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

 

제시카 메이어는 지난 2020년 4월 17일 지구로 귀환한 우주인입니다. 2019년 9월 국제 우주 정거장(ISS)으로 떠났으니, 7개월 만에 돌아온 셈입니다. 평소라면 조촐한 환영 행사를 열었겠지만, 이번엔 엄격하게 통제된 소수의 우주인 귀환 지원팀만이 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지구에 없던 사이, 지구가 많이 변해버린 탓입니다. 예, 그녀는 코로나19로 바뀐 지구를 경험한 적 없는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참 많은 것을 변하게 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2020년 7월) 전 세계 확진자는 1150만 명이 넘고, 사망자도 53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14억 명의 학생이 학교에 갈 수 없었고,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4.9%로 내려앉을 거라 예상합니다. 이제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됐고, 사람들은 재택근무와 원격 교육을 상황에 따라 번갈아 가며 하다 말았다 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피곤함과 불안함은 덤입니다.

지난 몇 달간 가장 많이 받은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지금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 건지, 앞으로 IT는 어떻게 변할 건지 묻습니다. 그럴 때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답합니다. 점쟁이가 아니라 미래는 이렇게 될 거라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흐름이 말하고 있는 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세계는, 새로운 뭔가가 생기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던 흐름이, 더 빨라졌을 뿐입니다.

 

 

코로나19는 본의 아니게 잡초를 솎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정말 잘하는 사람이 눈에 보입니다.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이나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 원격의료 서비스 텔레닥, 구독형 홈트레이닝 서비스 펠로톤이 그렇게 발견되고 급성장한 서비스입니다. 넷플릭스나 아마존처럼 이미 잘하고 있던 회사는 생존 필수 서비스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았습니다. e스포츠 중계는 기존 스포츠 중계 빈틈을 메꾸려고 편성됐다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앞으로 고정 편성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런 흐름이 말해주는 건 뭘까요?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웹캠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워야 할 겁니다. 신입 사원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입사할 수 있습니다.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한 사람은 전보다 쉽게 배우지만, 없다면 공부가 어려워집니다. 더 많은 프로게이머가 태어날 거고, 더 전문적인 유튜버가 속속 등장할 겁니다. 떨어져 있으니 연결해주는 사람이 더 필요해집니다. 인터넷을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더 커질 거고요.

물론 이렇게 말해도 소용없는 거, 잘 압니다. 백이면 백, 이런 추세로 세상이 흘러가고 있다-라고 말하면,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냐고 되묻기 때문입니다. 트렌드를 얘기하다 컨설팅을 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럴 땐 살면서, 무슨 일을 했을 때 가장 뿌듯했냐고 묻습니다. 말했잖아요? 어려울수록, 정말 잘하는 사람이 보인다고. 정말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지겨워도 밥 먹듯 해야 하니, 뿌듯한 일을 찾는 겁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 2020년 7월 국방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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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니스트. 디지털로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IT 산업이 보여 주는 'Wow' 하는 순간보다 그것이 가져다 줄 삶의 변화에 대해 더 생각합니다. -- 프로필 : https://zagni.net/about/ 브런치 : https://brunch.co.kr/@zagni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zagni_ 이메일 : happydiary@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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