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글루스, 고마웠어요

“이제, 올해도 몇시간 남지 않았네요.

내년에 나는, 어떤 모습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떻게 세상을 살고 있을까요-

때로는 세상 모든 일이 너무 막막한 삼십대의 초입에서,
내 자신에게 던져보는 질문입니다.

나는 내년에, 어떤 내가 되어 있을지-

…해피 뉴이어- 행복한 한 해를 시작하시기를.

– 2005년 12월 31일”






매년 블로그 개설 몇 주년이 되었습니다~하다가, 이제 더이상 그렇게 쓸 수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몇 시간 있으면 이글루스도 안녕이네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블로그 개설일 2003년 8월 8일. 사실 누구도, 이렇게 오래, 계속 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을 겁니다. 우린 원래 헤어지는 아픔을 잔뜩 겪은 세대잖아요? 케텔,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같은 PC 통신 서비스를 비롯해- 프리챌, 싸이월드 기타 등등 수많은 블로그 서비스와 커뮤니티가 사라지거나 활동 정지 상태에 놓이는 걸, 실시간으로 봤으니까요.

그래도 대충 20년, 사회 생활하면서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했던 곳이 사라지는 걸 보니, 아프네요. 하하하. 예, 그냥, 아파요. 그렇게 오래 함께 했는데, 이젠 찾아갈 어떤 ‘장소’가 사라지는 느낌. 저기요, 제가 예전에, 여기에 있었어요. 정말로, 여기에 있었어요. ‘여기’가 어디냐고요? 그건…



가장 기억 남는 건 역시 연애밸리 현피(…).



함께 출사도 많이 다녔죠.



저공비행사님과 함께 했던 남이섬 출사도 있네요.




개인적으론 책나눔 모임이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니 한 3년 정도 했다는 걸 알고 놀랐습니다.



“지금 내 블로그의 모습은 어떨까요. 저는 2003년에 이글루스에 가입했고, 2005년 9월부터 포스팅을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포스팅 불이행시 만원-의 계약을 걸었던 10월부터였고, 그 사이 600여개의 글(네이버에서 옮겨온 글 포함)을 포스팅했고 현재는 6만히트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변하가고 있을까요.

저도 때로는, 남들이 끊은 링크의 시체들 사이에 숱하게 쌓여있는, 그런 블로그가 되어가고 있진 않을까요.
그냥, 그냥 별의별 것들이 다 궁금해 지는 밤입니다….

– 2006년 4월 30일”






이글루스 간담회나, 축하 파티도 빼놓을 수 없겠죠. 이글루스가 SK에 인수된다고, 회사 찾아가서(…) 운영진 만났던 기억이 있더군요.

 



한때는 이글루스에서 글 가장 많이 읽히는 남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밖에도 많은 분을 만났네요. 제가 리뷰 이벤트 주선도 했었던듯.



잊을 수 없는 촛불 시위의 기억.

진짜 이때 만난 분들 다들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살고 계실 것 같은데, 전 지금 뭘하고 있나 생각해 봅니다.

아시다시피 이글루스에서 도망갈 생각도 몇 번 했는데, 잡히고 잡혔다가, 나중엔 도망치란(?) 얘길 들었는데 갈 수가 없는 상태가 되버렸습니다. 너무 짐이 많고, 이젠 블로거 오라고 하는 서비스가 없… 결국 청춘을 여기에 잡혔고, 그대로 청춘과 함께 묻게 되었습니다.



춤추며 여행도 다니고



몇 년간 팟캐스트도 만들었고



가끔 텔레비전에 얼굴도 비춥니다.


슬프게도, 블로그를 시작할 땐, 지금 이 맘때쯤엔 아빠가 되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언젠가 나도 육아 블로그 쓰게 되겠지-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런 건 세상에 없었습니다. 언젠가 손 잡아 줄 사람? 없어요. 절대 없어요. 어디에도 없어요. 당신에게도 없을 거에요(응?).

그래도 다, 살아가니 어떻게든 살아집니다. 청승맞은 소리는 여기까지하고, 내일은 다시 내일의 원고를 써야죠. 지금까지 잘 버틴 절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 고맙습니다. 제 블로그에 와주신 분들, 댓글 달아주신 분들, 광고 눌러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정말, 여기까지 왔어요.

– 2021년 8월 9일




그리고 이제, 마지막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제 블로그에 와주셔서, 댓글 달아주셔서, 제 블로그를 20년이나 계속 쓰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글루스, 지난 20년간, 제가 글 쓸 곳이 되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안녕, 이글루스, 고마웠어요.






* 여기 블로그 글은 자그니 블로그(https://zagni.net/)로 천천히 옮기고 있습니다.
* 싸이감성 글들은 네이버 자그니의 디지털 라이프(https://blog.naver.com/zagni_)로 옮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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