 소설, E.M. 포스터의 더 머신 스톱(The Machine Stops)

1. 10년쯤 전에 ‘특이점이 온다’는 책이 인기를 얻은 적 있다. 지금도 은근히 자주 인용되는 책이다(인용한 사람들이 정말 읽었을 지는 모르겠다. 500p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기술은 점점 빠르게 발전할 거고, 미래엔 인간보다 뛰어난 AI를 가지고 기계화/자동화된 세상에서 살게된다는 이야기다.

… 간단히 말해, 공상과학이다(…).

뒷부분에 가면, 저자는 HIV 바이러스 분석에는 15년이 걸렸는데, 사스 바이러스 분석엔 한달밖에 안걸린 것을 사례로 든다. 지금은? 당연히 더 빨라졌다. 그렇다고 저자가 말한 세상에 가까워졌냐면, 글쎄.

그런 세상이 얼마나 힘든 건지, SW로만 존재하던 것이 HW에 들어가려면 얼마나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런 건 확인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비전’을 가장한 허풍이었달까…




2. ‘전망 좋은 방’ 등을 쓴 작가 E.M 포스터의 ‘The Machine Stops’이란 단편 소설이 있다. 작가가 쓴 유일한 SF 소설이고, 아마 번역되지 않은 걸로 안다.

20년전에 읽었을 때는 ‘우주 전쟁’ 느낌나는 고전 SF 소설이었는데, 이번에 ‘언택트’ 관련 글을 쓰다 생각나서 다시 읽으니… 현재가 여기 있네(…)

이 소설에선 모든 사람이 지하에 있는 하이브(벌집)라 불리는 개인용 방에서’만’ 살아간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온갖 소식을 들을 수 있고,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오락을 즐길 수 있다. 일도 원격으로 한다. 100% 언택트 사회다.

어떤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 이동수단은 있지만 없애는 게 더 비싸서 놔둔 수준이다. 아들과 화상통화를 하면서, 아들이 엄마에게 날 보러 와달라고 하자, 엄마는 이렇게 대답한다.

“지금 이렇게 만나고 있잖니?”라고.


▲ 2009년 뉴욕 비주얼 아트 스쿨 학생들이 소설 원작으로 제작한 단편 영화.
지금 보니 구글 스타라인 프로젝트도 떠오른다…



3. 때론 문학이 사회과학책보다 더 정확할 때가 있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 얘기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특이점이 온다’를 다시 읽고 소름끼치게 될 지도 모르지만.

아, ‘The Machine Stops’은, 1909년에 나왔다. 지금부터 딱, 111년 전에. 읽어보고 싶은 사람은 아래 링크로(영문, 저작권 소멸)

* The Machine St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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