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OK라는 말이 있습니다. Bring Your Own Keyboard의 약자죠. 왜 키보드를 가져와?라고 생각하실 분 계시겠지만, 작가에겐 키보드만큼 중요한 도구가 드물어서... 제발 그냥 내 키보드 좀 쓰게 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아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농담이 아니고, 전에 취직 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제 돈으로 키보드 사와서 교체했던 거라서... 저 말을 만든 사람 심정을 정말 잘 압니다. 쓰던 키보드 하나만 들고 다녀도 능률이 많이 올라가거든요.
그런데 ... 아예 BYOK를 이름으로 삼은 기기가 등장했습니다? 흑백 LCD 액정을 채택해 전자잉크의 단점인 느린 반응 속도를 극복하고, 그러면서도 눈의 피로를 좀 줄인 제품입니다. 저도 예전에 이런 기기 생각한 적 있었는데, 만들까-해서 보니 의외로 흑백 액정 패널을 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어려운 데... 시도 했네요.
작동 방식은 간단합니다. 이 기기에 키보드를 블루투스나 USB로 연결하세요. 그리고 글을 쓰세요. 끝. 저장된 원고는 USB 연결을 통해 PC로 옮기거나, 구글 드라이브나 원 드라이브 등에 동기화해서 저장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간단한 기능 밖에 없으니, 딴 걸 못한다는 거죠. = 집중할 수 있다는 말이고요. 요즘 점점 유행하기 시작하는 ‘방해 없는’ 글쓰기 도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쉬운 것은, 글이 6줄 밖에 표시 되지 않는다는 것.
색상은 검정과 흰색 두 가지. 내장 배터리는 최대 28시간 동안 쓸 수 있습니다. 크기는 16.5x8x1.4cm로 작은 편인데, 이건 장점이자 단점. 제대로 쓰기엔 화면이 너무 작고, 대신 쉽게 들고 다닐 수 있거든요.뒤에 맥세이프 거치대랑 붙일 수 있게 만든 것도 생각 잘했네요.
현재 킥스타터를 통해 편딩을 받고 있습니다. 배송 예정은 2025년 봄이고, 펀딩가는 13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아, 그리고 메모리는 16MB입니다. 약 100만 단어(영어 기준)를 수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뭔가 좋아보이기도 하고, 이런 흑백 액정 활용이 좀 많아지면 좋겠다-하는 생각은 있는데요. 저는 일단...음,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무게를 모르겠고, 한국 배송료(13달러?)가 나온 걸로 봐서는 한글도 지원할 것 같은데, 그게 명시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게 또 프로세서가 요즘 많이 보이는 esp32, 그러니까 산업용으로 쓰이는 부품을 재활용하고 있는 건데요. 이 프로세서와 이런 디스플레이로 한글을 어떻게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르겠단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