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4 대충 총정리
- 모바일과 AI가 만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2024년 2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세계 3대 테크 전시회 중 하나로 손꼽히는 MWC가 열렸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라는 이름처럼 스마트 기기와 네트워크 기술이 중심이 되는 행사로, 현재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기기와 관련 기술 트렌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MWC는 어떤 행사인가?
매년 2월경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행사다. 1987년에 시작했지만, 현재와 같은 꼴을 갖춘 때는 2013년부터다. 2023년 참가국은 202개국이며, 2,400개 사가 부스를 차렸다. 참관객은 약 8만 8천 명 정도지만, 절반 정도가 각 회사의 관리자 이상급 인사인 것이 특징이다.
CES와 비교하면 참가자나 이슈성에서는 밀리지만, 이동통신 사업자와 장비 제조사, 기술 제공사가 중심이라는 성격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이 만나 현재 트렌드를 확인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 MWC 2023 주제는 ‘속도(Velocity)’였다. 네트워크 산업에서 빠른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트렌드를 ‘5G 가속화(5G Acceleration)’, ‘현실+(Reality+)’, ‘오픈넷(Open Net)’, ‘핀테크(Fintech)’, ‘디지털 에브리씽(Digital Everything)’이란 테마로 풀어냈다.
실제로 AI를 품은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해 로봇이나 도심 항공기를 제어하는 기술과, XR 기기와 관련 콘텐츠가 주목받았다. 다른 한편으론 넷플릭스를 중심에 둔 망 중립성 문제를 비롯해 프라이빗 5G, 오픈 랜(Open Ran)과 같은 통신 업계 중심 이슈도 화제가 됐다.
이번 MWC 2024 주제는 ‘미래 우선(Future First)’이었다. 미래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산업, 대륙, 기술 및 커뮤니티를 바로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작년에 이어 MWC가 통신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더 확장해 가겠다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주요 기조연설자로는 플라잉카를 만드는 알리프 에어로나틱스(Alef Aeronautics)의 짐 듀코브니(Jim Dukhovny) CEO(이번에 플라잉카 프로토타입을 선보임)와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오픈 AI를 견제하고 구글 AI를 더 유용하게 쓸 법을 찾고 있다는 견해를 내비침)가 주목받았다. 둘 다 통신 업계 바깥사람이다.
MWC 24의 주요 테마 여섯 가지
MWC 24의 주요 테마로는 여섯 가지가 선정됐다. 현재 통신 업계에서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5G와 그 너머(5G and Beyond) : 5G Advanced(또는 5.5G라고도 불린다)를 중심으로, 향후 이동통신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를 다룬다. 원래 5.5G 통신이 기존 5G에 가상현실, 인공지능, 위성통신 등을 접목하려는 기술인만큼, 실제로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성과를 공유했다. 6G 등에 관한 내용도 이쪽 주제에 포함된다.
모든 것을 연결(Connecting Everything) : 현재 세계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약 63억 명 정도다. 사물인터넷 기기는 2년 안에 150억 개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모든 기기를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연결할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주로 장비와 솔루션 업체를 중심으로 이야기되는 부분이다. MWC 2024에 참가하는 한국 업체들도 주로 이 테마에 쏠려 있다.
인간적인 AI(Humanising AI) :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생성 AI를 어떻게 다룰 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생성 AI를 바라보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생각해 본다는 뜻이다. 통신 기술을 최적화하거나 고객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등, 생성 AI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크다. 다만 그것을 뒷받침하려면 먼저 데이터와 그걸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정리해야 한다.
제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Manufacturing DX) : 통신 기술을 활용해 제품 생산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방법을 다룬다. 예를 들어 프라이빗 5G 같은 기술을 이용하면, 스마트 공장을 건설하거나 스마트 창고를 운영하기 좋다. 로봇 운영을 통합할 수도 있고,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제품을 더 빠르게 만들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유럽에서 많이 얘기하고 있는 인더스트리 4.0(한국의 4차 산업혁명과 비슷한 개념)과 관련된 주제다.
