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없는 줄 알면서도 NFT에 손 벌리는 사람들

지난 3월 크리스티에서 열린 경매에서, 한 작품이 6,934만 달러에 낙찰됐다. 지금까지 팔린 작품 중 3번째로 비싸다. 닉네임 비플로 활동하는 마이크 윈켈만이란 작가가 그린 ‘매일 : 첫 5000일들 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이란 작품이다. 재미있게도 이 작품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디지털 형태로만 존재하는, 그러니까 이미지 파일이 6,934만 달러에 팔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바로 NFT 때문이다.

 

NFT란 무엇일까?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뜻을 가진 Non-Fungible Token의 약자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술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기존 가상화폐를 도토리라고 불러보자. 도토리는 몇 개가 있어도 다 똑같은 도토리다. 그래서 빵 사 먹을 땐 도토리 2개, 옷 사 입을 땐 도토리 10개, 이런 식으로 쓸 수 있다. 이런 걸 Fungible Token, 그러니까 다른 것과 교환할 수 있는 토큰이라고 부른다. 이 도토리로 이뤄진 거래가 진짜인지 아닌지를 증명하는 방법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NFT는 이런 도토리와는 반대로, 빵이나 옷을 만들 수 있는 토큰이다. 1대 1로 교환하는 용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 어떤 고유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일종의 보증서인 셈이다. 정확하게는 만들어진 도토리 위에 일련번호를 붙였다. 그래서 하나하나 구별할 수 있다. 여기에 다른 아이템을 결합하면, 고유한 일련번호를 가진 도토리로 보증하는 아이템이 된다.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거래 위변조를 방지했다면, NFT는 거래와 함께 진품 여부를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이 기술이 이미지 파일을 비싸게 팔 수 있게 만들었을까? 누구나 알고 있듯, 디지털 파일은 원본을 여러 번 복사해도 똑같은 파일이 만들어진다. 원본의 손실이나 변형 없이 저장, 복제, 변환이 가능하다. 이런 특징은 원본의 개념을 사라지게 만든다. 그래서 초기에는 콘텐츠를 팔 때, 저작권 보호 프로그램(DRM) 등을 써서, 특정 프로그램이 없으면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보호 프로그램이 없으면, 파일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쉽게 복사해 줄 거라 여겼다.

 

NFT는 그런 발상을 거꾸로 뒤집는다. NFT 안에는 어떤 파일의 주인에 대한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여기에 실제 이미지나 동영상, 음악을 담은 디지털 파일을 하나의 쌍으로 묶어서, 보고 듣고 싶으면 누구나 해라, 하지만 이 파일의 소유권은 이 사람에게 있다-라는 걸 보여준다. 이런 증명은 NFT가 생성된 블록체인에 의해 기록되고, 누구도 위변조 하기 어렵다. 이렇게 디지털 파일의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다면 이 소유권을 사고파는 일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크리스티는 이미지 파일을 경매에 올렸고, 비싸게 팔았다.

 

이게 대단한 거 아니냐고? 글쎄.

 

NFT의 다양한 용도

 

저작권을 파는 건 아니다. 계약에 따라 저작권을 양도할 수도 있지만, 보통 사고파는 건 NFT로 만들어진 작품의 소유권이다. 작품 소유권 거래를 먼저 얘기했지만, 평범한 디지털 파일을 고유한 디지털 파일로 바꿀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더 있다. 원래 블록체인을 다양한 용도로 쓰라고 만들어진 게 NFT다. 예를 들어 콘서트 입장권 같은 것을 만들어 팔 수도 있고, 트레이딩 카드 같은 디지털 수집품을 만드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거래 계약을 NFT 형식으로 할 수도 있다.

 

처음 만들었을 때는 디지털 수집품이나, 게임 아이템으로 가장 많이 쓰이리라 생각했다. 처음 나온 NFT가 디지털 고양이를 수집하는 게임이었고, 앞으로는 하나의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을 다른 게임에서도 쓴다거나 하는 용도로 쓰리라 여겼다.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단순히 수집만 하기에는 게임이 너무 재미없었고, 게임은 게임마다 규칙이 달라서, 하나의 아이템을 여러 종류 게임에서 쓰기 어렵다. 최근에는 디센트럴랜드 같은 VR 게임에서, 가상 부동산을 사고파는 용도로 쓰인다.

 

성공 사례는 없을까? NBA 탑샷 같은 경우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서 NFT는 트레이딩 카드로 쓰인다. 종이로 된 게임 카드를 파는 것처럼, NBA 농구 명장면 영상을 NFT로 만든 다음, 디지털 동영상 카드로 만들어 판다. 단순히 수집용 카드를 파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 카드를 온라인 게임에서도 쓸 수 있고, 앞으로 출시될 NBA 농구 게임에서도 쓸 수 있다. 당연히 좋은 카드와 나쁜 카드가 나뉘고, 원하는 카드를 얻기 위한 세컨드 마켓도 존재한다. 이렇게 하나의 아이템을 만들어서 여러 가지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 게, NFT가 가진 다른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디지털 자산을 실물 자산처럼 여길 수 있을까?

 

NFT는 정말로, 디지털 아이템을 실물 자산처럼 여기에 만들 수 있을까?

모바일 게임 수익 대부분이 게임 아이템 판매에서 오는 만큼, 디지털 아이템 자체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다만 아무리 비싸게 주고 사도, 사용권을 얻는 거지 소유권을 얻지는 못했다. 현재 게임 아이템을 사고파는 건 모두 그레이마켓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NFT는 특별한 디지털 파일을 만들고, 그 소유권을 확인하는 방법을 마련해 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덕분에 디지털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수익을 마련할 방법이 생겼다, 디지털 자산 시대가 열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쯤에서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미안하지만, 억지로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파일’을 만들고, 그 숫자를 제한해 희소성을 획득한다고 해서, 갑자기 디지털 파일이 자산이 되는 건 아니다. 사실 NFT 시장 참가자도 대부분 가상화폐 투자자거나, 사업 관계자다. 마이크 윈켈만의 작품을 산 사람도 가상화폐 사업자라고 밝혀졌고, 한국에서 팔린 NFT 작품도 가상화폐 투자자가 샀다고 한다. 세컨드마켓 거래자도 거의 모두 가상화폐 투자자다. 뭔가 새로운 개념을 정착시키기 위해, 바람잡이를 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 그런데 그런다고, 디지털 파일 자체가 가진 고유 성격이 변하나?

 

NFT가 진짜 소유권을 인정하는지 아닌 지도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고, 그걸 블록체인 상에 적어놨을 뿐이며, 보증하는 이가 없다. 농담이 아니라, NFT 거래소 약관을 보면, 거래소에서 제대로 보증하는 건 하나도 없고, 뭐가 잘못돼도 거래한 니 책임(이용자 책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설령 NFT와 연결된 파일이 사라진다고 해도, 해킹을 당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작품 거래에서, NFT가 하는 일은 결국, 무료 또는 저렴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파일에 딱지를 붙여서 비싸게 파는 일이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짓이다. 게임 아이템을 만들 경우에는 어떨까? 성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가상화폐와 결합하는 순간, 한국에 들어오면 바로 사행성 게임이 된다. 실제로 그래서 코인 캐는 모 게임이 한국에 못 출시하고 있고, 앞으로도 출시가 어려울 거다.

 

NFT 자체의 가치보다 재테크를 위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더 많고, 그런 눈먼 돈을 먹기 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거래 사이트나 회사도 많다. 항상 지적되는 것처럼, 이런 거래를 하기 위해 유지해야 하는 블록체인 자체도 심각한 에너지 낭비를 불러온다. 작품을 평가할 근거가 없으니 입소문이나 인지도가 강하게 영향을 끼치는 구조라, 실력보다 유명세가 비싼 가격을 받게 되는 문제도 있다.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훔치거나, 편집해서 올리는 문제도 처음부터 불거졌다.

 

다만 NFT가 아니더라도, 디지털 콘텐츠를 자산으로 인정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긴다. 게임 아이템도 그렇지만, 온라인으로 사들인 게임이나 전자책, 음악 파일을 중고로 거래할 수도 있게 되니까. 소비자 권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디지털 아이템 시장에, 중고로 되팔 수 있는 권리만 주어져도 생길 사업 모델은 많다. 소비자는 철 지난 콘텐츠를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좋다. 회사는 자체 세컨드 마켓 플레이스에서 팔 수 있게 하고, 거기서 수수료를 받아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금 중고 운동화가 거래되는 것처럼, 디지털 콘텐츠 2차 판매 문제가 해결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돈을 쓰게 된다. 중요한 건 그거다. 디지털 콘텐츠를 개인 자산으로 인정할 것인가 아닌가. 과연 NFT는 그런 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

 

… 에이, 설마, 돈 냄새 맡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그런 거에 관심이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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