게임 체인저(Game Changers) : 양자 컴퓨팅에서 플라잉카, 확장/가상현실에 이르기까지 실용화가 가까워진 기술에 대해 논한다. 최근에는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릴지도 모를 기술이 떠오르고 있으므로 중요하다. 지금보다 1억 배 빠른 컴퓨터,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허무는 가상현실 장치 등은 과연 실패로 끝날까 아닐까?
우리의 디지털 DNA(Our Digital DNA) : 통신 산업 전반에 걸쳐 떠오른 지속 가능성, 다양성 및 새로운 인재 유치에 대해 다루는 주제다. 사회적 변화를 우리 DNA의 일부로 만들어 구현하자는 뜻을 담았다.
중국, 아프리카 그리고 스마트폰
낯설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MWC는 중국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쇼다. 유럽이 중국 스마트폰의 주요 시장 중 하나인 탓이다.
먼저 노키아 브랜드 스마트폰을 만들던 HMD 글로벌에선, 노키아 브랜드를 버리고 HMD를 휴먼 모바일 디바이스의 약자로 재정의했다. 그리고 함께 공개한 것이 '바비 플립폰'(...).
샤오미에선 샤오미 14시리즈를 글로벌 출시하고, 더불어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전기차 SU7을 전시했다. 작년에 많은 관람객을 모은 아너(Honor)에서는 폴더블 스마트폰 '아너 매직 V2'와 주력 스마트폰 '매직 6' 시리즈를 소개했다.
중국 화웨이에선 새로운 소형 폴더블 스마트폰 '포켓 2'를 공개했다. OPPO와 ZTE에서도 폴더블을 포함한 새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그 밖에 원플러스에선 신형 스마트 워치 ‘원플러스 워치 2’, 영국 낫싱에선 보급형 스마트폰 ‘낫싱폰 2a’를, 레노버 부스에서는 베젤 없는 투명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신형 노트북 콘셉트를 만날 수 있었다.
아, 코로나19 이후 메인 스마트폰 시리즈는 CES나 MWC 같은 행사와는 따로 공개하는 일이 보통이라, 주요 제품은 모두 MWC 2024 이전에 언팩 행사를 가졌다는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
아프리카 관련 기업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유럽과 비교적 가까운 대륙이라, 아프리카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도 MWC에 참가한다.
예를 들어 테크노(TECNO)가 그렇다. 아이텔(iTel)이란 브랜드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휴대폰을 파는 회사다. 2023년에는 저가형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였고, 올해는 로봇 개와 윈도 AR 글라스, 롤러블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기조연설에서 에티오 텔레콤(Ethio Telecom)의 프레히워트 타미루(Frehiwot Tamiru) CEO가 아프리카 전역의 통신사에 관한 기술 비전을 공유하기도 했다.
4YFN
마지막으로, 올해는 MWC의 스타트업 지원 행사인 4YFN(4 Years From Now)이 10주년을 맞는 해다. 10주년 테마는 인공지능 시대(The Age of AI)와 성장(Growth)으로, AI 기반 자동화와 일자리, 윤리적 고려 사항,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고,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를 논의했다.
올해 4YFN 어워드 최종 후보로 올라온 회사는 다섯 회사로, 비트센싱(bitsensing), 미카 AI 메디컬(Mica AI Medical), 퀼리만자로 퀀텀 테크(Qilimanjaro Quantum Tech), 오션 에코스트럭쳐스(Ocean Ecostructures), 위스프(Whispp)다.
각각 레이더 기술 응용(비트센싱), AI 의료(미카 AI 메디컬), 아날로그 양자 컴퓨팅(퀼리만자로 퀀텀 테크), 해양 생태계 복원(오션 에코스트럭쳐스), 음성 장애 보조 기술(위스프)를 다루고 있다. 우승자는 스페인의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퀄리만자로 퀀텀 테크.
MWC 2024에서 선보이는 산업용 기술과 소비자 기술을 관통하고 있는 중요 키워드는. ‘소비자 AI의 대중화’다. 다시 말해 콘텐츠 제작, 이미지 편집, 언어 번역 등 AI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하고, 그에 따르는 혁신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